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예견했나…다시 보는 심장지대 이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정학' 창시자 매킨더 저서·논문 묶은 '심장지대' 번역 출간

연합뉴스

매킨더 '심장지대' 이론
영국의 지리학자 해퍼드 존 매킨더는 1904년 발표한 논문 '지리학으로 본 역사의 주축'에서 심장지대(Heartland)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1904년 매킨더 논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동유럽을 지배하는 자가 심장지대(Heartland)를 호령하고, 심장지대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도(World-Island)를 호령하며, 세계도를 지배하는 자는 전 세계를 호령할 것이다."

'지정학' 개념의 창시자인 영국의 지리학자 해퍼드 존 매킨더는 1919년 '데모크라시의 이상과 현실'이란 책에서 심장지대 이론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에 앞서 1904년 1월에는 영국 왕립지리학회에서 '지리학으로 본 역사의 주축'이란 논문을 발표하며 심장지대라는 용어를 처음 언급했다.

매킨더에 따르면 심장지대는 유라시아 북부와 내륙 지역을 말한다. 북극해 연안에서 유라시아 대륙 중부 사막까지 가로지르는 지역과, 서쪽의 발트해와 흑해 사이의 광활한 지협까지 포함한다. 자연 방벽들에 둘러싸여 있어 공격하기 어렵지만 방어하기는 쉬우며 서쪽인 동유럽 방향으로는 열려 있다.

지리학적인 관점에서 국제정치의 흐름을 내다본 매킨더의 생각은 최근 번역 출간된 '심장지대'(글항아리)에 자세히 담겼다. 책에는 '데모크라시의 이상과 현실' 완역본, 1904년 발표한 논문, 1943년 매킨더가 미국 국제관계 평론 잡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 '지정학의 세계와 평화의 길'이 포함됐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CG)
[연합뉴스TV 제공]


매킨더의 이론을 적용하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심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동쪽으로 확장하려는 유럽과 서쪽으로 진출하려는 러시아 사이의 오랜 갈등의 산물로 해석할 수 있다. 매킨더는 "러시아가 최초로 심장지대 전역을 지배하는 세력으로 세계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국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매킨더가 활동하던 100년 전과 현재 러시아의 상황은 다르다. 그러나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전쟁이 미칠 파급 효과라는 측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심장지대 장악과 연관 지어 바라볼 여지는 있다.

미국 카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도 저서 '거대한 체스판'(1997)에서 러시아가 세계 제국이 될지, 지역 강대국에 머무를지 가르는 변수는 우크라이나 장악 여부에 달려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매킨더는 책에서 지리적 요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과거에는 기마민족이 활약하고, 지금은 철도가 급속도로 덮고 있는 이 유라시아 대륙의 광대한 부분이 틀림없이 국제정치의 추축(중심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옛 몽골 제국을 대신하는 존재로서의 러시아를 거론하면서 "그 영향력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핀란드로, 스칸디나비아로, 폴란드로, 터키로, 페르시아로, 인도로, 최근에는 중국으로 차례차례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독일이 유럽에서 그러하듯 러시아가 세계 전체와의 관계에서 전략상 중추의 지위를 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매킨더는 제2차세계대전 후 새로운 국제질서 수립을 위해 국제연맹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특정 국가가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심장지대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며 민주주의라는 이상을 지키기 위해 심장지대가 전제국가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연맹의 여러 회원국과 같이 강국 사이에 평등이 실현되지 않으면 장래에 다가올 위기에서 어느 한 편의 우세로 인한 위험이 대두될 것"이라며 "연맹의 문제는 심장지대에서 일어날 것이다. 심장지대를 어느 한 세력이 차지하지 못하도록 막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임정관·최용환 옮김. 332쪽. 1만8천 원.

raphae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