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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중국이 그렇게 자랑하던 '제로 코로나', 기로에 서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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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력 강한 오미크론 변이 확산, 올림픽·춘절 맞이 대이동, 주무기 백신 잃는 등 삼중고

네이처 "출구 전략 마련해야" 조언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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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중국의 강력한 봉쇄를 기반으로 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기로에 섰다. 다음주 베이징 동계 올림픽과 최대의 명절인 춘절이 시작되면서 대규모 인구 이동이 불가피하다. 이미 지난달부터 곳곳에서 발생한 오미크론 변이를 광범위한 봉쇄로 간신히 억제해 온 중국 당국으로선 버틸 여력이 없게 됐다. 특히 자국에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들이 모두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선 '물백신'에 불과한 것으로 판정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오미크론 변이 대확산을 막을 길은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홍콩대 전염병학자 벤 카울링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오미크론 변이는 이전 변이 때보다 더 대처하기 어렵고 지역사회로 퍼져나가 통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말했다.

실제 중국은 최근 몇주간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2020년 2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이 시작된 후 가장 큰 규모로 환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말 하루 신규 감염자 수가 361명으로 최고 기록을 찍자 중국 정부는 인구 대비 매우 적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수백만명이 사는 도시들을 봉쇄하고 일제히 검진을 실시하는 등 예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로 인해 봉쇄된 도시에 갇힌 주민들은 식량이나 의약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고통을 겪었다. 시안에선 외부로 통하는 비행기편을 비롯한 모든 교통망이 통제되기도 했다. 이같은 중국의 방역 정책은 지난 2년여간 일일 신규 감염자수를 100명 이내로 억제하면서 성공적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아왔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하루 평균 수십만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성과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우선 중국 당국이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무기로 활용했던 백신이 소용없게 됐다. 중국 당국은 불활성화, 즉 독성을 없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일부 조각을 체내에 주입해 인체내 면역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의 백신을 제작해 지난 2년여간 약 30억 도스를 접종했다. 전체 인구의 85%가 2차 접종까지 마쳤으며 3차 접종(부스터샷)을 마친 사람도 많다.

하지만 최근 세계 각국의 연구에서 중국에서 제작된 불활성화 백신들이 오미크론 변이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황옌중 미국 뉴욕 외교협의회 중국보건정책 전문가는 네이처에 "오미크론 변이의 높은 전염성과 함께 (중국의)백신에 대한 신뢰 부족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는 것을 더욱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중국인들의 가장 큰 명절인 춘절이 시작되면서 중국 당국은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 춘절을 맞아 고향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에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여행 자제를 당부하고 있긴 하지만 완전히 금지하지는 않고 있어 어쨌든 일부 인구 이동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달 4일 개막되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으로 많은 해외 관계자들이 입국하고 인구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방역을 어렵게 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방역을 위해 올림픽 참가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철저한 방역 조치가 이뤄진 비행기를 타고 들어와 호텔과 스포츠 시설만 오가게 할 예정이다. 또 일반인을 대상으로 입장권을 팔지 않으며, 소수에게만 응원이나 고함을 지르지 못한다는 전제하에 입장권을 제공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출구를 마련할 지, 아니면 계속 유지할 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올림픽ㆍ춘절을 계기로 불활성화 백신 대신 오미크론 변이에 더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등으로 부스터샷 접종 비율을 높여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개방할 경우 치명적이라는 생각에 중국 지도자들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계속 고집할 가능성도 높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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