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과학 분야 10여명 후보군 올라
기초과학 분야 취약해 20~30년 걸린다는 전망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제120회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마무리됐지만 한국은 올해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과학계에선 기초과학 연구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한국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수상자가 나오려면 향후 20~30년은 더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고 해서 한국의 과학자들이 우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주로 응용과학면에서 월등한 실력을 인정받는 과학자들이 많고, 종종 노벨상 후보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논문을 다른 학자가 인용한 횟수를 기준으로 후보군을 뽑아 발표하는 학술정보 분석기관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A)가 올해 생리의학상 수상자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린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가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1976년 세계 최초로 유행성 출혈열 병원체·면역체를 발견해 ‘한탄 바이러스’로 명명하고 예방 백신까지 개발에 성공, 전 세계에서 해당 질환을 퇴치하는 데 결정적인 공로를 세웠다.
클레리베이트는 2014년에도 나노구조의 새로운 물질 합성법을 발견한 유룡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특훈교수, 2017년엔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한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지난해엔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상용화에 물꼬를 튼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를 각각 후보군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히 피인용 논문 숫자를 잣대로 판단한 결과에 따른 예측이어서 정확하진 않았다. 실제 노벨상 수상에는 인지도·연구 네트워크, 독창성 및 기술적·사회적 파급력, 타 상 수상 여부 등 변수가 많아 CA의 예측이 맞은 건 15.7%(59명)에 그쳤다.
이들 외에 노벨과학상에 근접해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과학자들도 많다. 한국연구재단(NRF)은 2019년 한국 출신의 전도 유망한 노벨상 후보군 과학자 17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물리학의 경우 ‘메타 물질’(신소재)인 그래핀의 물리적 특성을 규명한 세계적 석학인 김필립 하버드대 교수, 탄소 나노튜브를 이용한 전자 소자·연료전지를 연구한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 플랙서블 디스플레이 전자 소자를 개발한 안종현 연세대 교수 등 3명이 꼽혔다.
화학 분야에서는 김광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김종승 고려대 교수 등 9명이 선정됐다. 김광수 교수는 양자화학을 이용한 자기조립현상을 예측한 연구로 유명하다. 김종승 교수의 경우 특정 부위에 효과적인 약물 전달 시스템을 개발해 질병 치료에 새장을 열었다.
리튬이온전지 양극재·차세대 전지 시스템을 개발한 선양국 한양대 교수, 생체 주요 물질 이미징용 형광센서를 개발한 윤주영 이화여대 교수도 이름을 올렸다. 리튬 이차전지 양극·음극 소재 원천 기술을 개발한 조재필 UNIST 교수도 있다.
생리의학 분야엔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등 5명이 각각 후보군에 들었다. 김빛내리 교수는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모두 분석하는 데 성공한 후 공개해 치료제·백신 개발에 도움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위암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최초로 입증한 방영주 서울대 교수, 시스템 생물학, 합성 생물학 및 진화 공학 기법을 접목한 시스템 대사 공학을 연구한 이상엽 KAIST 교수, 진핵세포의 생리작용에 관여하는 인지질 분해 효소(PLC)를 발견한 이서구 연세대 교수, 유전체에 단위반복변이라는 구조적 유전체 변이가 존재하는 것을 최초로 규명한 이찰스 이화여대 교수 등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단층촬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을 개발한 세계적 뇌과학자 조장희 고려대 석좌교수, 옥수수박사로 널리 알려진 김순권 한동대 석좌교수 등도 노벨상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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