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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재보선 심판' 뒤에도 내로남불·독선 그대로…與내부서도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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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당 비대위 체제 의결을 위해 열린 이날 의원총회에선 연단 옆 대형 화면에 "많이 부족했다. 더 열심히 하겠다"는 글귀가 적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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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단적이고 말만 잘하는 40ㆍ50대 남성’ 지난해 4ㆍ7 재ㆍ보궐 선거 참패 직후 더불어민주당이 작성한 포커스그룹인터뷰(FGI) 보고서에서 의인화된 민주당의 모습이다. 서울ㆍ부산시장을 모두 국민의힘에 내준 후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패인을 분석했다. 민주당의 최초 연상 이미지론 내로남불ㆍ거짓말ㆍ오만 같은 단어들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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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ㆍ7 재ㆍ보궐 선거 참패 직후, 더불어민주당이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만 19~54세 성인 남녀를 8그룹으로 나눠 집단심층 면접(4월 12~15일),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4월 22~26일)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 '재보궐 이후 정치지형 변화에 대한 결과 보고서' 중 민주당의 이미지. 보고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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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직면한 당에선 거센 쇄신 바람이 불었다. 초선 의원들은 ‘조국 사태’에 사과했다. 5ㆍ2 전당대회에선 “당명 빼고 다 바꾸겠다”고 공언한 송영길 전 대표가 승리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첫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재보선 참패는 내로남불에 대한 심판이었다. 민주당은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고,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수정하는 데 앞장섰다.



“안 변하면 도태될 것”…독선ㆍ내로남불 그대로



하지만 재보선 11개월 뒤 열린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패배했다. 책임을 지고 물러난 송 전 대표는 지난 10일 이재명 캠프 해단식에서 “국민의 미움이 다 안 가셨다”고 말했다. ‘변화’를 내세운 민주당이 국민 마음을 다 돌리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①계속된 독선=말로는 오만과 독선을 반성했지만, 민주당의 행태는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게 언론재갈법(언론중재법 개정안) 사태다. 재보선 참패 여운이 가시지 않은 지난해 5월 김용민 당시 최고위원 등 강경파들은 미디어혁신특위를 출범시켜 언론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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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김용민 위원장(가운데)과 김종민 위원(왼쪽).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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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다수의 의석수와 상임위원장 독식 체제를 바탕으로 상임위 소위-상임위 전체회의-안건조정위-법사위를 일사천리로 단독 통과시켰다. 진보진영인 정의당을 포함한 야권, 국내 언론단체는 물론 국경없는기자회(RSF) 등 해외 유수의 단체까지 나서 민주당의 오만을 지적했지만, 돌아온 것은 “뭣도 모르니까 (비판한다)”는 송 전 대표의 냉소였다. 민주당 출신의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협치를 주문하자 초선 김승원 의원은 욕설을 뜻하는 “GSGG”라는 단어까지 페이스북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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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4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을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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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내로남불=지난해 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언론인ㆍ야당 인사 등에 대한 무차별 통신 조회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민주당은 내로남불 논란을 자초했다. 사실관계 파악에 앞서 “명백한 합법적 행위였다”(신현영 원내대변인)는 태도로 일관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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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1일 기준 공수처에서 통신조회를 당한 국민의힘 의원 명단. 국민의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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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국가정보원의 야당ㆍ언론인 통신 조회 사실이 드러났을 때만 해도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불법 사찰”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당시 이재명 전 경기지사도 페이스북에 본인ㆍ측근 업무용 휴대전화 14개에 대한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내역을 공개한 뒤 “국가기관의 전방위적 사찰”이라고 비판에 동참했다. ‘내로남불’이란 비판이 다시 나온 이유다.

또 지난달 서울시청 소속 진종오 사격선수가 윤석열 당선인을 공개지지하자,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서울시체육회 내규를 위반한 부적절한 행위”라며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2017년 대선 땐 임오경 당시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감독이 문재인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고,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내부서도 더딘 변화에 한탄…“강경파에 끌려가면 망한다”



대선이 끝난 민주당은 현재 패인 분석에 한창이다. 중도 성향의 이상민 의원(5선)은 지난 10일 한 라디오에서 “4ㆍ7 재보선 때 국민의 호된 꾸지람이 있었다. 그걸 탈피하는 노력을 좀 해야 했었는데 그 관성을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패배 후에도 민주당이 달라지지 못했다는 한탄이다.

변화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는 강성 지지층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무기력함이 꼽힌다. 이른바 검찰개혁ㆍ언론개혁 등 여야 합의 없는 민주당 독주를 주문하는 지지층들 목소리만 듣다 보니, 전체 민심과 유리됐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상임고문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10일 라디오에서 “국민의힘도 자유한국당 시절 강경파 세력에 끌려다니다 연속 패배하지 않았나”라며 “어느 정치 세력이든 원리주의 강경파에 끌려가면 망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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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지지한 가수 강산에씨가, 대선 후인 지난 10일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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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선 패배 이후 강성 지지층의 요구는 더 거세지고 있다. 이 전 지사를 지지했던 가수 강산에씨는 10일 트위터에 “민주당! 180석! 반성해라”라며 “너희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은 그저 신속히 개혁 입법 강력하게 신속 처리하는 거 밖에 (없다)”고 썼다.

대선 중 이 전 지사를 옹호하고 윤 당선인을 비판해온 노영희 변호사는 10일 페이스북에 “진보적 목소리를 내는 새로운 종편을 최소 2개 이상 만들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진보 진영 인사들은 최소 9대1 환경에서 언론과 싸우느라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며 언론 때문에 이 전 지사가 불리했다는 ‘언론 탓’ 주장을 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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