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활성화되며 어려움 커져
은행별 제출한 응대 매뉴얼 바탕
금융당국 TF 구성해 초안 작성중
금융당국이 시각장애인의 원활한 금융생활을 위해 새로운 지침을 만든다. 은행별로 제각각인 매뉴얼을 통일하겠다는 것. 이미 수 년전부터 국회나 장애인 단체에서는 은행별로 각기 다른 장애인 응대 매뉴얼을 금융당국이나 은행연합회가 만들라고 요구했다. 현재 은행연합회가 중심이 돼 각 은행별로 시각장애인 응대 매뉴얼을 수집하고 있다.
3월 31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시각장애인들이 은행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은행들의 통일된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금감원을 비롯해 은행연합회, 시중은행 담당자들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4월 말까지 초안 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TF는 시각장애인들이 은행영업점 이용, 인터넷뱅킹 이용(모바일), 후견인 업무처리 보안사항 등 크게 세 부문에서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주요 은행들은 주요 부문을 나눠 각 은행이 정한 매뉴얼을 은행연합회에 제출했다. 신한은행은 시각장애인 응대 개요 매뉴얼과 비대면 관련 매뉴얼을 제출했다. KB국민은행은 대출상품과 ATM부문이고 하나은행은 투자상품업무의 매뉴얼을 맡았다. 우리은행은 예금상품과 카드 상품 부문이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비대면 부문의 자체 매뉴얼을 제출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다양한 은행 업무가 있기 때문에 은행별로 역할을 나눈 것"이라며 "각 은행들이 제출한 것을 바탕으로 초안을 만들어 금융당국 등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통일된 시각장애인 은행 이용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이 문제가 최근 몇년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다. 국정감사에서도 단골 지적 사항이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통장 개설 시 시각장애인은 혼자 서류를 작성할 수 없어 보호자 등과 함께 방문해야 한다는 은행의 요청은 장애인 차별이라는 판단을 했다.
특히 최근에는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모바일 금융 거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각 은행 앱의 사용자 환경(UI)·사용자 경험(UX)가 천차만별이다. 송금 버튼의 위치와 입력해야 할 계좌번호 칸의 위치, 보낼 금액을 입력해야 할 위치가 은행마다 다르다. 위치를 기억해 사용해야 하는 시각장애인이 극복하기에는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비대면 계좌 개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대면 개설을 위해서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신분증을 찍어 인증해야 한다. 시각장애인이 스마트폰의 설정된 영역 안에 신분증을 틈 없이 맞춰 찍는 작업은 쉽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의 경우는 UI나 UX가 은행의 경쟁력이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은행권의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부 은행들은 불만의 목소리도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외부용역이나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한 후 매뉴얼을 만들어 은행에 제공하는 것이 아닌 은행들이 현재 하고 있는 매뉴얼을 그대로 차용한다는 것.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 매뉴얼들은 단순히 응대요령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매뉴얼 작업은 시각장애인 방문시 업무 처리를 즉시 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라며 "다만 은행들이 현장에서 직접 쓰게 될 매뉴얼이라 우선은 은행 매뉴얼을 참고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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