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부터 독일 전국민·그리스는 60대 이상에 적용
오스트리아는 새 변이 확인 전 도입 방침 발표
"시민 자유 강조해온 유럽, 기존 확산에 변이 겹치자 궁여지책"
오미크론 변이에 다시 마스크 쓴 영국인 |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 주요 국가들이 그동안은 주저했던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을 과감하게 도입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15건의 오미크론 변이 감염 의심 사례가 나온 독일은 전 국민 백신 접종 의무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차기 총리는 연내에 백신 접종 의무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2월 말이나 3월 초까지는 입법화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그리스는 백신 접종 의무화에 더해 과태료까지 얹었다.
이날 그리스는 내년 1월 중순부터 60세 이상 연령층에 접종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하면서 백신 접종 거부자에겐 매달 100유로(약 13만원)의 벌금을 물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까지 유럽연합(EU)에서 보건 종사자 등 직무를 중심으로 백신 의무화 조치를 시행한 사례는 있었으나, 이같이 특정 연령층 전체에 의무 접종을 하는 국가는 그리스가 최초라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영국도 내년 1월 말까지 18세 이상의 추가 접종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영국에서는 이날부터 대중교통과 상점 등에서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됐다.
영국은 오미크론 변이 감염 사례를 총 22건 파악했으며,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부 장관은 "이미 지역감염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 유입에 백신접종 속도 내는 스페인 |
델타 변이의 집중 공격을 받은 오스트리아는 오미크론이 최초 보고되기 전인 지난달 20일 이미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를 발표했다.
최근 유럽이 코로나19 진앙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동유럽에서 코로나 유행이 재발하자 내놓은 조치다.
이에 따라 내년 2월부터 오스트리아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의무화된다. 미접종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코로나19 관련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은 66%로, 이는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총리는 "과학이 우리에게 바이러스 확산과 봉쇄 조치가 이어지는 악순환에서 탈출할 티켓과 가능성을 줬다"면서 "결국 이 티켓을 받으려는 사람이 충분치 않아 우리가 현재 상황에 부닥쳐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통적으로 시민의 자유를 강조해 온 유럽이 최근 백신 의무화 정책에 성큼 다가선 것은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상황이 급격히 악화함에 따라 나온 궁여지책이라고 CNN은 전했다.
유럽에서 봉쇄조치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일상의 일부가 된 만큼, 백신 의무화 정책에 대한 시선도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오스트리아에서는 정부가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이달부터 백신 접종률이 상승했다.
지난 4주간 1회 이상 백신 접종자 비율이 4%포인트 이상 올랐다.
오스트리아 보건부 자문역인 페터 클리멕 빈 의과대학 교수는 "예측 모델링 관점에서는 백신 접종률을 높여도 그 자체로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엔 충분치 않다는 게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이는 보건 의료 체계의 붕괴를 막는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백신 의무화가 도움이 되냐고 묻는다면, 이 조치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방법을 찾는 한 그렇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오스트리아 빈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소 안내문 |
한편, 최근 대유행에서 상대적으로 다른 유럽국가보다 확산세를 억제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예가 주목받고 있다.
두 국가 모두 명시적으로 전 국민 백신 의무화 조치를 선언하진 않았으나, 미접종자의 다중 이용 시설을 제한하는 '백신 패스' 정책을 몇 달째 시행 중이다.
식당과 카페, 영화관을 방문하거나 장거리 열차를 이용하려면 백신을 접종했거나 최근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의료 종사자 등 일부 국민에게는 백신 의무화 조치를 시행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토마스 헤일 교수는 "프랑스의 조치는 접종 의무화 조치의 전형을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
헤일 교수와 동료들이 180개국을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 중국, 브라질 외 프랑스가 사실상의 백신 의무화 조치를 효과적으로 사용 중인 국가로 꼽혔다.
실제로 백신 패스를 도입한 지난 7월 이후 40%대였던 프랑스의 접종 완료자 비율은 현재 약 70%까지 올라갔다.
이탈리아 역시 자체 백신 패스인 '그린 패스'를 모든 근로 사업장에 적용하기로 한 지난 9월 중순부터 접종률이 5% 이상 증가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29일 기준 이탈리아의 백신 접종 완료자 비율은 약 73%다.
이탈리아 산 라파엘레 대학의 바이러스 연구자인 로베르토 부리오니 박사는 그린 패스을 통해 접종률이 올라간 것뿐 아니라 오스트리아가 실시한 재봉쇄 조치처럼 가혹한 제재를 꺼내는 일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린 패스의 가장 주목할 만한 효과는 20대와 30대 연령층의 접종률이 많이 증가했다는 것"이라면서 "젊은 층은 바이러스 전파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우 활동적인 사회적 삶을 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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