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올해의 기억할 인물 김대건 신부 선정
신리,건축예술·친자연조경·프랑스유물 어우러져
동쪽, 북쪽바다도 가진 왜목 일출·일몰 모두 감상
버그네 순례길 관광公 대전충남지사 강소관광지
아미미술관,삼선산수목원,면천읍성 국민놀이터로
일출 일몰을 한꺼번에 볼수 있는 당진 왜목마을 해넘이 풍경 [자연·인문 팸투어 전문가그룹 지앤씨, 정백호 작가 드론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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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성지 자체가 작품인 당진 신리성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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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영화 ‘명량’이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우던 2014년, 한국에 온 프란체스코 교황은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송산리의 솔뫼성지를 방문해, 자유와 평등을 위해 목숨 마친 김대건 신부와 당진의 수많은 순교자들의 영전에 고개를 숙이고 예를 표했다.
당진 소년 대건 안드레아는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았고, 불과 나흘전인 9월16일은 순교한 지 175년 되던 날이다. 그는 유네스코 ‘올해의 기억할 인물’이다. 올해 만큼은 한국을 넘어, 세계 인문학 분야 BTS다.
▶깊은 사랑 움튼 곳, 국민 놀이터로= 프란체스코 교황은 방한 당시 국내의 여러 이웃들의 사연들을 미리 알아보고 방한 기간 내내 일일이 찾아가 희망을 전하면서,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리더십을 몸소 실천했다. 그가 가는 곳 마다 스스로 환영하러 나온 인파가 넘쳤다. 종교가 무엇이든, 어디에 살던 중요하지 않았다. 2014년은 프란체스코 교황,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사랑과 애민정신이 끊임없이 국민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모두가 마음 포근해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추석 무렵인데도 상사화가 여전히 아름다운 삼선산 수목원 사람들은 동물들의 먹잇감도 수목원 곳곳에 놓아둔다. 이 동물밥상은 방문객들이 손수 만들어 먹이가 없어보이는 곳에 두면서 자연사랑을 실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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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방문했던 곳, 그가 경하해 마지 않았던, 당진의 성지들은 지금 드넓은 초록빛 대지 위에 예술적인 조형물, 다양한 산책로, 큰 의미를 담은 기념물 등으로 단장해 모든 국민들의 휴식처로 거듭났다.
방문자 개개인이 어디에 살든, 무엇을 믿든, 중요하지 않다. 그저 거닐기 좋고 아름답기에, 거리두기에 매우 적합한 놀이터이기에, 순교자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려 나의 영혼을 정화시키기에 찾는 것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사진 맛집’인데다 건강산책을 하는 곳이라, MZ세대 젊은가족과 대학생, 연로한 어르신 부부 등이 많이 찾는다.
당진에는 일출과 일몰을 한 곳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국내 몇 안되는 ‘사진 성지’ 왜목, 아미미술관, 삽교 놀이동산, 당진현 보다 더 컸던 면천군(지금은 당진시 면천읍)의 읍성 등 미음완보하며 천천히 여행할 곳이 참 많다.
예당평야와 신리성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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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야외미술관 같은 카타콤바 신리성지= 합덕읍의 신리성지는 유럽의 어느 야외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예당평야가 주변에 속시원하게 펼쳐진 가운데, 예술적인 성당, 잔디밭, 프랑스의 유물들, 습지와 갈대밭 등이 잘 어우려져 있다. 포토포인트에 흰색 집 모양의 쉼터로 마련해두는 등 설계자의 온화함, 개방성도 느껴진다.
이곳은 제5대 조선교구장 다블뤼 주교가 거처하던 곳, 민중들이 자유와 평등을 구가하던 공소와 멀지 않다. 다블뤼 주교는 1845년 10월 김대건 신부와 함께 강경에 첫 걸음을 내디딘 후 1866년 갈매못에서 순교하기까지 21년 동안 조선에서 활동했다. 그는 내포지방 천주교 유력자였던 손자선 토마스의 집에 은거하면서 황석두 루카의 도움을 받아 천주교 서적을 저술하거나 한글로 번역했다.
