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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추가경정예산 편성

'50조 추경' 예고에 국고채 응찰률 뚝…유찰땐 국가 신인도 하락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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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물 응찰률 연초 300%대→3월 말 223%로 급락…투자 수요 줄며 금리는 뛰어

채권시장 국채 소화여력 취약…국채 발행 늘면 '유찰' 현실화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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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차기 정부 출범 후 최대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예고로 적자국채 발행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연초 300%를 넘었던 국고채 응찰률이 최근 200%대 초반까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추경에 따른 국채 발행 급증,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로 국채 투자 수요가 급격히 냉각된 탓인데 향후 추가 공급이 쏟아질 경우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가 유찰, 국가 신인도가 하락하는 최악의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2조8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국고채 5년물 경쟁입찰의 응찰률이 223.4%로 나타났다. 2월 말 두 차례에 걸쳐 발행한 국고채 5년물 응찰률은 274.1~301.5%였는데 불과 한 달 만에 78.1%포인트까지 응찰률이 떨어진 것이다. 국고채 응찰률은 지난해 평균 282.3%를 기록하는 등 수년간 200%대 후반에서 움직여 왔다는 점에서 최근 기재부 내부적으로도 이 같은 응찰률 하락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고채 응찰률이 떨어지면서 5년물 낙찰금리 또한 1월 말 2.355~2.380%, 2월 말 2.470~2.480%에서 3월 말 2.890%까지 치솟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고채 응찰률 하락은 시장의 투자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가 크다"며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에 추경 논의가 겹친 결과로 이 같은 투자 심리 위축이 지속되면 향후 국채 발행금리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국채 발행 규모를 살펴보면 2019년 101조7000억원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74조5000억원, 2021년 180조5000억원으로 불었다. 정부가 승인한 올해 국채 발행 한도는 177조3000억원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세출 구조조정을 우선으로 추경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50조원의 재원을 마련하려면 적잖은 규모의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1월초 0.954%에서 올해 1월초 1.855%, 이달 1일 2.784%까지 치솟았다.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28일 기준 3.031%로, 7년6개월 만에 3%를 넘어섰다. 국채 금리 상승은 회사채 조달금리와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쳐 기업과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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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정부의 국채 발행 여력이 턱밑까지 차올랐다고 본다. 정부의 올해 국채 승인 물량은 1차 추경 포함 177조3000억원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지난해(180조5000억원) 수준까지는 3조2000억원이 남았다. 국채 추가 발행 규모가 3조2000억원을 초과하면 역대 최고 발행 기록을 다시 써야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국채 소화 여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2차 추경으로 국채 발행이 늘 경우 '유찰'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나랏빚이 몇조원 늘어나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는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 정부의 국채가 국내·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받지 못해 국가 신인도가 하락하는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이 유찰된 사례가 있어 정부가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하고 국채 발행 규모를 최소화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정 전문가는 "국채 발행은 재정 건전성 뿐 아니라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느냐의 측면에서도 바라봐야 할 문제"라며 "실제로 국채 발행이 안정적으로 될 지, 투자 수요가 줄어 금리가 급등하면 누구에게 부담이 돌아가는지를 따져 차기 정부는 추경 규모를 줄이고 국채 발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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