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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딱 두 대 있는 조선소 크레인, 현대重 노조 일주일째 막무가내 점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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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조선소 내 크레인을 점거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현행 노조법에선 쟁의행위에 나선 노조의 생산 시설 점거를 금지하고 있지만, 원천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노조가 안전보호시설을 점거한 상황이 아니면 손쓸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측 입장에선 법원에 제기한 퇴거 단행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노조가 퇴거에 불응할 경우 크레인 점거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6일부터 일주일 넘게 크레인을 점거하고 있다. 노조가 2019·2020년 2년 치 임단협 교섭 부진을 이유로 전면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사측의 성실교섭을 요구한다며 울산 본사 내 40m 높이 턴오버 크레인 2대 중 1대를 점거했다. 선박 블록을 뒤집는 데 사용되는 턴오버 크레인은 조선소에서도 핵심 생산 설비로 꼽힌다. 크레인 점거로 공정 흐름이 막히면서 전체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조선비즈

    지난 7월 7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전면 파업을 단행하고 울산 본사의 턴오버 크레인을 점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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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는 크레인 인근 도로도 점거하고 있다. 조선소 내 문화관 사거리에서 생산기술관 사거리까지 약 300m에 이르는 도로 일부를 천막 10여동으로 막아놓았다. 크레인 인근 도로가 막히면서 블록 반출도 전면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가 설치한 천막과 현수막으로 주요 자재 이동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크레인과 도로 점거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현행 노조법 42조 1항에 따르면 주요 업무 시설을 점거하는 행태의 쟁의 행위는 불법이다. 동일법 38조 1항에서도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형태의 쟁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새로 신설된 37조 3항에서도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밝히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의 친(親) 노조 기조로 이미 노조법은 유명무실해진 상태”라며 “해외에선 노조의 생산 시설 점거는 엄연한 범죄 행위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에선 노조가 관행적으로 생산 시설 점거에 나서고 있는데, 정부에서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해 이런 관행을 뿌리 뽑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고용부도 노조의 생산 시설 점거를 막을 방법이 없다. 노조법 42조 3항에 따르면, 고용부가 유일하게 중지 통보를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에 대해 노조가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방해할 경우에만 해당한다. 안전보호시설은 환기 또는 배수 시설, 추락 방지 시설 등을 말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조선소의 크레인은 안전보호시설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법적으로 행위 중지 통보 대상이 아니다”라며 “대신 노조에 점거 농성 해제를 촉구하고 불법 행위 자제 공문을 송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도 손쓸 도리가 없는 상황에서 사측이 할 수 있는 일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것뿐이다. 앞서 2019년 노조가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에 반대해 주총장이었던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을 불법 점거했을 때도 사측은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사측은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1350명에게 해고·정직·출근 정지 등의 징계를 내리고 불법·폭력행위를 저지른 조합원 79명을 고발했다.

    이번 크레인 점거와 관려해서도 사측은 지난 8일 노조 관계자 26명을 대상으로 울산지법에 퇴거 단행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이와는 별개로 조경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 등 16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법원이 언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조업 차질에 따른 피해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도 노조가 점거를 풀지 않을 경우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18년 전면 파업 당시 사측이 추산한 하루 평균 매출 손실액은 83억원이었다. 생산 차질로 선주와 약속한 인도일을 맞추지 못할 경우 수십억원 규모의 지체보상금도 지급해야 한다. 임단협 타결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지만, 양측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의견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전날부터 노조와 교섭을 재개한 상태이며 조속한 노사 합의를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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