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마저 막히며 '대출절벽' 지적에 기류 변화
여야 대선후보 등 정치권 압박도 영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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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내년에도 고강도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실시가 예고된 가운데 전세·집단대출 등 서민 실수요자 대출은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유례없는 강도로 이뤄진 규제로 '대출 난민'이 속출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서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정치권의 압박에 따른 선심성 규제 완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계부채 총량규제 탄력적 운영 …"서민·실수요자 대출 끊기지 않을 것"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원회는 전날 '가계부채 당정협의'를 열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세·집단대출 등 서민·실수요자 대출은 최대한 끊기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운용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이날 협의에서는 중·저신용자,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총량규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 인센티브 부여 방안은 금융권과 협의 후 이달 중 확정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당과 금융당국이 이 같은 안을 포함해 가계부채 총량규제의 유연하고 탄력적 운영 계획을 밝힌 것은 서민 실수요자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대출이 재개됐다는 소식도 잠시, 2금융권 대출마저 전방위적으로 막히며 서민 실수요자가 대출 절벽으로 빠르게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최근 가계대출 취급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농협과 수협 등 다른 상호금융도 주택 관련 신규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특히 2금융권의 마지막 보루인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도 올해 총량한도(21.1%) 한계치에 임박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 9월 기준 39조5225억원으로 총량한도까지 남은 금액이 불과 1조3688억원에 불과하다. 10~11월 증가분을 감안하면 현재 남은 대출 여력은 사실상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금융권 역시 규제 준수 여부에 따라 내년도 총량규제 수준이 결정되는 만큼 대출에 적극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증가세는 4.61%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5%선에서 0.4%포인트도 채 남지 않았다. 최근 일부 은행이 대출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체감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등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가계대출을 일제히 조이자 대출을 받지 못한 실수요자들은 분노의 화살을 정부로 돌리고 있다. 강도 높은 규제로 금융권 대출이 잇따라 막히자 돈을 빌리지 못해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여야의 대선후보가 대출규제에 따른 실수요자 피해를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도 금융당국과 여당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압박 수위를 높인 점이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수요자 배려 바람직…고신용자는 내년도 어려울 듯
전문가들은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배려가 검토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총량규제로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이 중·저신용자인 점을 감안할 때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총량규제에서 소폭 예외해주기보다는 전폭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저신용자와 달리 고신용자들은 내년에도 돈을 빌리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은행은 금융당국에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4.5~5%로 제시했다. 올해보다 최대 1%포인트나 낮아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기존보다 6개월 앞당겨 다음 달부터 본격 시행된다. 내년 1월부터는 총대출액이 2억원이 넘는 모든 대출에 대해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다. 연초 급전이 필요한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돈 빌리는 것이 여간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능력이 충분한 사람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말고 어려운 이들에게만 대출을 내주라는 것은 금융의 기본논리로 설명이 안 되는 일"이라며 "금융사 입장에서는 자칫 부실대출 비율이 크게 올라갈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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