그리고 조선 천주교사와 순교자들의 행적을 수집해 훗날 달레의 ‘한국천주교회사’의 기초를 닦았으며 103위 성인을 탄생시키는데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신리성지는 순교자들이 태어난 집과 마을, 경작하던 농토도 그 지명들과 함께 그대로 유지되어 순교자들의 자취를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손자선 성인의 생가와 함께 안주교와 오신부, 민신부 그리고 황석두 루가 등 성인 네 명이 붙잡힌 ‘거더리’의 집(신리 99번지)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신리는 조선에서 가장 큰 교우 마을이었으며, 선교사들의 비밀 입국처, 한국의 카타콤바(로마시대 비밀교회)였다. 감동적인 이곳의 역사는 “반드시 찍어야해” 사진촬영의 의지를 북돋운다.
프랑스에서 가져온 신리성당 종탑. 성지인데도 사진맛집 답게 포토존 프레임도 만들어 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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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내 순례길=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언택트 관광지인 버그내 순례길은 한국천주교회의 초창기부터 이용되었던 순교자들의 길이자 신앙의 선배들이 걸었던 순례길이다. 삽교천의 물줄기를 중심으로 내포의 사도라 불리던 이존창 루도비코의 탄생지 및 활동지였으며,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집안의 신앙이 꽃피웠던 곳이다.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지사장 송현철)와 자연인문학 팸투어전문가그룹 지앤씨(대표 전계욱)에 따르면, 이중환이 ‘충청도에서 제일 좋은 땅’이라고 했던 내포는 바닷물이 육지 깊숙이까지 들어와 포구를 이루어 배들이 드나들며 새로운 문물을 전해주는 장소였으며, 서양의 선교사들이 이곳을 통해 한국에 들어와 활동했다.
주요 성역이 되는 솔뫼성지와 원시장, 원시보 형제의 탄생지와 활동무대, 신리성지와 교우촌, 박해가 끝나고 탄생한 합덕성당 공동체로 이어지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세부적으로는 솔뫼성지→합덕제/수리민속박물관→합덕성당→합덕제중수비→원시장/원시보 우물→무명 순교자의 묘→신리성지로 짜였다.
버그내 순례길은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의 강소형 잠재관광지로도 선정되어 있다.
김대건 신부 생가앞에는 프란체스코 교황이 경배하는 모습이 동상으로 재현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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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뫼성지,합덕제,합덕성당=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가 출생한 솔뫼성지는 국가문화재 사적이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고개숙인채 경배하는 모습의 동상을 지나 생가 뒤쪽 언덕을 오르면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김대건 신부의 동상을 만난다. 소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서는 ‘십자가의 길’이 조성되어 있다.
모자이크화가 여럿 눈에 띈다. 많은 성당과 수도원, 교회당, 종교미술을 체험,감상하는 유럽여행은 어찌보면 성지순례이다. 스페인 등 유럽에서 자주 보이는 모자이크 예술은 마음 속에 품었던 성자들의 행적을 오래 보존, 간직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붉은색 건물의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기념 성당 및 기념관’은 김 신부와 밀사들이 조선 입국을 위해 탔던 라파엘호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여 건축했다. 인공으로 만든 작은 연못에는 모네의 수련 처럼 작고 예쁜 연꽃들이 피어있다. 건축물의 부제는 ‘기억과 희망’이다. 복합예술공간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당시 이곳에서 23국, 6000여명의 청년을 만났다. 지상 1층짜리 건물인데, 4750㎡로 넓다. 하늘에서 보면 여러색의 꽃잎이 서로 의지하는 들장미 모습을 닮았는데, 제8대 교구장 뮈텔 주교의 문장을 형상화한 것이다.
김대건 신부가 유럽 출신 종교인들을 위해 만든 외국어 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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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뫼성지 북쪽 합덕면 합덕제는 예당평야 농업용수를 대기 위해 신라말에 축조된 예당제(연지:蓮池)가 있는데, 인근에 고딕양식의 합덕성당이 있다. 1899년 초대 본당주임 퀴를리에 신부가 현 위치에 한옥성당을 건축했고, 7대 주임 패랭 신부가 1929년 현재 건물인 벽돌로 된 고딕양식 성당을 새로 지었다.
합덕 사람들의 포교속도는 매우 빨라, 주민 대비 신도수의 비율도 매우 높았는데, 서학을 공부하며 평등사상을 알게돼 기나긴 수탈과 핍박을 극복할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식 세례 절차를 몰라 선지자가 신심이 깊은 주민들에게 임시 세례를 하고, 나중에 공식 세례를 받는 과정을 보면, 한국 크리스트교의 자생력, 좋은 세상 만들기를 향한 이 지역민의 열망 등을 읽을 수 있다.
