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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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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네이선 첸, "차준환 집중력에 놀라…경쟁력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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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0일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즐겁게 연기하고 있는 금메달리스트 네이선 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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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선 첸(23·미국)은 '점프 괴물'로 유명하다. 그는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공식 경기에서 4회전 점프 5종(러츠·플립·루프·살코·토루프)을 모두 성공한 선수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도 명불허전의 기술을 보여줬다. 지난 10일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시도한 다섯 차례(플립 2회, 러츠·살코·토루프 1회)의 4회전 점프를 모두 실수 없이 해냈다.

그 결과 첸은 새로운 '피겨 황제'로 등극했다. 총 332.60점(쇼트프로그램 113.97점, 프리스케이팅 218.63점)의 압도적인 점수를 얻어 단숨에 왕좌로 점프했다.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이다. 귀신에 홀린 듯 실수를 연발했던 4년 전 평창 대회의 아쉬움을 씻고, 흔들림 없는 세계 최강자의 위엄을 뽐냈다.

베이징에 남아 홀가분하게 남은 올림픽 일정을 즐기고 있는 첸은 17일 국내외 일부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 챔피언'의 자부심과 기쁨을 전했다. 긴 시간 자신을 도와 준 코치진과 어머니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피겨 종목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강조했다. 4년 뒤 또 달라질 피겨의 미래에 기대를 표현하면서 "앞으로도 내 모든 무대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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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관중에게 인사하는 금메달리스트 네이선 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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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을 딴 뒤 어떻게 지냈나.

"베이징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곧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정말 행복하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는 과정이 힘들었을 텐데.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종목을 경험하면서 극도의 긴장을 포함한 다양한 상황을 준비하고 배웠다. 모든 무대가 긴장되는 것은 사실이다. 결과가 어떨지에 대한 기대나 두려움도 있다. 혹시라도 나오게 될 실수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대비하기도 한다. 지난 몇 년 간 이런 부분을 많이 훈련하고 준비했다. 멘털 코치와 함께 트레이닝도 많이 했다."

-무시무시한 점프로 유명하다. 이를 위해 꾸준히 연습하는 부분이 있나.

"점프하는 방법을 나 스스로 터득할 수는 없다. 나의 쿼드러플 점프들은 수년 간 내 코치들과 어머니의 도움을 통해 만들어낸 것이다.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점프를 뛰는지 관찰하기도 하고, 특히 쿼드 점프를 어떻게 뛰는지 눈여겨 봤다. 싱글부터 더블, 트리플부터 쿼드까지 내가 점프하는 모습을 녹화해 다시 돌려보기도 했다. 또 코치들이 매일 나의 점프에 대해 조금씩 조언을 해주고 이런저런 팁을 준 덕에 발전하고 보완했다. 정말 다양한 사람의 도움과 많은 시간이 녹아 있다.

나와 경쟁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는 것도 도움이 됐다. 다른 선수들의 경기에서 특별한 부분을 유심히 보고, 그들이 어떻게 점프를 뛰고 멘털을 관리하는지도 신경 썼다. 이런 과정들이 모두 즐겁다."

-프리스케이팅 의상은 프로그램 음악 '로켓맨'과 굉장히 잘 어울렸다. 디자이너 베라 왕과 어떤 부분을 협의했나.

"일단 베라 왕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즐겁고 기뻤다. 그는 정말 훌륭한 디자이너이자 훌륭한 사람이다. 디자인이 좋을 뿐 아니라 경기할 때 편안한 옷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스케이팅을 할 때 입기 편한 옷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베라 왕과 그의 팀이 최상급의 의상을 준비해 그런 역할을 정말 잘해줬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맨 처음 구상한 디자인이 실제 작품처럼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베이징올림픽 챔피언인 당신에게 '올림픽 정신'이란 무엇인가.

"올림픽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다. 다양한 나라와 문화에서 온,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을 만날 수 있다. 나라를 대표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종목이나 경기에 큰 열정을 갖고 임한다. 우리 모두 준비한 것을 가장 잘 보여주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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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즐겁게 연기하고 있는 금메달리스트 네이선 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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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 차준환을 잘 알고 있나. 쿼드러플 점프가 대세인 피겨 남자 싱글에서 그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차준환이 첫 점프에서 실수한 것으로 기억한다. 같은 선수로서 놀란 건, 그렇게 실수를 한 뒤에도 바로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나 역시 과거에 겪어봐서 알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차준환이 금세 다시 집중해 실수를 만회한 점을 높이 샀다.

피겨스케이팅은 단순히 기술이 전부가 아니다. 요즘 많은 남자 선수들이 쿼드 점프를 구사하면서 기술적인 면이 조금 더 부각되긴 했지만, 그것 외에도 더 많은 요소에서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또 차준환도 앞으로 쿼드 점프를 더 많이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번에 점프 실수를 하고 나서도 굉장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높은 점수를 받지 않았나. 차준환을 비롯한 한국 피겨스케이터들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피겨스케이팅의 미래를 아직 한 방향으로 단정하긴 이를 것 같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다. 4년 전, 8년 전에는 피겨스케이팅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4년 뒤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앞으로가 기대되고, 차준환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의 무대도 기대된다."

-올림픽 정상에 올랐는데, 앞으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예를 들어 김연아는 여전히 '퀸 연아'로 알려져 있다.

"김연아 선수를 정말 좋아한다. 한두 해 전에 한국에서 김연아 선수와 함께 스케이팅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처음 만났는데 정말 기쁘고 흥분됐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될 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경기에 집중하고 최고의 성적을 내길 바랄 뿐이다. 가끔은 만족스러울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그렇지 않다. 늘 나의 모든 무대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어릴 때부터 점프하는 것을 좋아했고, 얼음 위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거워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렇다. 일단 지금은 베이징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기고 있고, 집에 돌아간 뒤에는 어떤 계획을 세우게 될 지 기대된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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