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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코로나19, 사상 첫 인체 실험의 놀라운 결과[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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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연구팀, 36명 대상 인체 직접 주사 실험

절반이 미감염… "유사 바이러스 경험 또는 선천적 면역력 때문일 수도"

"백신-치료제 개발 연구에 중요한 진전"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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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영국의 한 연구팀이 사상 처음으로 인체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직접 주입하는 실험을 실시한 후 결과를 공개했다. 절반 가량은 아예 감염되지 않았고, 나머지도 경증을 앓았을 뿐이었다. 과학자들은 절반의 참가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체에 직접 투여됐는데도 감염되지 않은 이유가 향후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주목하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 연구팀은 지난해 초 18~30세 사이의 젊고 건강한 자원자들을 상대로 적은 양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체에 주입한 후 경과를 지켜보는 실험을 실시해 관련 논문을 지난 2일 사전공개사이트인 '리서치 스퀘어'에 공개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 초기 영국에서 유행했던 바이러스를 소량 투여받았다, 이 결과 36명의 참가자 중 18명만 감염됐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았다. 또 심각한 중증을 경험한 사람도 없었다. 감염된 18명 중 16명만 가볍거나 중간 정도의 증세를 바이러스 접종 2~4일 후에 보고했을 뿐이다. 증상 별로는 감염자 중 67%(12명)이 후각장애를 호소했다. 감염자들은 인후통, 콧물, 후각 및 미각 상실 등의 증상을 겪었다. 바이러스양과 증상 사이에 상관 관계는 보고되지 않았다. 즉 무증상 감염자 조차도 많은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높은 감염력이 확인됐다. 참가자들은 호흡기 내 비말 한 방울에 들어 있을 만 한 양의 적은 양의 바이러스를 투여받았다. 연구자들은 감염에 더 많은 양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감염된 사람들은 이틀도 지나치 않아 증상을 발현하기 시작했고 유전자증폭 검사(PCR)에서 양성 진단을 받았다. 보통 코로나19 감염자들이 5일 안팎의 잠복기를 갖는 것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로 병증이 진행됐다. 감염 후 5일째 가장 바이러스 보유량이 많았고, 9~12일까지도 남에게 전파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았다. 참가자들에게 투여 된 바이러스는 목구멍에서 처음 감지됐고, 곧바로 코로 확산돼 급격히 증식했다. 코 속 바이러스의 양은 감염 후 10일 후에나 정상으로 회복됐다.

연구자들은 왜 절반의 참가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체에 직접 주사받았는데도 감염되지 않았는 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미감염자들 중 일부는 짧은 기간 동안 낮은 수준의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는 그들의 면역체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워 물리쳤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연구자들은 해당 참가자들이 이전에 일반적인 감기에 걸렸다가 치유되면서 코로나19에 저항력을 얻었을 수도 있고, 또는 그것과 상관없이 선천적인 강력한 면역 체계를 갖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크리스토퍼 치우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 교수는 "어떻게 이전에 노출된 적이 없는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면역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 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며 "델타 변이를 사람들에게 직접 주사하는 실험도 실시할 예정이다. 백신을 접종한 후에도 발생하는 돌파감염을 막을 수 있는 면역 요소를 연구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연구 결과를 두고 과학계에서는 찬반 양론이 일고 있다. 우선 백신ㆍ치료제 연구에 중요한 수단이라며 찬성하는 이들이 있다. 마일스 대븐포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면역학 교수는 "잠재적으로 미래의 백신ㆍ치료제 효능 판단을 위한 실험을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본다"면서 "통제된 환경에서 면역을 연구할 수 있다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 줬다"고 환영했다.

반면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마 샤 미국 시카고 '루리어린이병원ㆍ노스웨스턴대' 생명윤리학 교수는 "참가자들을 장기간 후유증에 시달리게 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 중요한 시험이었는지 의문이 있다"면서 "이번 연구가 도덕적으로 정당한 것인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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