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 좋은 정권 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지난해 11월 1일 세번째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123일만에 야권 단일화를 선언했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들고자 하는 정부는 미래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통합정부'다. 국민통합정부를 통해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승자독식, 분열의 정치를 넘어 모든 국정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포부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3.03 kilroy023@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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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는 지지자들을 향해서는 "제 결심에 실망한 분이 많이 계시리라 생각한다"면서 "제3당으로 계속 존속하면서 열심히 투쟁하길 원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분들께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그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반드시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실행력을 증명해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숱한 반목, 대립 끝에 윤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협상 일지 공개 등 단일화 논의 과정을 둘러싼 '폭로전'이 전개돼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은 멀어졌던 상황이다.
그동안 안 후보는 "거대 양당이 정권교체가 아닌 적폐교대를 한다"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공세를 지속했다. '안일화(안철수로 단일화)'를 내세우며 자신을 중심으로 한 연대가 아니면 대선 완주를 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왔다. 윤 후보 측이 여론조사 국민경선 제안에 명확히 답을 내놓지 않은 데 대한 불쾌감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날 안 후보는 국회에서 단일화 공동선언문을 낭독하며 "오늘의 선언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늦은 만큼 쉬지 않고 끝까지 확실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낮 12시30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후부터는 안철수 '후보'에서 안철수 '대표'로 다시 돌아와 "우리나라를 좀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바꾸겠다"는 대의를 따르게 됐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3차 법정 TV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옆을 지나가고 있다. 2022.03.02 photo@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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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는 전날 TV토론에 국민의힘의 상징 색인 '빨강'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이를 두고 안 후보가 단일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성의를 보여준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공동선언문 초안 역시 국민의당 측에서 먼저 작성했다.
두 사람의 회동 일정은 전날 오후 8시 열린 TV토론 전부터 조율이 돼 토론 직후 확정됐다. 회동 장소는 두 사람이 모두 잘 아는 장제원 의원의 매형 집이었다.
윤 후보는 지난달 27일 "안 후보로부터 단일화 결렬 통보를 받았다"며 협상 일지를 공개한 바 있다. 이후 사흘 만에 단일화가 극적 성사된 것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3월 9일 대선이 끝난 이후 신속하게 합당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윤 후보는 기자회견 후 취재진을 만나 단일화 성사 소회를 "안 후보를 그전에 뵙고 여러 차례 만나고 했으면 서로가 훨씬 더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지 않았겠는가. 아쉬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안 후보도 "그때 이후로 많은 고민과 많은 분의 말씀을 들었다"며 "저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제 몸을 던져가며 우리나라를 좀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바꾸고자 정권교체에 몸을 바친 사람이다. 제 개인적인 어떠한 손해가 나더라도 그 대의를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당장 눈앞의 대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안 후보는 당원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이 같이 말하고 "저와 함께 거친 광야에서 꿈꾸고 노래했던 우리 일당백 당원동지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길고 고통스런 고뇌 끝에 결단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민주화 이후 10년 주기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어떤 정권도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실망시키면 5년 만에 교체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도 우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정권교체를 통해 정부의 역할과 권능으로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국민의 삶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3일 새벽 후보 단일화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입장하고있다. 2022.03.03 leehs@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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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의 단일화는 사전투표를 불과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정치권에서는 당초 후보 등록 기간이었던 지난 지난달 13~14일을 야권 후보 단일화 '1차 마지노선'으로 봤다. 이어 투표용지 인쇄일이었던 지난달 28일의 하루 전인 27일이 단일화 '2차 마지노선'으로 거론됐다. 결국 세번째 마지노선이자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이날이 야권 단일화 성사일이 됐다.
국민의힘은 투표 용지 인쇄 전까지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음에 따라 "단일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끈을 놓지 않겠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국민의힘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당내에서는 야권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마침내 두 사람의 단일화가 성사된 데 대해 "신뢰를 갖고 합당 절차에 돌입하면 선거 후 일주일이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 열망이 높고, 그걸 위해서 정권교체란 대의 하에 하나로 뭉친 모습이 국민들께서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주실 수 있는 힘으로 작용될 거라 본다"고 진단했다.
합당을 마친 국민의힘이 중도층, 호남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전국 정당화'에 한발 가까이 갈 수 있단 기대감도 높아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두 사람이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것과 관련해 "안철수가 달라진 듯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가 달라진 듯하다. 좋은 말로 하면 성숙해진 것이고 나쁜 말로 하면 노회해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아무튼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에서 좀 더 온건하고 합리적인 보수로 변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한편 안 후보는 후보 사퇴, 합당 후 자신의 역할론에 대해 "제가 꼭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지금 현재 국민의힘을 보다 더 실용적인 정당, 중도적 정당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면서 "그래야만 국민의힘이 더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는 대중 정당이 될 수 있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선은 국민의힘을 보다 더 실용적이고 중도적인 정당을 만드는 일에 공헌하고 싶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kimej@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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