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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결산] 잡음 많던 올림픽을 올림픽답게 만들어준 감동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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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이겨내고 금메달 획득한 맥스 패럿

동료 양보로 출전해 빙속 금메달 딴 '첫 흑인' 잭슨

뉴스1

암 투병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따낸 맥스 패럿.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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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처음으로 열린 동계올림픽은 대회 기간 내내 한복 공정 논란과 편파 판정, 도핑 파문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정정당당하게 지난 4년의 노력을 겨뤘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은 올림픽을 올림픽답게 빛냈다.

질병과 편견을 이겨내며 인간 승리 드라마를 작성한 선수도 있었고 세상을 떠난 동료를 위해 뛰며 전 세계에 큰 감동을 선물한 이들도 있었다.

캐나다의 스노보드 선수 맥스 패럿은 지난 7일 조국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겼다. 결선 이후 오심에 따른 판정 이득을 봤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으나 암 투병을 극복한 메달리스트 패럿의 성과를 흠집 낼 순 없었다.

패럿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암의 일종인 림프종 진단을 받아 병원에 누워 있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이 종목 은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선 지 불과 10개월 뒤였다.

패럿은 당시 6개월 동안 12차례나 항암 치료를 받았는데 몸과 마음이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SNS를 통해 자신의 투병기를 공개하며 다시 설원에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힘겨운 항암 치료를 이겨내고 기적처럼 건강을 회복한 패럿은 지난 1월 캐나다 대표로 발탁, 마침내 베이징행 티켓을 따냈다. 그리고 4년 전보다 더 높은 곳에 섰다.

패럿은 "4년 간 암을 이겨내는 등 많은 일이 일어났다. 어려움이 많이 따랐지만 많은 도전 끝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이 메달은 내게 많은 것을 의미한다"며 감격적인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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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이밍은 오심의 피해를 봤지만 판정을 존중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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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의 피해를 보며 패럿에게 금메달을 내줬던 18세의 쑤이밍(중국)은 판정에 승복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 감동을 줬다. 오심을 한 심판을 향해 비난이 쏟아지자. 쑤이밍은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한다. 우리는 이것을 더 발전한려는 동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쑤이밍은 열흘 후 열린 스노보드 남자 빅에어에서 오심 논란 없이 압도적인 기량을 펼치며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쑤이밍은 개인 첫 금메달과 함께 중국의 역대 동계올림픽 최다 금메달 신기록 수립이라는 겹경사를 누렸다.

오스트리아 알파인스키 선수 요하네스 스트롤츠도 역경을 이겨내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금메달을 따냈다.

스트롤츠는 지난 10일 알파인스키 남자 복합에서 2분31초43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남자 복합은 그의 아버지 후베르트 스트롤츠가 1998 캘거리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종목이다. 1992년생인 스트롤츠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었다.

올림픽 알파인스키 같은 종목에서 부자가 우승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스트롤츠는 "이 금메달은 나의 꿈이 이뤄진 것"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진기록보다 더욱 의미가 있던 것은 스트롤츠가 어렵게 이번 대회에 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트롤츠는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는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최고 성적도 10위에 불과했다.

베이징행 티켓 획득이 힘겨워 보였던 스트롤츠는 본업인 경찰 임무를 하면서 틈틈이 가족 농장 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스위스 아델보덴에서 열린 월드컵 회전 경기에서 우승하며 반전을 일으켰고, 그렇게 힘겹게 나선 무대에서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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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 여자 500m 경기에서 미국의 에린 잭슨이 결승선을 통과 후 성조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2022.2.1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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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선 동계올림픽 새 역사가 쓰여 졌다. 에린 잭슨(미국)이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37초04의 기록으로 우승하며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흑인 메달리스트가 됐다.

잭슨의 금메달로 화제를 모은 것은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동료인 브리트니 보였다. 보의 양보가 있었기에 잭슨의 금메달이 가능했다.

잭슨은 지난 1월 대표 선발전에서 레이스 중 중심을 잃는 바람에 3위에 그치며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1위를 차지한 보가 잭슨에게 출전권을 양보하면서 극적으로 베이징행 티켓을 확보할 수 있었다.

금메달을 따낸 잭슨과 진한 포옹을 나눈 보는 "나는 잭슨의 금메달을 예상하고 있었고, 오늘 잭슨은 자신이 여기 있어야 하는 이유를 증명했다"라며 기뻐했다. 선의를 베푼 보도 17일 열린 여자 1000m에서 3위에 오르며 개인전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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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우승 후 특별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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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난 13일 3000m 계주 금메달을 따낸 후 세상을 떠난 동료를 기리는 감동적인 세리머니를 펼쳤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우승한 네덜란드 선수들은 간이 시상식에서 일제히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2년 전 향년 27세의 일기로 눈을 감은 옛 동료 라라 판 라위번을 기리는 세리머니였다.

판 라위번은 2018 평창 대회에서 여자 3000m 계주 동메달을 따냈지만, 2020년 7월 훈련 중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고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사인은 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계주 결승을 앞두고 "판 라위번을 위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며 각오를 다졌고 금메달을 따내며 그 약속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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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클래식에서 카를로스 퀸타나(왼쪽)를 격려하는 이보 니스카넨(오른쪽).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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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가 아닌 참가에 의의를 둔 선수도 있었다. 눈이 내리지 않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이티는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첫 발자취를 남겼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크 압디는 알파인스키 남자 대회전에 참가해 89명 중 44위에 이름을 올렸다. 40여명이 완주하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이조차도 대단한 기록이었다. 아이티의 라차드슨 비아노도 알파인스키 남자 회전에서 34위에 오르며 아름다운 도전을 마쳤다.

패자를 위로하는 훈훈한 장면도 있었다.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클래식에선 카를로스 퀸타나(콜롬비아)가 완주한 95명 중 최하위에 그쳤다. 그의 기록은 55분41초9로 1위 이보 니스카넨(핀란드·37분54초8)보다 18분 가까이 차이가 났다. 퀸타나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 그를 따뜻하게 맞아준 것은 니스카넨이었고, 이 장면은 전 세계에 큰 감명을 줬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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