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 아베파 영향력 저하 불가피
한국과 대화 분위기 서서히 조성 전망
“이번 사건, 전형적인 ‘외로운 늑대’ 형 테러”
7월 8일 오전 11시30분경, 일본 열도를 충격에 휩싸이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나라현에서 참의원(상원) 선거 자민당 후보를 위한 응원 유세를 시작했을 때 배후에서 총격을 당해 끝내 사망했다.
먼저 한일관계에 아베 전 총리의 충격적인 사망이 미칠 영향을 살펴보자. 1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는 아베 전 총리 사망에 대한 동정표가 모아지면서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정권의 압승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참의원 선거 압승으로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의 정치기반이 강화되는 한편 극우 대표였던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아베파의 영향력 저하는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아베 전 총리를 잇는 극우 측 후계자는 현재 찾기 어려운 상태이다. 그러므로 당분간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내 중도우파, 즉 비둘기파의 영향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중도우파는 역사적으로 한국과 중국하고 우호관계를 맺어왔다.
그렇다고 일본 극우파들의 기본노선이 간단하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서히 한국과 대화를 하자는 분위기가 일본 정계 안에 조성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총으로 쏴 살해한 용의자인 야마가미 데쓰야가 10일 나라현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나라/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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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범인은 야마가미 데쓰야(41세)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해상자위대에 근무한 적이 있는 전 자위대원이었다. 흉기는 수제총으로 보이는 유사 산탄총이고 보도에 의하면 연속으로 6발을 발사할 수 있다고 한다. 야마가미 용의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결과 수제총이 수 점 더 발견되기도 했다.
야마가미는 올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니 바로 계획적인 범행이었던 것이다. 7일 아베 전 총리는 오카야마현에서 유세를 했는데 야마가미는 거기에도 갔다고 하니 아베 전 총리를 계속 쫓아다녔을 가능성도 있다.
아베 전 총리의 나라현에서의 유세는 7월 7일 밤 늦게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7월 8일 나라현 유세현장에는 자민당 관계자가 적었고 경비도 호술했다. 첫 번째 총격이 가해졌을 때 아베 전 총리는 무사했다. 이때 용의자를 잡아 쓰러뜨리거나 아베 전 총리를 급히 피신시켜야 하는 것이 경호원들의 책무였는데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경호가 너무 호술했다고 지적되는 대목이다.
총성에 놀란 아베 전 총리가 뒤를 돌아봤을 때 두 번째, 세 번째 충격이 가해졌고 아베 전 총리는 심장까지 도달하는 총상을 입고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구급차가 금방 온 것도 아니었다.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총격을 받은 아베 전 총리는 스스로 유세무대에서 내려와 그 후에 도로에 쓰려졌다고 한다. 그러므로 아베 전 총리는 마지막 순간에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인식했을 것이다. 그후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이 아베 전 총리에게 심폐소생 마사지를 했고 가까운 병원의 의사가 달려와서 아베 전 총리의 상태를 살펴보면서 할 수 있는 치료를 다 했다고 한다.
야마가미는 현장에서 체포되었고 그후의 경찰조사에서는 “특정한 종교에 원한이 있었다. 어머니가 그 종교에 빠져서 집이 파산되었다. 아베가 그 종교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가 종교단체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해서 정당 관계자들이 관계를 갖고 있는 종교단체는 상당히 많다. 여러 종교단체 행사에 정치인들이 후원이나 자신에 대한 투표를 기대하여 영상 메시지를 자주 보낸다. 그러므로 야마가미가 그런 것을 이유로 삼고 범행을 결심했다는 점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어떤 종교단체 때문에 집이 파산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종교단체와 어머니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인데 야마가미 용의자는 그릇된 방향으로 자신의 원한을 풀려고 계획했고 그것을 실행에까지 옮긴 것이다.
야마가미를 아는 학창 시절 친구들은 “용의자가 성적이 우수했지만 조용했고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기주장이 워낙 강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적도 있었다고 한다. 자위대 시절의 동료도 기억이 나지 않는 정도로 조용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응원단 단장을 했다고 하는데 당시를 아는 학우들은 응원단장은 용의자의 성격과 전혀 맞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야마가미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자위대에 입대하고 제대 후 주로 인재파견회사에 근무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포크리프트로 짐을 옮기는 작업을 했고 3개월마다 취업이 연장되는데 문제가 없어서 계속 갱신됐다. 그러나 지난 5월 자신의 사정으로 회사를 그만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 졌다.
즉, 이번 범행은 ‘외로운 늑대’형의 테러였다. 이번 용의자처럼 범행 후에 체포당하는 것을 개의치 않고 범행을 실행한다는 형태다. 일본에서는 이런 범죄가 최근 늘어나는 추세이다. ‘자살하고 싶은데 혼자 죽는 것보다 저승길에 남을 동행시키려고 하는 범죄’가 바로 ‘외로운 늑대’ 테러인데 야먀가미의 경우도 그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대우교수, 정치학 전공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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