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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세계 속 한류

BTS콘서트 열린 미국은 지금, 한글 그대로 “보라해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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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8일(현지시간) 시작되는 가운데, 미국 라스베이거스 중심 호텔이 ‘BORAHAEGAS’(보라해가스)라는 문구로 장식돼 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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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최애’(favorite)가 윤기다. 오 여기도 ‘윤기’, 저기도 ‘윤기’! 윤기를 찾아가면서 사진전을 관람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의 본명(민윤기)을 굳이 또박또박 불러가며 대답한 이는 19세 미국인 여성 팬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8일(현지시간) 열리는 콘서트를 반나절 앞두고, 방탄소년단 사진전이 열리는 ‘15구역(AREA15)’ 현장. 이곳에서 만난 팬은 야외 정원에 울려퍼지고 있는 BTS 노래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한껏 신이 난 목소리로 “로스앤젤레스에 사는데 콘서트를 보러 왔다. 오늘 저녁 공연도 보고, 내일 것도 볼 예정이다. 지난번 로스앤젤레스 공연도 두번을 봤는데, 아주 좋았다. 같은 공연이지만 약간은 다르기 때문에 두번 다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말하는 동안에도 연신 리듬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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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AHAEGAS’(보라해가스)로 장식된 라스베이거스 시내 모습. 하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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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로 들썩이는 라스베이거스

세계 공연 문화의 심장, 엔터테인먼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방탄소년단의 음악으로 들썩이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8, 9, 15, 16일 저녁, 4차례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를 연다. 그래미 수상은 불발됐지만, 그래미 무대에서 ‘최고의 공연을 보여준 가수’라는 찬사와 ‘더이상 누구의 인정도 필요하지 않은 그룹이 바로 BTS’라는 호평을 받으며 아쉬움도 금새 잊혀지고 있다.



이날 라스베이거스 현지에는 도시 곳곳 어딜 가나 BTS 공연이 임박했음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거리에는 BTS팬클럽 아미(ARMY)의 상징색인 보라색 계열의 머리띠, 옷, 신발,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삼삼오오 거리를 누비는 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중앙 거리 가장 큰 전광판에도 ‘퍼미션 투 댄스’ 공연 소식이 재생됐고, 최대 호텔 체인 MGM그룹 건물 내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공연 광고판 붙어있었다. BTS와 무관한 가게도 BTS의 노래제목을 인용한 광고문구로 손님을 끌거나, 보라색 팬케이크 등 BTS 팬들을 겨냥한 특별 메뉴를 만들어 홍보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팬데믹으로 침체됐던 도시가 BTS 공연 효과로 활기를 띄고, 마침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풍경까지 더해져, 라스베이거스는 금방이라도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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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라스베이거스 콘서트가 시작되는 8일(현지시간),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티 프로젝트에 관람객들이 참여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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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넘어 도시 전체 문화프로젝트

도시 전체가 이처럼 BTS로 가득 찬 건, 소속사 하이브가 라스베이거스 최대 호텔 체인 MGM 그룹과 손잡고 처음 시도하는 ‘시티 프로젝트’와 도시의 적극적인 협조 영향이다.

하이브 측은 이번 공연이 열리는 기간, 라스베이거스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문화 프로젝트를 함께 벌이고 있다. 이른바 ‘시티 프로젝트’다.

‘15구역’에서는 사진전 ‘비하인드 더 스테이지(BEHIND THE STAGE):퍼미션 투 댄스’와 팝업스토어 ‘BTS POP-UP:PERMISSION TO DANCE)를 열고 있다. 사진전은 무대 뒤 멤버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 약 240장이 전시됐다. 팝업존에서는 BTS곡들을 테마로 꾸며진 또다른 전시공간에서 각종 볼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하고, 야외에선 BTS 관련 옷과 기념품 등 각종 상품을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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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라스베이거스 콘서트가 시작되는 8일(현지시간),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티 프로젝트에 관람객들이 참여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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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만달레이베이 호탤 내 식당에서는 ‘카페 인 더 시티(CAFE IN THE CITY)’라는 제목으로 BTS가 즐겨 먹는 음식으로 만든 한식 코스를 선보였다. MGM 그랜드 호텔 내 가든 아레나에서는 ‘라이브 플레이 존’을 열어 공연 실황을 생중계해주는 상영장이 운영됐다. 관광명소인 벨라지오 분수쇼에까지 BTS의 노래 ‘버터’와 ‘다이너마이트’가 나온다. 공연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이나, 1회 공연으로 끝나는 게 아쉬운 팬들의 갈증을 달래고, 도시와 가수는 다양한 방식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셈이다.

