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3자결제 이용 앱 개발사에 요구하는 팝업 안내문 형식. /애플 개발자 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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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애플리케이션(앱) 장터 사업자들이 국내법의 허점을 노려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애플이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 이후 ‘법을 준수하겠다’며 내놓은 3자결제가 되려 앱 개발사들의 인앱결제 선택을 유도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5일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최근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에 회신한 자료에서 애플 등의 새 정책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된 ‘이용자들이 다른 결제 방식에 접근·사용하는 절차를 어렵게 하거나 불편하게 해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현행 법령은 앱 장터 사업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금지 행위 유형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앱 장터 사업자가 기존 인앱결제 외에 제3자 결제 방식을 허용해 이용자가 결제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경우에도, 다른 결제 방식 사용을 기술적으로 제한하거나 절차적으로 어렵게 하는 행위는 시행령의 ‘금지 행위 유형’에 포함된다”고 했다.
애플은 지난달 30일 공지를 통해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에 따라 한국 미디어콘텐츠 앱에 대한 3자결제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지난 3월 말 방송통신위원회에 전기통신사업법 이행 계획을 제출하면서 6월 중 3자결제를 허용하겠다고 보고한 바 있다.
3자결제에 대한 수수료율은 인앱결제(최대 30%)보다 4%포인트 낮은 26%로 책정했다. 단, 3자결제 선택 시 발생하는 모든 운영 부담은 앱 개발사 측이 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애플은 그간 앱 개발사들에 환불, 구독 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애플은 3자결제 도입 시 결제 화면에 관련 안내문을 띄워야 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애플이 앱 개발사들에 요구한 안내문에는 ‘이 앱은 안전한 결제 시스템을 지원하지 않는다’ ‘애플은 개인정보보호 또는 보안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름뿐인 외부결제 허용이다”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에 따라 한국 미디어콘텐츠 앱에 대한 3자결제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애플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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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구글보다 먼저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도입하며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과해왔다. 앱스토어(애플의 앱 장터)에 입점해 있는 업체는 현재 한 곳도 빠짐없이 인앱결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인앱결제를 쓰고 있는 업체들이 수수료율이 조금 낮다는 이유로 애플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포기하고 ‘불안정한 앱이다’라는 꼬리표까지 달면서 전자결제대행업체(PG) 등에 수수료를 별도 부담하는 방안을 택할 가능성은 작다.
애플이 제시한 3자결제 수수료율이 절대 낮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이 거의 고스란히 베껴온 구글의 정책을 보면, 인앱결제 수수료에는 ▲앱 장터 이용대가 ▲결제 서비스 이용대가 ▲PG 수수료가 포함된다. 그렇다면 3자결제 수수료에는 앱 장터 이용대가만 포함되는 것인데 애플은 물론 구글도 이것이 어떤 기준으로 26%로 환산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더욱이 애플은 웹툰·음원 스트리밍·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같은 콘텐츠 앱을 대상으로 더 낮은(6~11%) 수수료율을 책정한 구글과 달리 모든 앱에 26% 수수료율을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박지연 태평양 변호사는 지난달 27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다른 결제 방식을 채택한 앱에 26%의 수수료율을 부과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애플이 3자결제에 무슨 기여를 했기에 수수료를 26%나 받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는 애플이 앱 개발사에 인앱결제와 3자결제 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한 것 역시 3자결제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3자결제 전용 시스템을 새로 구축할 개발사는 드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본 수수료에 PG 수수료, 새 결제 시스템 구축 비용까지 더하면 사실상 3자결제 도입이 인앱결제를 유지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한국 전용 앱의 3자결제만 허용한다”며 “모두가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굳이 한 시장만을 위한 앱을 따로 만들 업체는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애플은 일부 리더 앱에 한해 올해부터 아웃링크 사용을 허용하고 있긴 하다. 리더 앱의 범주에는 디지털 잡지, 신문, 책을 비롯한 음원 스트리밍, OTT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다만 웹툰은 제외다. 애플은 이밖에도 앱 개발사가 앱 내에서 수집한 이메일이나 전화번호 등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3자결제를 안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아웃링크와 관련해 애플이 내놓은 일련의 조치가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국내 업계 관계자는 “앱 개발사는 생태계 특성상 앱 장터 사업자와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규모가 작을수록 비용이 더 들어도 아웃링크를 도입하는 대신 인앱결제를 계속해서 쓰는 쪽을 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인앱결제
앱에서 유료 콘텐츠를 결제할 때 구글·애플 등 앱 장터 운영 업체가 만든 시스템에서 결제하는 방식. 구글·애플 등 앱 장터 업체는 결제 과정에서 수수료를 최대 30% 떼간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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