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족쇄 풀어달라"
금융망분리 완화 등 한목소리
3%룰 폐지 등 업계 숙원 요구
기업하기 좋은 환경 필수
건설업계, 중대재해법 개선 주문
5G·메타버스 등 신기술 육성도
교육·사회제도 변화를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우선과제
법원개혁 통해 사회갈등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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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규제완화·세제개편을 포함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차세대 산업을 선도할 기반을 조성해달라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큰 틀에서 인공지능(AI)·메타버스 등 4차 산업혁명 글로벌 판도가 급변하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의 새 시장 선점과 글로벌 교역 확대가 이뤄져야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금융·증권업권은 빅테크와 규제 형평성을 높여 공정한 경쟁의 판을 만들고, 주식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 선진화를 요청했다. 건설업계는 주거비 부담 완화와 수급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주택공급 정책의 대전환을 기대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이 예방효과의 한계를 드러낸 만큼 규제 일변도보다는 업계의 현실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는 국민통합을 위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사법제도 개선이 급선무이고, 교육계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이 주요 정책과제였다.
■금융·핀테크 "추가 규제완화 필요"
9일 대기업·금융·증권·건설업계 등은 새 정부에 규제완화로 차세대 산업을 성장시키고,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정책적 기틀을 조성해달라고 주문했다.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는 추가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이런 가운데 기존 금융권은 빅테크와의 규제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면업무 확산으로 빅테크, 핀테크 업계는 새 정부가 적극 추진할 과제로 '금융 망분리 완화'를 꼽았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은행권이 데이터 경쟁력으로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금융그룹 내 자회사 간 정보공유, 은행의 비금융 진출 규제, 마이데이터 서비스 개선, 빅테크와 규제 형평성을 꼽았다.
인터넷은행들은 대출 총량규제를 해소해 중금리대출 등 서민금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달라는 입장이다. 카드업계는 가맹점과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신용카드 수수료 합리적 개선, 보험업계는 연금계좌나 연금보험 등 보험상품 세제지원을 추가해달라고 요구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모색하고 세제 선진화를 위한 정책을 주문했다. 금융투자협회는 "모험자본 공급이 시장을 통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세제 선진화를 통해 미래 지속가능한 투자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투자자 보호는 강화하되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대응해 글로벌 정합성을 갖추고, 자본시장이 중산·서민층의 건전한 재산형성 터전이 될 수 있도록 정책 개선을 요청했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협의체인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의 폐지와 경영권 방어수단의 도입, 상속세제 개선을 주문했다.
■중대재해법 개선 요구도 높아져
건설업계는 주택정책 관련 주거비 부담 증가, 수급 불일치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의 대전환을 요구했다. 임대차2법은 수도권 주택시장의 안정을 담보할 때까지 유예하고 세 부담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택 문제 극복을 위해 규제와 공공 중심의 정책운영에서 벗어나 주거안정화, 자산형성 지원 등 대원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예방효과에 한계를 드러낸 중대재해법 개선을 위해 업계와의 이견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석인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 "규제의 양산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라며 "예산 편성의 모호함, 전담조직 운영의 한계, 발주자·원도급·하도급자 간의 적정공기와 비용 확보에 대한 이견 등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보통신기술(ITC) 업계는 새 정부에 AI, 메타버스 등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신을 위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빠르게 변하는 ICT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시장 성장을 이끌어가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통신업계는 5G(5세대 통신)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메타버스, 확장현실 콘텐츠(XR) 개발 등 기반환경 조성을 기대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AI·메타버스가 전산업 모든 분야에서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며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플랫폼 산업, 대체불가능토큰(NFT), 블록체인 등 국민들 이해도는 높아진 반면 정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케이블TV 업계는 차기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에 종합유선방송(SO) ICT 인프라가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법원·사법제도 신뢰회복 우선과제
법조계는 새 정부가 사회적 갈등을 잘 봉합하고, 공정하고 독립적인 재판이 이뤄지도록 법원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정부 초기 양승태 사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각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사와 재판만 진행됐을 뿐 제도적인 법원개혁 방안 마련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새로운 정부에서는 법원 및 사법제도 개혁을 주요한 국정과제로 삼아, 공정하고 독립적인 재판이 이뤄질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해 국민의 법원 및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로펌의 한 대표 변호사는 "최근 깊어진 사회적 마찰과 갈등을 잘 봉합해서 국민통합의 길로 갈 수 있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과정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을 중요한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유보통합은 이원화된 영유아 관리체계를 하나로 통합해 보육의 질을 개선하고 돌봄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소관 법률과 부처가 달라 선결과제가 만만치 않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영유아보육법'이 적용된다. 반면 유치원은 교육부가 관리하는 교육 시설로 '유아교육법'에 따라 운영된다. 이 같은 갈등 구조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유보통합 성공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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