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8 (월)

이슈 세계 금리 흐름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 실질적 금리 인하 효과로 이어질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은행의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 공시가 시행되면서 금리를 둘러싼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예대금리차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의 금리 선택권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직접적인 효과는 예대금리차가 조금씩 줄어들었던 게 속도가 빨라지고 축소 폭도 커지는 것이다. 지난해 6월 1.98%포인트(p)였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올 1월 2.26%p까지 뛰었다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올 1분기 예대금리차가 큰 폭으로 뛴 이유는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끌어올린 데다, 금리 상승에 대한 예상이 팽배해지면서 장기채 금리가 먼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번 비교 공시의무화가 예대금리차 감소 속도를 높일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가 소비자의 실질적인 금리 인하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상품 가격(금리)을 비교 공시하는 것으로 가격이 자연스레 내려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의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선비즈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걸린 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리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정확하고 충분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대출·예금금리 공시를 개선한다고 6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은행은 대출금리, 예금금리, 예대금리차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매월 비교 공시한다.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신용등급별 평균 금리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시행 이후 소비자의 대출 금리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공시를 통해서 소비자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예대금리차가 줄더라도 온전히 공시 시스템의 덕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은 작년 하반기부터 늘어난 가계대출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대출의 가산금리를 높이며 예대금리차가 크게 확대됐다.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12월 1.96포인트에서 올해 1월 2.26%포인트대로 뛰었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진정되면서 은행이 유연하게 가계대출 관리를 해 예대금리차는 1월을 고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공시의 영향을 받지 않은 ‘자연감소분’이 있는 상황인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시의 영향도 있겠지만, 올 들어서 치솟은 예대금리차가 서서히 줄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예대금리차 축소가 실질적인 소비자의 금리 인하 효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 금융소비자의 체감도가 높지 않았던 금리인하요구권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공시 제도가 소비자의 대출금리 인하, 혹은 예금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도록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의 경우 소비자가 권리를 행사하려고 해도 조건을 맞추기 까다롭거나 은행의 거절로 인해 수용률이 높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개인신용평가 관련 권리를 적극 행사할 수 있도록 은행이 소비자에게 권리내용을 사전 설명·안내하도록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은행별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을 매반기 공시하는 방안을 통해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의 시스템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금리 산정 체계의 틀이 정해지며 은행의 자율성을 얼마나 보장할 수 있는지도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리 산정체계의 자율성이 축소되면 은행별로 비슷한 금리의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소비자의 ‘금리 선택권’ 축소로 귀결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모든 금융회사의 대출서비스가 붕어빵처럼 똑같아지진 않을 것”이라며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낮추는 등 평균 예대금리차를 줄이기위한 ‘꼼수’를 사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축소에 대해서는 평균 예대금리차뿐만 아니라 신용점수 구간별 예대금리차, 평균 신용점수 등도 함께 공시하며 은행별 특성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인터넷은행 B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아 평균 예대금리차는 은행 A에 비해 크나, 구간별 대출금리 및 예대금리차와 평균 신용점수가 은행 A 대비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