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분당 사옥 전경.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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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논란을 빚은 네이버가 ‘괴롭힘 조사위원회’와 ‘괴롭힘 심의위원회’라는 새로운 사내 기구 설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괴롭힘 발생 시 기존 사측 전담기구인 ‘리스크관리위원회’를 대신해, 노사가 공동 참여하는 이 기구들을 통해 더 신뢰성 있게 진상 조사를 하고 징계를 내리겠다는 것이다. 괴롭힘 문제를 독단으로 처리해온 네이버 경영진이 현행 방식이 잘못됐음을 사실상 스스로 인정한 셈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네이버 직원의 극단적 선택 사건과 관련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고인에 대한 괴롭힘과 경영진의 사태 방치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7월 조직문화 개선을 권고했었다. 네이버가 이 권고에 따라 내부적으로 개선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구체적인 내용 일부가 외부에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 ‘노조 패싱’ 태도 고치고 노사 공동 대응하기로
20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이 네이버로부터 제출받은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따른 개선 계획’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런 방향으로 괴롭힘 신고와 구제 절차의 전면 개편을 검토 중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의원으로부터 받은 요구에 따라, 전날 네이버가 이 의원실에 제출한 개선안의 일부 내용이다.
개선안이 현행 방식과 가장 다른 점은, 괴롭힘 신고·조사·징계 과정에서 그동안 배제했던 노조를 참여시킨다는 점이다. 현재 네이버는 인사 담당 직원이 괴롭힘 신고를 받으면, 사외이사로 구성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위임한 외부 법무·노무법인을 통해 사실 여부를 조사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경영진이 괴롭힘 여부와 정도를 판단하고 징계 여부와 수위 또한 결정한다. 이를 두고 오세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지회장은 최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지난 5월 사건의 책임자는 경영진인데 징계를 결정하는 것도 전적으로 경영진의 권한이기 때문에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개선안 방식은 ‘직원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은 직원’을 상담원으로 정해 괴롭힘 신고와 상담을 맡긴다. 신고된 내용은 노조 또는 노사협의회,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 괴롭힘 조사위 주도로 진상 조사가 이뤄진다.
마찬가지로 노조 대표자, 인사 담당 임원, 고용 담당자, 외부 전문가 등 노사 위원이 고루 포함된 괴롭힘 심의위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심의한다. 징계 여부와 수위 역시 경영진의 자의적인 판단이 아니라, 별도로 마련될 규정을 근거로 정해진다. 현재는 없는 모니터링 담당자를 두고 사내 괴롭힘 여부를 감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초과 근무하면 전산 시스템·회사 출입 차단
네이버는 고인 죽음의 또 다른 원인이었던 조직장의 과도한 업무지시를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법정근로시간 최대치를 초과할 경우 직원이 더 이상 일하지 못하도록 전산 시스템 접속을 제한하는 ‘셧다운제’와 사옥 출입을 제한하는 ‘게이트오프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그럼에도 직원이 초과 근무하는 일이 벌어질 경우 업무를 지시한 조직장 등 책임자를 징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네이버는 또 ‘임신축하금’ 제도를 도입해 직원의 임신 사실을 조기에 파악하고 노동관계법으로 규정된 ‘임산부 보호 의무’를 지키기로 했다.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네이버가 지난 3년간 임신 중인 직원 12명에 대해 초과 근무를 시킨 사실이 드러나면서 나온 대책이다.
네이버는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14일까지 본사 임직원의 72%인 2937명이 참여해 글로벌 조직 컨설팅 기업 ‘콘 페리(Korn Ferry)’로부터 조직문화 진단을 받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콘 페리는 전 세계 기업 400여곳, 직원 800만여명의 진단 결과 데이터와 비교해 네이버의 조직문화 수준과 필요한 개선 사항을 도출한다. 네이버는 이달 중 결과를 받아 모든 임직원에게 공개하고 올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이 내용들을 포함해 크게 8가지 항목으로 정리된 이번 개선안은 전날 시작된 노사 단체협상의 주요 안건으로 상정돼 양측 협상을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앞서 경영진이 자체 조사와 징계 결정을 통해 직원 죽음 사건을 일단락시키자, 노조는 노사 공동 위원회를 설치해 괴롭힘 문제를 더 객관적으로 해결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다만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괴롭힘 재발 방지를 위해 연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한 ‘경영체계 쇄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전날 이 의원실에 제출되지 않았다. 네이버는 일부 경영진 교체를 포함한 조직 개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숙 대표는 지난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단계적으로 연말까지 리더십을 변경하는 과정에 있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비례)은 “작업 과정의 고충과 어려움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를 직장 내 괴롭힘 조사와 심의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은 매우 바람직 한 결정이다”라고 환영하면서도 “아쉬운 건 괴롭힘 방조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임원(최인혁 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이 자회사(네이버파이낸셜·해피빈 등)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고 최근 그곳에서 또 괴롭힘 발생 진정이 제기되는 등 전반적인 경영체계 혁신안이 미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안에 경영체계 쇄신안 등을 포함한 보다 전향적인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개선안이 발표되길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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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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