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춤했던 가계대출 증가세가 갑자기 폭증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듯
DSR 2단계 적용, 대출금리 상승, 주춤해진 부동산·공모주 시장 등 영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다음달 집 보수공사를 앞두고 신용대출 1억원을 계획했던 김주혁씨(44)는 신용대출 우대금리가 최대 0.6%포인트 상향 조정된 첫 날인 3일 주거래은행 창구를 찾았다. 하지만 영업점 직원과 상담 후 당초 계획보다 적은 5000만원 신용대출만 요청했다. 대출 우대금리가 상향된 덕에 당장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 금리가 3.5% 수준으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갚아야 하는 다른 대출금 이자 부담이 커 꼭 필요한 자금만 대출 받기로 한 것이다.
새해 가계대출 총량관리 한도 재설정으로 은행들이 중단했던 대출상품 판매를 재개한 첫 날인 3일. 서울 주요 시중은행 창구 분위기는 특별한 ‘붐빔’ 없이 여느 때와 비슷했다.
A은행 강남지점 대출 상담 직원은 "지난달까지는 안됐던 1주택자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이달부터 가능해졌지만,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창구를 방문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신규 주담대 판매가 전면 재개됐더라도 부동산시장이 주춤한탓에 실제 대출로 연결 되는 경우는 드문 상황"이라고 말했다.
B은행 여의도지점 직원도 신용대출 우대금리 부활로 영업점에 고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까지는 우대금리 적용 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신용대출을 받더라도 대출금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 꼭 필요한만큼만 받으려는 고객들이 부쩍 많아졌다"면서 "예전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 때처럼 최대한 대출을 끌어다 쓰려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은행들이 새해를 맞아 묶여있던 가계대출 관리 한도를 풀면서 대출 여력이 지난해 말보다는 좋아졌지만 대출 실행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다. 필요 자금 조달을 위해 미리 대출 상담을 받아놓은 고객들이 새해들어 바뀌는 조건들을 확인한 후 대출을 실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은행 관계자는 "1월은 전통적인 대출 비수기인 데다 금리 상승기에 당장 총부채권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이 시작된 것이 대출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은행들이 대출 문을 더 열었지만 실수요자 중심으로 필요한 만큼의 대출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은 3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에 우대금리를 적용했지만 잔액이 12월 마지막주(27~31일)와 큰 차이가 없었다. 신용대출에 우대금리를 적용한 은행 역시 3일 신규 취급건수와 금액 모두 지난주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영끌’ ‘빚투’를 자극해온 공모주 청약시장도 조용한 상황이라 지난달 주춤했던 가계대출 증가세가 갑자기 폭증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출 문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을 예상해 가능할 때 미리 대출을 받아두는 가수요가 있겠지만 금융시장 환경 변화로 폭증세가 나타나기는 힘든 분위기라는 것이다.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9조529억원으로 전월보다 3649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금리상승과 규제가 겹치면서 ‘조’ 단위 증가세가 꺾였다. 이 가운데 신용대출은 잔액은 139조5572억원으로 전월대비 1조5766억원이 감소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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