아미미술관도 사진맛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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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바다, 북해도 가진 왜목과 아미미술관= 좀 더 북쪽으로 가면 해발 350m의 아미산 자락에 아미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낡은 폐교를 이곳 관장 박기호 구현숙 부부가 예술을 품은 공간으로 재탄생 시켰다. 지역의 건축, 문화, 풍속, 생활상 등을 훼손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개방하는 생태미술관을 지향하고 있다. 아미는 프랑스어로 친구를 뜻하기도 한다.
야외전시장은 평소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하며 야외 조각 및 설치 미술을 전시하고 있다. 미술관 내 다섯 개의 전시실과 복도에서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아미미술관의 가장 큰 매력은 전시실마다 커다랗고 네모진 창으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진다는 것. 염불 보다는 젯밥, 즉 작품 보다는 사진촬영 때문에 오는 사람도 많다. 레지던스 작가들이 있어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
당진은 충남이지만 위도상 경기도 평택과 같다. 이유는 평택만 북서쪽으로 당진땅이 삐죽이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즉 서해로 분류되는 당진을 기준으로 보면 평택만은 동해다.
왜목마을 동북쪽 바다과 왜가리 조형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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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목마을은 당진시 최북단에 위치해 평택 북쪽인 화성 궁평항이 코앞이다. 즉 당진 입장에서는 당진동쪽 바다와 서쪽바다를 한꺼번해 조망하는 곳, 북해 까지 가진 몇 안되는 입지조건이다. 그래서 왜목에선 일출과 일몰을 한곳에서 볼수 있다.
해넘이 장관은 석문면 대난지섬와 소난지섬 사이의 비경도를 중심으로 감상한다. 해발 70m 가량의 왜목마을 뒷산인 석문산 정상에 오르면 왜목마을 서쪽에 대호간척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뒤(동쪽)를 돌아보면 왜목의 바다가 펼쳐지는 풍광과 마주할 수 있다. 정식 활공장은 아니지만, 마니아그룹이 만들어놓은 임시활공장에서 패러글라이딩이 떠 다니며 왜목의 운치를 더한다.
왜가리를 닮은 지형 답게, 해변에는 초대형 왜가리 조형물이 있고, 그 주변에서 물때엔 해수욕을, 썰물때엔 수생생물을 관찰을 즐기는 가족여행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면천읍성의 불거리, 여러 장르 퓨전형 건축물에 들어선 책방과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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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천읍성 속 미술관,방앗간,맛집,천연기념물= 면천군과 당진현은 과거 같은 고을 다른 행정구역이었다. 지금은 당진시의 한 읍이지만 예전엔 면천군이 더 컸다. 면천읍성은 현재 옛 풍경 속에 새로운 즐길거리를 더한 온고지신 놀이터가 됐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떡 방앗간부터 오래된 미래 책방, 미인 상회, 진달래 상회 잡화점, 읍성 안 그 미술관, 구수한 콩국수 맛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풍악루, 군락정, 면천의 마르지 않는 샘물인 ‘안샘’과 천연기념물 551호 은행나무까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부터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넘쳐 난다. 둘레 1558m에 적대 7곳, 옹성 1곳, 여장 56곳, 우물 3곳과 동헌, 객사 등 8개 관아 건물이 있었던 곳이다.
‘당진아이(eye)’. 삽교호 놀이동산의 대관람차가 해질녘에도 움직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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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천읍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골정 쉼터는 인공섬이 있는 연못 한가운데 볏집 올린 정자(건곤일초정)가 촬영욕구를 일으킨다.
당진-아산-평택이 만나는 평택만 당진쪽 삽교호 놀이동산의 대관람차는 런던 아이(eye) 처럼 당진 아이로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고, 21만㎡의 면적에 각종 수목, 자생식물이 식물도감처럼 펼쳐진 삼선산수목원은 당진시가 최근 단장한 청정생태의 신상품이다.
100~200년전 당진 사람들의 평화와 평등, 자유를 향한 희생과 사랑의 족적은 마침내 2021년 추석, 예술과 건강성이 돋보이는 국민놀이터로 거듭나, 후손들에게 얼굴 가득한 미소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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