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지하상가를 방문,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1.10.04. yulnet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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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대장동 의혹'이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하면서 야권 대권 경선의 양강구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전략적 공세로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나란히 여권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맹공격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를 통해 반문(反文) 결집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홍 의원은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을 동시에 타격하며 반(反)이재명·반(反)윤석열 지지층을 파고드는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쉴 새 없이 터져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이 지사의 지지율은 하락은커녕 오히려 골수 지지층이 결집하며 더 공고해지자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은 이재명"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주목할만한 점은 윤 전 총장이 '조국사태 시즌2'로 규정하며 조국 전 법무장관을 대장동 의혹에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이 지사가 국민의힘 측 인사들이 연루된 정황이 불거지자 대장동 게이트가 아닌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반격하자, 윤 전 총장은 "덮어씌우기의 달인"이라고 맞받았다.

윤 총장은 "상식과 공정, 정의를 짓밟았던 조국 비리를 검찰개혁을 내세워 여론을 호도하고, 사건의 본질을 변질시키려 했던 것과 똑같은, 덮어씌우기 여론전을 펴, 조국사태 시즌2를 만들고 있다"며 "그야말로 정의의 이름으로 정의를 죽이고 공정의 이름으로 공정을 짓밟는 짓"이라고 규탄했다.

또 이 지사와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의혹 특검을 거부하자 "혹시 드루킹 특검의 쓰라린 기억 때문인가? 아니면 김경수 지사의 악몽 때문인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주장하면서 특검을 거부하는 건, 모순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이는 '조국사태'나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으로 인해 조국 전 장관이나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비호감도가 큰 반문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반문(反文) 바람을 타고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윤 전 총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대체로 반비례 관계라는 점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질 경우 여권 지지층의 대거 이탈이 예상됐으나 오히려 지지기반이 공고해지자 윤 전 총장 입장에선 내심 적잖게 당혹스러웠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상대 당 대선주자에 대해 직접적인 평가나 비판을 자제해왔던 윤 전 총장이 '대장동 정국'에선 전면에 나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관련의혹에 거부감을 가진 반문 지지층을 다시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대권주자 중 '빅2'로 분류되는 홍준표 의원도 '이재명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4일 경남 진주을 당협을 방문해 청년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홍준표 캠프 제공) 2021.10.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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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을 '윤십원'으로 조롱한 이 지사를 "이일원"이라고 조롱했고, 이 지사 측근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구속되자 "대장동 비리의 설계자인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공범"이라며 유착관계를 부각하고 있다.

'대장동 의혹'을 두고 대체로 국민의힘 다른 후보들은 공세의 초점을 이재명 지사에게 집중하는 데 비해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에 대한 공격 포인트도 쌓고 있다.

홍 의원은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윤 전 총장이 검찰의 최고 수장으로서 대장동 비리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을 두고 당시 사정당국의 책임자로서 무능하다고 질타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에 깊이 관여한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만배씨의 친누나이자 천화동인 3호 사내이사인 김모씨가 윤 전 총장 부친과의 부동산 거래 경위도 석연찮다고 보고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홍 의원의 이 같은 '쌍끌이 공세'는 윤 전 총장과의 양강 구도에서 역전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 읽혀진다. 여권이 의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윤 전 총장을 '대장동 프레임' 안에 가둬놓고 리스크를 최대한 부각시켜 윤 전 총장의 지지기반을 흔들겠다는 심산이다.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을 두고 "대선후보로선 부적절한 메가톤급 비리 의혹"이란 글을 올렸다가 삭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을 이 지사와 동일한 '불안한 후보'로 몰아붙여 당심을 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윤 전 총장에 대한 파상 공세는 윤 전 총장 대세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국민의힘 지지층, 장년층과 보수층에게 '윤석열=불안한 후보' 프레임으로 표심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윤 전 총장에 대한 과도한 공세는 내부 총질로 여겨져 '1위 후보를 지켜야 한다'는 심리를 자극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홍 의원은 이런 점을 감안해 공세 수위를 조절하면서 '이재명 때리기'를 병행해 전통 당원들의 거부감을 희석시키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 전 총장 쪽에선 홍 의원의 이 같은 쌍끌이 공세가 달가울리만은 없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이상일 공보실장은 한 라디오에 "여당이 지금 대선을 앞두고 있으니까 정치공세를 너무 지나치게 펴고 있는 것도 그런데, 지금 홍준표 후보 쪽에서 사실관계를 전혀 확인도 하지 않고 흠집내기 공세를 한다"며 "공격을 해서 표를 좀 반사이득을 통해서 얻겠다는 이런 태도는 정정당당하지 못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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