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 내 분열을 부추겨 중간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됐다. 가짜뉴스를 확산하고 소규모 해킹을 통해 음모론의 씨앗을 뿌려 중간 선거의 무결성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19일(현지 시각) 미국 CNN은 미 국토안보부(DHS) 정보분석국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 주도의 대응에 보복하기 위해 11월 중간선거 훼손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DHS의 경고를 보도했다. 매체는 이들이 러시아가 선거 기간 미국의 분열을 어떻게 악용할지 걱정하고 있다고 썼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DHS는 지난 7일 “미국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악의적 해외 세력들은 이전 선거 때처럼 내분을 심고 미국 시민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메시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CNN은 “러시아가 적발될 목적으로 지역 선거 당국에 대한 소규모 해킹을 감행하고, 선거 무결성에 대한 더 많은 음모론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이를 이용하는 시나리오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HS는 “(러시아가) 시민들이 투표를 단념하도록 하거나 선거가 잘못됐다는 확신이 들게 하는 방식, 후보자나 (선거) 기관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미국 선거 과정을 훼손하고 사회·정치적 분열과 갈등, 혼란을 통해 미국을 약하게 하는 것”이라며 “러시아는 이를 미국의 글로벌 위상을 훼손하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기회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현직 미국 관리 5명은 이 같은 시나리오가 가정이라고 CNN에 말했다. 그러나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최근까지 사이버 보안 및 방첩 관련 업무를 맡았던 니콜 티스데일은 “(선거 과정에서) 조그마한 일이라도 발생한다면 그것은 광기와 혼돈을 키우고, 어느 순간 사람들은 선거 전체가 완전히 불완전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NN은 미국 선거를 방해하고 약화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는 지난 10년 간 꾸준히 발생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2018년 러시아인 13명과 러시아 단체 3곳을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돕고 상대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공모자들이 미국의 분열을 조장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약화하려 했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은 최근의 이민자 문제, 코로나19 이슈, 2020년 대선 사기 등 다양한 이슈에서 심각한 분열이 발생하고 있고, 이 같은 이슈가 결합해 가짜뉴스가 확산하는 방식이 정교해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CNN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 상원의원 17명은 미 국방장관과 국토안보부 장관,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부(CIA),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국장에게 이를 우려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허위 정보 캠페인이 놀라울 정도로 증가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우리는 잠재적인 악의적 영향력 작전으로부터 우리 선거를 보호하기 위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서연 기자(minsy@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