우한에 거점 둬 가능성 높아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가 파산한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의 7나노미터(㎚) 노광기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7㎚ 공정이 세계에서 상용화된 고급 수준의 반도체 생산기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단계는 화웨이의 반도체 자급자족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6월 30일 중국 매체에 따르면 후베이성 우한의 HSMC는 중국 최초 7㎚ 이하 미세공정 시스템반도체를 제작하겠다며 주목을 받았지만 자금난과 공장 건설 지연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지난 해 말 우한시 둥시후구 정부에 인수됐다. HSMC는 총 1280억위안(약 2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무너지면서 이 프로젝트도 좌초됐다. 올해 2월에는 회사임직원 240명에게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 없다며 퇴직 통지를 보냈고 부채도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고 중국 매체는 전했다.
그러나 화웨이가 우한에 첫 번째 웨이퍼 공장을 세우고 광전자 칩(반도체) 생산을 위해 2022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한다는 보도가 최근 나오면서 HSMC도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HSMC가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한 7㎚ 노광기 때문이다.
일부 매체는 화웨이가 HSMC의 프로젝트를 이어가면 7㎚ 노광기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로젝트 실패로 HSMC가 포장을 뜯기도 전에 저당 잡힌 7㎚ 노광기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1980Di 모델로 알려졌다. 노광기는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 제조 과정에서 사진을 인화하는 것처럼 빛을 쬐어 회로를 그리는 장치를 말한다.
중국 매체는 "미국의 반도체와 장비 수출 제재로 HSMC가 갖고 있는 것은 중국 유일의 7㎚ 노광기"라며 "평가가치는 5억8000만위안(약 1012억원)"이라고 전했다.
중국국가기업신용정보공시시스템을 보면 HSMC는 지난달 11일 '우한신공현대제조유한공사'로 사명을 바꾼 뒤 명맥은 이어가고 있다.
회사의 경영 범위도 여전히 반도체 제조, 대규모 직접회로 생산 등이라고 기재돼 있다. 화웨이 웨이퍼 공장과 HSMC가 모두 우한을 거점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연결시키는 의견도 있다.
SV인베스트먼트 고영화 고문은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피해 직접 첨단 반도체 생산공장을 설립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HSMC의 노광기가 상당히 노후화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7㎚ 노광기 1대로는 중국의 반도체 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평가 역시 나온다.
반도체 업계 세계 1~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는 5㎚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는 나노단위인 회로의 선폭이 좁을수록 저전력·고효율 칩을 만들 수 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반도체 투자를 늘이고 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미국 대형법률회사인 '캐튼 뮤신 로즈먼'과 반도체 산업 자문회사 'JW인사이츠' 공동 발간 보고서를 인용, 중국 164개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 5월까지(누적) 사모펀드로부터 400억위안의 자금을 투자받았다고 밝혔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지난해엔 정부투자, 벤처 캐피털, 채권금융,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1400억위안을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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