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중국 국영 전력기업들의 연합체인 중국전력기업연합회(CEC)는 최근 ‘3분기 국가전력 수급 상황 분석·예측 보고’를 통해 “전력 사용량이 최고조에 달하는 겨울철에는 전국 전력 수급이 부족할 것”이라며 “특히 일부 지역의 전력 수급은 불안정한 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국영 기업인 국가전망공사(State Grid Corporation)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올해 겨울과 내년 봄까지 전력 수요는 전반적으로 타이트할 것”이라며 “전력 공급 앞에 닥친 거대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주요소에 요소수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요소수는 최근 중국이 자국 수요 부족 등을 이유로 수출을 제한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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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력난 추이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 요소수 대란 향방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요소수 원료인 요소의 97%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심각한 전력난을 겪으면서 지난 달부터 요소 수출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요소는 석탄 또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데, 최근 전력난이 심화되면서 석탄 등 연료원을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석탄 산지에 가을 홍수가 닥치면서 생산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호주와의 관계 악화로 호주산 석탄 공급도 끊긴 상황이다. 현지 요소 공장 역시 각 지방정부가 에너지 소비를 통제하면서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달 둘째주 중국 요소 생산가동률은 67.24%, 일평균 생산량은 14만9000톤(t)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6%포인트(p), 4.1% 감소했다.
현재 국내 요소수 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중국의 요소 수출 재개 뿐이다. 국내 요소수 시장 50%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004000)은 급한대로 러시아 요소 확보에 나섰지만, 당초 중국에서 들여왔어야 할 물량의 10% 수준에 불과한 데다 그마저도 내년 1월부터 공급이 가능하다. 정부가 이번주 호주로부터 요소수 2만리터를 들여오기로 했지만, 이는 국내 경유 화물차 200만대 중 0.001%인 2000대에 1번 넣을 수 있는 분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산업용 요소도 물량이 충분치 않고 제품 성능을 맞추기도 어렵다”며 “중국 수입이 재개되지 않는 한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르면 이달 말 요소수 재고가 동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번 중국 겨울 기온이 예년보다 낮아 난방 수요가 증가 추세를 보이는 데다 석탄을 쓰는 화력은 물론 나머지 에너지원의 전력 발전량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CCTV에 따르면 추운 날씨로 중국 북부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예정보다 10~15일 앞서 주거 및 상업 건물의 중앙 난방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CEC는 “수력발전은 겨울철 강수량이 적어 에너지 저장분이 감소할 것”이라며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 비중이 지속 증가하고 있지만 그만큼 간헐성, 변동성 역시 대폭 증가해 전력 피크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수력발전은 전체 발전량의 18%, 풍력(7.1%)·태양광(3.4%)은 10%를 차지했다.
봄이 되고 날씨가 풀린다고 해도 상황이 나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중국은 비료난도 겪고있는데 이는 화학비료가 천연가스, 석탄 등 요소와 같은 원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봄이 되면 농사철을 맞이해 농업용 비료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 현재 중국 상황이 언제쯤 나아질지 전망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 내부 석탄 부족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요소 수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트라 베이징 무역관은 “팡정선물연구원은 이번 조치의 수출 억제 효과로 시장가격은 점차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계절적 요인으로 수요가 위축되고 있으며 석탄 등 생산원료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어 중국 내 비료 및 요소 생산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라며 “중국 내 공급이 개선되지 않으면 수출제한 조치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현재 석탄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9월 석탄 수입량은 전년 대비 76% 증가했다. SCMP는 “모잠비크, 남아프리카, 카자흐스탄, 콜롬비아 등 비전통 (거래) 국가를 개척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신화통신은 “국가전망공사의 석탄 재고가 9932만t으로 반등했고 사용 가능 일수도 20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에 요소 관련 신속한 수출검사 등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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