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보안국, 러군 통신 감청…"방탄복 절실, 사망자 송환도 못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파괴된 러시아 군용차량 |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부딪혀 고전 중인 러시아군이 과거 체첸전쟁 때보다 더 나쁜 상황에 처했다고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남부 해안 도시 미콜라이우 인근에 있는 러시아군 통신을 감청한 대화에서 고스란히 전해졌다.
감청된 대화에서 한 장교는 모스크바에 있는 상관들에게 하루 전 러시아군의 그래드(GRAD) 다연장포가 자신의 부대를 향해 발사됐다고 했다.
또 병사들이 지낼 막사가 충분하지 않으며 러시아군 전투기가 아군에게 폭탄을 투하한 오폭 사례도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전쟁 발발 초기 이른 시일 내 승리 쟁취를 장담하며 추운 날씨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까닭에 부대 병력 절반이 발이 동상에 걸렸다고 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인들에게서 훔친 부츠를 신고 있는 사진이 퍼지기도 했다.
이 부대는 사방에서 공격을 받고 있어 방탄복이 절실하며 사망자를 본국에 송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본국에 전황을 전한 러시아군 장교는 1990년대에 잔혹하고 마구잡이로 진행된 체첸전쟁 때보다 훨씬 상황이 나쁘다고 말했다.
더타임스는 전쟁에 참여한 러시아군 일부가 휴대전화와 아날로그 워키토키로 교신을 주고받고 있어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 의한 감청에 취약하다고 전했다.
미콜라이우 거리서 미사일 잔해 조사하는 우크라 보안요원 |
현재 미콜라이우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자국 군대와 함께 러시아군 침공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곳은 우크라이나 해군본부가 있는 남서부 항구도시 오데사를 점령하기 위해 크림반도 서쪽으로 진행하려는 러시아군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오데사는 또 다른 남부 해안 도시인 마리우폴과 헤르손 등 2곳과 달리 지금까지 러시아군으로부터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분석가들은 오데사에서 동쪽으로 70마일가량 떨어진 미콜라이우에서의 강력한 저항이 부분적으로 이러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한다.
지난 19일 미콜라이우 지역 비탈리 김 주지사는 성명에서 "일부 지역에서 사망한 러시아군 시신이 많이 발견된다"고 밝혔다.
또 이틀 뒤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미콜라이우에는 우크라이나 주둔군이 많지 않은 까닭에 러시아군은 이곳을 쉽게 지나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우리 군인과 민간 방위군은 러시아군이 우리 땅을 돌아다닐 권리가 없다는 정반대의 상황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편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지금까지 사망한 러시아군 수를 7천 명 이상으로 추정한다.
이는 1차 체첸전쟁 2년 동안 발생한 공식 사망자 수보다 더 많은 것이라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러시아군 폭격에 불타는 우크라 마리우폴 아파트 단지 |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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