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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오미크론' 변이 확산

미국인 과학·의학 신뢰 양극화…오미크론 정점서 '치명적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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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믿느냐 물음에 민주 64% vs 공화 34% 긍정

불신층 대체로 백신거부…코로나19 입원·사망 역대 최고수준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전 세계를 휩쓴 기간 미국의 민주·공화당 지지층 사이 과학·의학에 대한 신뢰도가 2000년대 들어 가장 양극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정점으로 치달으며 사망자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중에도 여전히 백신 접종률이 정체돼 확산세를 억누르지 못하는 데는 이런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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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의무화 반대 시위에 참석한 미국 시민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26일(현지시간)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는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 3일까지 4천32명 미국 성인 대상으로 실시한 '2021 종합사회조사'(General Social Survey, GSS) 결과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미국인 중 48%가 과학계가 크게 신뢰가 간다고 대답했지만,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응답이 크게 갈렸다.

여당인 민주당 지지자 중 이런 응답자는 64%까지 올라가지만, 야당인 공화당 지지자 중에는 34%까지 내려가며 이들의 격차가 30%포인트에 달했다.

2018년 같은 응답자가 민주당 51%, 공화당 42%로 조사돼 차이가 9%포인트에 불과했지만, 3년 만에 세 배가 넘게 벌어졌다.

현대 의학을 크게 신뢰한다고 대답한 응답자 비율도 민주당 지지자(45%)가 공화당 지지자(34%)보다 높았다.

과학·의학뿐 아니라 언론에 대해서도 민주당 지지자가 공화당보다 높은 신뢰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 출처로 언론을 크게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민주당 지지자가 18%였지만 공화당 지지자는 3%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중 마스크·백신 등 공공 방역을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다 못해 음모론과 허위정보까지 속출하는 현 상황에서 이런 결과가 놀랍지 않으며, 오히려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평했다.

미 라이스대 역사학 교수 더글러스 브린클리는 "과학의 세계는 진보, 보수가 실제 데이터를 통해 합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소가 돼야 하는데도 오히려 분쟁이 벌어지는 위태로운 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예일대 기후변화 연구자인 앤서니 레이세로위츠는 "코로나19 대유행에 접어든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여러 공화당 지도자, 보수 매체 등이 의료 전문가들을 겨냥해 비판을 쏟아내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자, 주류 매체들이 반대로 이들을 옹호하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다"면서 지지자들이 정치인의 발언 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조지아대 기상학 교수 마셜 셰퍼드는 "우리는 사람들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백신을 맞을 바에 차라리 오줌이나 청소용 화학물질을 몸에 집어넣겠다고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이런 세태는 공포가 쌓이고, 비판적 사고가 결여된 데다 확증편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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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백신 반대 시위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실제로 이런 과학·의학에 불신을 드러내는 공화당 지지층은 코로나19 백신에도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백신 거부 성향은 미국에 백신 물량이 넘쳐나는데도 접종률이 정체 중인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5일 기준 미국에서 백신 접종을 끝낸 인구 비율은 63.2%로, 주요 7개국(G7) 중 꼴찌인 반면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확진 사례는 오미크론 변이로, 백신 접종자가 이 변이에 감염되면 중증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백신 접종 인구 증가세가 정체된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입원이 필요한 지경까지 악화한 환자가 최근 매일 15만명 이상 쏟아지고 있으며, 사망자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구가 3억3천500만명 정도인 미국에서 25일 기준 7일간 하루 평균 사망자는 2천25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작년 1∼2월은 미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왔던 시기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등 전염병 전문가들이 부스터샷(추가 접종) 접종을 독려하지만,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한 현 상황에서는 이조차 쉽지 않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23일 미국 대부분 주에서 다음 달 중순에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동부에서는 확산세가 정점을 지나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서부와 남부 주에선 여전히 확진자가 늘고 있다며 백신과 부스터샷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선 입원 환자가 늘면서 고통이 더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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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받는 미국 시민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앞서 미국 정부는 공공·민간에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방안으로 접종률을 늘리려 했다.

그러나 미 정부가 추진했던 연방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에 대한 백신 의무화 조치에 법원이 과도한 권한 행사라며 제동을 걸자, 결국 좌초됐다.

다만 법원은 미 정부가 병원, 요양원 등 의료 기관 종사자를 상대로 내린 의무화 조처에 대해선 필요성을 인정해, 유효한 상황이다.

이에 미 전역의 7만6천여개 의료, 요양 기관 종사자 104만명은 오는 27일까지 백신을 최소 1회 접종해야 한다.

미 국방부도 지난해 8월부터 군인들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 이를 따르지 않은 장병을 퇴출 중이다.

현재까지 해병대가 총 334명을, 공군이 111명을 퇴출한 데 이어 미 해군도 25일 백신을 끝내 접종하지 않은 23명의 장병을 강제 전역시켰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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