하이브 관계자는 “지난 5일 시작된 사진전 티켓은 첫날과 둘째날 각각 1500명씩 찾았고, 어제(7일)부턴 하루 수용 최대인원인 4800명 티켓이 모두 매진되고 있다”며 호응을 반겼다. 이어 “그간 공연은 많이 가졌지만, 공연이 열리는 장소 일대 전체를 이렇게 축제화하는 시도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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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 공항 트위터 계정이 관제탑에 보라색 조명을 켠 사진을 보여주며 BTS 팬들을 환영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라스베이거스는 ‘보라해가스’

BTS가 도시의 협조 속에 이번 공연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귀빈’ 대접을 받는 풍경은 소셜미디어 상에서 화제가 됐다. 시내 중심의 한 대형 호텔이 BTS를와 팬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건물 외관 전체에 보랏빛 조명을 켜고 ‘BORAHAEGAS(보라해가스)’라는 문구를 띄웠다. 한국어도, 영어도 아닌 이 말은 ‘방탄어’라 할 수 있다. BTS와 팬들이 인사의 의미로 ‘보라(purple)해’라고 하는 것을 인용해, ‘보라해’와 ‘라스베이거스’를 합성해 ‘보라해가스’라고 쓴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공항 관제탑도 보라색 조명을 켜고 트위터에 “라스베이거스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당신의 착륙을 허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연히 춤추는 데에 허락 따위도 필요하지 않다”며 BTS의 이번 콘서트 제목인 ‘퍼미션 투 댄스’를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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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라스베이거스 콘서트가 시작되는 8일(현지시간),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티 프로젝트에 관람객들이 참여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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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은 거의 매 시간 뉴스 프로그램이 나갈 때마다 BTS 소식을 빠뜨리지 않고 있다. 뉴스 진행자들은 “21세기 비틀즈다”, “케이팝 슈퍼 스타 BTS”라고 소개하며 뉴스를 전하고 있다. 첫 공연이 열린 이날 CBS는 콘서트가 열리는 얼리전트 스타디움 앞 현장에 기자를 보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CBS는 방송에서 “전 세계에서 온 팬들이 여기로 모이고 있다”며 “교통체증에 유의하고 리프트(차량 공유 서비스 앱)는 공연장 주변에서 이용할 경우 할인해준다”는 안내까지 곁들였다. 뉴스는 또 팝업존에서 수백달러를 썼다는 팬을 인터뷰 하며 “어머니가 암 치료를 받을 때 우연히 BTS 영상을 보게 됐고, 둘 다 팬이 됐다. 우리가 힘든 시기에 희망을 준 노래”라는 말을 전했다. 또 다른 팬은 인터뷰에서 “BTS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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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라스베이거스 콘서트가 시작되는 8일(현지시간),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티 프로젝트에 관람객들이 참여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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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기세몰아 통합 오디션

하이브는 이런 기세를 몰아 공연과 시티 프로젝트를 벌이는 기간, 하이브 소유 레이블 통합 오디션을 실시했다. 하이브아메리카, 소스뮤직, 빅히트뮤직,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등이 함께 공개 통합 오디션을 실시한 것은 최초라고 한다.

하이브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나 “사전 접수를 한 인원은 1만3000명이 넘었고, 오늘 오디션이 시작되기 전까지 오전엔 대기실이 가득 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라스베이거스에서 BTS를 필두로 다양한 음악 공연이 열리고 있는 만큼, 이 기간을 활용해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다양한 음악 팬들을 타깃팅한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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