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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 침공] 한때 공용어였는데…우크라서 러시아어 보이콧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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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세계에 대한 거부로도 이어져…푸시킨 동상·흉상 철거돼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 사이에서 널리 사용돼온 러시아어와 러시아 문화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합뉴스

'러시아군 로켓 공격' 30여명 사망자 발생한 우크라 철도역
(크라마토르스크[우크라이나] AFP=연합뉴스) 피란민이 이용하는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의 철도역이 8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어로 '어린이를 위해'라고 적힌 토치카-U 대형 로켓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영철도회사는 러시아군이 쏜 로켓 두 발이 이곳을 타격해 30명 이상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의 부상하는 인명 피해가 났다고 전했다. [2022.04.08 송고] jsmoon@yna.co.kr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하르키우에 사는 리디아 칼라시니코바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그 순간 러시아어를 절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자란 그는 전형적인 이중언어 사용자다. 남편과 두 자녀에게 주로 러시아어로 얘기하고 친척 중 90%는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집에서 우크라이나어를 주로 쓰는 가구가 전체의 절반 정도이고 30%는 주로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나머지는 두 언어를 함께 쓰거나 헝가리어 같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이 각각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로 대화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는 특히 러시아어 사용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러시아 침공 이후 칼라시니코바처럼 러시아어나 러시아 문화에 대한 반감을 표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은 이제 우크라이나를 언어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러시아와 분리할 때가 됐다고 말한다.

칼라시니코바는 다른 사람이 러시아어를 말하는 건 괜찮지만 나는 앞으로 우크라이나어만 쓸 것이라며 "러시아와 관련된 어떤 것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러시아어 사용 중단이 필요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어만 쓰겠다고 선언하는 글들이 크게 늘었다.

이런 움직임은 러시아어 사용 중단에 그치지 않고 '러스키 미르'(Russky Mir. 러시아 세계)에 대한 거부로 이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어와 러시아 문화를 공유하는 러스키 미르 방어를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서부 테르노필과 우즈호로드, 무카체보 등에서는 19세기 러시아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동상과 흉상이 철거됐다.

세르히 나달 테르노필시 시장은 지난 9일 텔레그램에 푸시킨의 동상이 철거된 받침대 사진을 공유하고 "러시아가 저지른 잔학행위를 모두 지켜본 이상 테르노필에는 러시아나 옛 소련 기념물이 더는 서 있을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에게 전쟁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러시아어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영상연설에서 "러시아어가 일상생활의 일부였던 곳에서 러시아어는 이제 범죄, 추방, '폭발과 살인' 등과 연관된 언어가 됐다"며 "러시아는 우리 국민이 스스로 러시아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무심코 탈러시아화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언어는 그동안 러시아나 옛 소련과 거리를 두고 새로운 국가 정체성을 구축하는 정부 노력의 중심에 있었다. 전쟁 전에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러시아어 사용을 자제하자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어와 문화가 외면당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리비우의 독립 연구기관 '도시 역사 센터' 소피아 다이크 소피아 다이크 소장은 "러시아어도 우리 유산의 한 부분이고 러시아가 러시아어를 독점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전쟁 때문에 러시아어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언어 전통을 버리도록 압력을 받거나 위협당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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