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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5세대 이동통신

통신사, 3년 미뤄온 ‘진짜 5G’ 기지국 구축 한 달 만에 신고제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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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5g gif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5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면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고, 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를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가 지난해까지 ‘진짜 5G’ 실현을 위한 28㎓(기가헤르츠) 기지국 구축 의무 수량을 채울 수 있도록 기존 기지국 ‘설치’ 기준을 ‘신고’제로 바꿔 사실상 유예 기간을 준 데다, 통신사 1곳이 1개의 기지국을 구축하면 업체별로 총 3개의 기지국으로 인정해주는 통신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다. 특히 정부의 ‘신고제’ 방침 발표 이후 통신사들은 지난 2018년부터 2021년 11월까지 2년 반 동안 신고한 기지국 구축 신고(437대)에 3배 이상에 달하는 1677대를 지난해 12월 한 달에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실제로 준공을 완료한 28㎓ 5G 기지국은 138대로 집계됐다.

앞서 이동통신 3사는 지난 2018년 정부로부터 5G 주파수 할당을 받으며 지난해 연말까지 28㎓ 기지국 총 4만5000대를 구축하겠다고 했었다. 의무 이행률이 0.3%에 그친 것이다. 사업자별로는 SK텔레콤이 99대, KT가 39대를 설치했고 LG유플러스는 단 한 대도 준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2021년 말 기준 28㎓로 활용 가능한 서비스 발굴을 위해 단독으로 344대를 구축 및 준공 신고 했다”라며 “올해 1월 3일부터 검사를 실시해 현재 78대 준공검사 완료했고, 이번주 중 추가로 약 60대 검사 완료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28㎓ 5G 기지국은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며 정부와 통신 3사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구현하기 위한 선결 과제다. 통신 3사의 기지국 구축 이행이 더뎌지면서 ‘진짜 5G’ 상용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정부가 통신 3사의 기지국 구축 이행이 어려워지자 유예 기간을 부여하며 편의를 봐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2018년 5월 28㎓ 5G 주파수를 할당할 당시 기지국 설치 의무이행 인정기준에는 3년차(2021년)까지 ‘개설 신고한 기지국에 설치된 장비’로 공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31일 발표한 이행점검 기준에는 ‘2021년 12월 31일까지 과기정통부에 신고된 무선국’으로 변경하며 공고내용에 있던 ‘설치된 장비’를 삭제했다.

양정숙 의원실 관계자는 “통신 3사가 일단 구축 계획인 기지국 수만 제출한 후 구축을 완료하면 되니 사실상 4개월이라는 시간을 번 셈이다”라고 했다. 정부가 연말까지 접수 건수를 기준으로 올해 4월 구축 이행률을 평가할 예정이니, 통신사로서는 4개월이라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행점검 기준은 내부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통신사에 별도 유예기간을 준 것은 아니다”라며 “LTE 때도 그렇고 모두 기준대로 해왔다”라고 해명했다.

과기정통부의 기지국 구축 의무이행 인정 기준 변경 후 통신 3사들의 신고 건수는 대폭 증가했다. 통신 3사는 기지국 구축 이행 기간 마지막 달인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기지국을 1677대를 설치하겠다고 무더기로 신청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파수를 할당했던 2018년 5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2년 6개월 동안 기지국 설치 신고가 437대에 불과했던 것과 대비된다.

양정숙 의원은 “통신 3사들이 구축한 기지국수가 미미해서인지 과기정통부는 돌연 통신 3사의 기지국 구축 의무이행 인정 기준을 기지국 설치신고서 서류만 제출하면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해석하도록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통신 3사가 기지국 구축 의무이행 인정 기한에 임박해 신청서류 접수에 목을 맨 것은 서류만 제출하면 주파수 회수라는 최악의 제재를 피하는 최소요건을 맞출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과기정통부가 통신 3사의 공동 기지국 구축을 각자 설치한 것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힌 점도 반영됐다는 게 양정숙 의원의 지적이다.

과기정통부가 올해 4월 진행할 기지국 구축 이행점검에서 통신 3사의 공동구축분 인정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점도 ‘통신사 봐주기’ 의혹에 불을 지피고 있다. 통신 3사는 과기정통부에 28㎓ 지하철 와이파이 공동구축에 대한 의무 국수를 요청했고, 과기정통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A 통신사가 1대의 기지국만 구축해도 A, B, C 등 업체가 각각 구축한 3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이로써 통신 3사는 기지국 전체 설치 분량의 10%(4500개) 이상 기지국 구축을 충족해 점검기준 1단계 최소요건을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정숙 의원은 “과기정통부와 통신 3사가 국민의 권리는 무시한 채 눈 가리고 아웅 식 꼼수로 위기 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라며 진행상황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라며 “과기정통부는 이제라도 국민의 통신 서비스 복지를 위해 올바른 28㎓ 5G 서비스 정책 방향과 입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난 2018년 할당 공고한대로 올해 4월 30일까지 제출된 할당조건 이행실적에 대해 현장점검과 평가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과를 도출할 것이며 의무 이행 미흡 시 할당 취소 등 제재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동사용 인정은 국민들에게 무료 고품질 서비스 제공을 위한 사업자의 건의를 정부가 전문가 의견수렴 등으로 결정했고, 통신 3사는 정부와 협력해 지하철 와이파이 서비스 개선을 포함하여 28㎓ 대역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다만 28㎓ 대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비, 단말, 서비스 등 관련 생태계의 구축과 기업 간 거래(B2B) 분야의 실질적인 수요가 필요한 만큼 효과적인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정부와 지속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했다.

김양혁 기자(presen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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