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AP/뉴시스]16일(현지시간)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 공항에서 활주로를 따라 이동하는 미 공군 C-17 수송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아프간 시민 수천명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이후 자국을 탈출하기 위해 공항으로 몰려들었으며 일부는 항공기에 매달렸다 추락해 사망했다. 2021.0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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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완전 장악한 이후 자국을 탈출하려 했던 여학생이 "어느 순간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종말의 날처럼 느껴졌다"고 심경을 밝혔다.
1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아프간 대학생 아이샤 아마드(22)도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까지 함락한 이후 무작정 공항으로 달려갔던 수천 명의 카불 시민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처음 미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사람들이 군용기를 통해 아프간을 떠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믿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또 다른 친구가 전화로 같은 이야기를 하자 그제서야 사실일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에 아마드는 카불에 있는 하미드 카이자르 국제공항으로 달려갔다. 전날(15일) 탈레반이 카불을 포위하고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해외로 도피하면서 정권이 탈레반의 손으로 넘어갈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공항으로 가는 동안 이따금씩 총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그 외에 거리는 조용했고 사람들은 비교적 차분하고 호기심 어린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공항 상황은 크게 달랐다. 여권과 탑승권이 없는 사람들을 포함해 수천 명이 엉켜 있었다.
그는 CNN에 "경찰이 군중을 밀었다. 아이들과 여성들이 있었다"며 "흡사 종말의 날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어 "그 때 나는 이것이 끝이고 내가 죽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카불 공항은 아프간 시민들이 공항으로 한꺼번에 몰려 들면서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자국을 탈출하려는 시민 일부는 사활을 걸고 이륙하는 항공기에 매달렸다 추락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미군은 자신들을 저격한 무장 남성 2명을 사살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한 미국 등의 수송기 운항이 한 때 중단되기도 했다.
아미드는 대부분의 시민과 마찬가지로 카불을 탈출하는데 실패했다. 공항에서 간신히 빠져나왔을 땐 긁히고 멍든 상처 뿐이었다.
[카불=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플래닛랩스가 공개한 위성사진에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활주로에 모인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1.0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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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걱정은 여성으로서 계속 학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엄격한 복장 제한이나 인권이 제한 받지는 않을지 등이다.
탈레반은 1996년~2001년 집권 당시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여성의 인권을 크게 제한했다. 전신은 물론 눈 부위까지 망사로 가리는 가장 보수적인 전통 의상인 '부르카'를 입도록 했고 남성 보호자 없이는 외출도 금지했으며 여성의 교육의 기회도 차단했다.
탈레반은 이번에 아프간을 재탈환한 뒤 "히잡을 쓴다면 여성도 학업 및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작 아프간 국민들은 회의적이다.
아마드 역시 "탈레반이 변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니라는 사람도 있다"며 "솔직히 지금으로선 탈레반을 믿지 않는다"고 불신했다.
그는 또 대학 교육 과정을 마치지 못할 것을 우려했고 앞으로 몇 주 동안 여성들에게 힘든 일이 닥칠 가능성을 두려워했다.
그는 "분명히 여성들에 대한 제한이 가해질 것"이라며 "다만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밖에 많이 나와 있지 않고 삶이 정상으로 돌아갔을 때 그 일상이 어떨 지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다"며 "기도 시간에 가게 문을 강제로 닫을 지,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가지 않을 때 처벌이 있을 지 아니면 강제로 가게 할 지 등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고 불안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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