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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부채에 담긴 예술혼…국악원 '바람에 바람을 싣다'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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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까지 국악박물관 기획전시실

연합뉴스

국립국악원 '명인 명창 부채- 바람에 바람을 싣다' 기획전
남해안별신굿보존회에 전해 내려오는 100년이 넘은 부채 [국립국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국립국악원은 기획전시 '명인 명창의 부채-바람에 바람을 싣다'를 에서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판소리를 비롯해 전통춤과 연희·무속 분야 명인·명창 58명의 부채 80여 점을 통해 이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살피는 전시다.

전통예술에서 부채는 판소리뿐 아니라 한량춤, 부채산조, 부채춤과 같은 전통춤과 줄타기, 탈춤, 굿 등 연희에서도 필수적으로 활용하는 소품. 부채에 담긴 글과 그림, 사연을 통해 명인 명창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이상을 엿볼 수 있다.

판소리 명창 채수정(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은 서예가인 부친 채원식 선생으로부터 물려받은 부채를 전시에 내놨다.

채 교수 부친은 부채 위에 '청풍명월본무가(淸風明月本無價)라는 글귀를 정성껏 적어줬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은 본래 값이 없어 한 푼을 내지 않아도 무한히 즐길 수 있다'는 뜻으로, 좋은 소리를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명인·명창의 부채들은 스승으로부터 제자로 이어진다. 줄타기 김대균 명인은 스승인 고(故) 김영철 명인으로부터 물려받아 부챗살을 손수 고쳐가며 지금까지 사용해온 부채를 전시에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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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심청가의 한 대목이 적힌 유영애 명창의 부채
[국립국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故) 오정숙 명창은 김영철 화백에게서 받은 사슴이 그려진 두 개의 부채를 이일주 명창과 김소영 명창에게 물려줬다. 이일주 명창은 또 이 부채를 제자인 장문희 명창에게 물려줬다.

유영애 명창의 심청가를 들은 청봉(靑峰) 유기원 선생은 부채에 심청가의 한 대목인 추월만정(秋月滿庭)의 가사를 담아 선물했다. 한량무의 대가 고(故) 임이조 명인은 자신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가 써준 '학무학'(鶴舞鶴)이라는 글귀가 담긴 부채를 내놨다. '춤추는 모습이 마치 학과 같다'는 뜻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처럼 서로 다른 장르의 전통예술가들이 서로를 존경하며 함께한 교유(交遊)의 시간을 느껴볼 수 있다.

명인 명창들이 오랜 기간 애지중지하며 아껴온 부채들도 만날 수 있다. 신영희 명창은 소리 인생 70년간 사용한 부채 중 닳아 사용할 수 없는 부채 24점을 모아 8폭 병풍에 담았다. 남해안별신굿보존회에는 큰무당 고(故) 유선이(1881~1952) 명인이 사용하고서 대대로 이어져 온 100년이 넘은 부채를 전시에 내놨다.

국립국악원은 이번 전시와 관련한 특강도 8월부터 마련할 계획이다.

국립국악원 서인화 국악연구실장은 "명인 명창의 이상과 예술에 임하는 마음가짐, 예술의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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