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100일을 앞두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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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국립국악원은 전통음악을 올곧게 전승하는 것이 주된 임무라 생각합니다. 전통음악의 가치를 국민과 전 세계에 확산하고, 대중 사이의 친숙한 음악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영운(67) 국립국악원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내 국악박물관에서 취임 100일을 앞두고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포부를 밝혔다.

김영운 원장은 국악 이론 전문가로 한양대 국악과 교수, 한국국악학회 이사장,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등을 지냈다. 취임 직전인 지난 6월까지 국악방송 사장을 지냈다. 김 원장은 “3년 임기를 받아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며 “직원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걸 가까이에서 느낀 상황이었기 때문에 매우 송구하다”고 밝혔다.

김 원장이 국립국악원에 취임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전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범 내려온다’의 이날치 밴드의 인기에 힘 입어 악단광칠 추다혜차지스 잠비나이 등 전통음악의 다양한 변주가 이어지며 대중의 호감이 높아졌다. 최근엔 국악 크로스오버 경연 프로그램인 ‘조선판스타’까지 등장했다. 김 원장 역시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원장은 “근래 국악으로 분류된 작품은 선율이나 리듬이 외국 대중음악에 가까운 게 많아 엄밀히 국악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하지만 대중은 앙상블 안에 국악기가 한두가지 섞이거나 판소리 발성을 일정 부분 쓰면 국악이라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음악들이 전통음악에 소원했던 대중을 끌어오는 마중물이 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본래의 전통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고 이러한 음악도 필요하고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립국악원의 지향점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과는 다르다. 김 원장은 “국립국악원은 전통에 충실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전통에 충실하면 재미를 놓칠 수 있고 대중에게 다가서는 것이 힘들 수 있으니 대중이 친숙하게 느끼도록 전통에 입각해 재창조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교육의 중요성, 음악 작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음악 시간에 국악의 비중을 늘리고, 서양음악에 익숙한 교사들을 재교육하는 것, 전통음악을 소재로 변주곡을 만들거나 관현악으로 편곡하는 것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국립국악원이 보유한 음악과 무용 등 예술종목은 전통문화로서 가치가 높은데도 우리 사회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며 “한국 전통음악과 궁중음악, 민간의 수준높은 음악의 진가를 알리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립국악원은 김 원장의 취임과 함께 개원 7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시 ‘국립국악원 미공개 소장품전: 21인의 기증 컬렉션’을 마련했다. 이 전시는 내년 2월 27일까지 국악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무료로 열린다.

국립국악원은 1995년 국악박물관 개관 이후 한 번도 소개하지 않은 기증자 21명의 유물 113점을 선보인다. 1964년 3월 국립국악원 최초 해외(일본) 공연 당시 활약상, 민간단체인 삼천리가무악의 미국 뉴욕 카네기홀과 링컨센터 필하모닉홀 공연, 1973년 작곡가 윤이상이 독일 본 공연에서 사회와 해설을 맡아 한국 음악을 소개한 해설 육성 등도 볼 수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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