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손상모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
JWST 광학 초점 담당, 지난 6개월간 커미셔닝 과정 총괄 중책
"최근 공개 5장 이미지는 맛보기, 13개 본격 과학 관측 진행 중"
"한국, 우주강국으로 부상, 향후 JWST같은 거대 프로젝트 참여 바람직"
손상모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 수석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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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류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으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태초의 별들을 관측하고 외계 생명체 존재의 증거를 찾아 낼 것이다. 앞으로 JWST의 관측 결과가 천문학의 이론을 이끄는 시대가 열린다."
JWST 운영을 맡고 있는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의 한국인 천문학자 손상모 박사(47)의 말이다. 손 박사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JWST 운영을 위해 설립한 STScI에서 수석연구원을 맡아 중책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JWST의 광학팀 및 근적외선 이미징 분광기(NIRISS)팀에서 일하고 있으며, 동시에 여러 우주망원경을 통해 가까운 은하들의 움직임을 측정해 형성 과정과 진화를 규명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공개된 5장의 JWST 촬영 이미지가 ‘맛보기’에 불과하며 우주의 비밀을 풀기 위한 본격적인 13개 관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한국의 천문학·우주 연구 개발에 대해 "우주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JWST 같은 거대 관측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것이 도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음은 손 박사와의 일문 일답이다.
-STScI는 어떤 기관인가.
△1981년 세워진 연구소로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위치하고 있다. 1980년대 허블우주망원경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NASA가 망원경이 발사된 후 과학 운영을 책임지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만들어졌다. JWST도 마찬가지로 발사 이후의 모든 운영을 STScI가 책임지고 있다. 우주망원경의 하드웨어 운영과 관리도 담당하지만, 또 하나의 큰 역할은 망원경을 직접 사용하는 천문학자들과의 ‘연결고리’라는 점이다. 망원경의 사용을 원하는 과학자들이 제안서를 매해 제출하면 전문가들을 초청해 공정한 심사를 통해 시간을 배분한다. 이후 제안서가 선택된 과학자들이 성공적인 연구를 할 수 있게 관측 스케줄링을 담당하고 여러 도움을 준다. 관측이 끝나면 우주망원경에서 오는 데이터를 연구에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STScI의 허블우주망원경 팀에서 일하다가 2019년 JWST 팀에 합류했다. 지금은 광학팀에서 광학초점면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JWST의 준비과정에서 거울 정렬 과정 중 망원경의 세밀 포인팅(망원경이 어느 곳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과 초점면 캘리브레이션 등 여러 부분을 담당했다.
JWST가 촬영한 용골자리 성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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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ST가 공개한 5종의 이미지에 대해 평가해달라.
△11~12일 공개된 5개의 이미지들은 JWST가 앞으로 어떤 관측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라고 보면 된다. 허블우주망원경의 사진과 다른 점은 두 가지다. 작은 스케일까지도 세밀하게 잘 보인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빈 영역이 없을 정도로 은하가 꽉 차 있다는 것이다. JWST는 파장이 긴 적외선 영역을 주로 관측해 허블보다 거울의 크기가 훨씬 크다. 적은 노출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세밀하고 깊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진행될 관측들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JWST가 외계 행성 대기에서 물의 존재를 발견했다.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별빛이 살짝 어두워지는 현상을 이용해서 행성의 존재를 알 수 있다. JWST가 관측한 외계행성 WASP-96b도 이런 방식으로 예전에 확인한 행성이다. 이번 수증기 관측은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가는 시기에 맞춰서 별빛을 ‘분광 관측’하는 기술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햇빛에 프리즘을 대면 빛이 색깔에 따라 나눠지듯이 한 다발로 들어오는 빛을 여러 파장으로 나누는 것이 분광 관측이다. 행성 대기를 지나오는 별빛은 행성의 대기에 존재하는 여러가지 성분을 스펙트럼에 새기게 되는데, 그중 물, 즉 수증기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WASP-96b라는 행성은 목성의 반 정도 질량의 가스형 행성인 데다가 별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해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은 극히 낮다. 이번에 확인된 수증기는 JWST가 어떤 식으로 행성 대기 내의 성분을 검출할 수 있는지 한 사례를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 결과다. 앞으로 JWST는 같은 방식으로 암석으로 이루어진 지구형 행성들의 대기를 관측할 계획이다. 그런 행성들에서 수증기, 메탄, 이산화탄소와 같은 성분들이 검출되면 그때는 생명체의 존재 확률에 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JWST가 촬영한 외계행성 WASP-96b 행성의 대기권 성분 분석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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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관측 계획은 어떻게 되나.
△가깝게는 태양계 내 화성, 목성 등과 혜성에서부터 멀게는 우주가 태어난 후 처음 생성된 최초의 별들까지 무궁무진하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들은 ERO(Early Release Observations )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게 ‘JWST의 성능이 이 정도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목표로 진행됐다. 이와 별개로 천문학자들을 대상으로 JWST가 구체적으로 어떤 과학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를 엿볼 수 있는 시범 연구를 13가지의 ERS(Early Release Science)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태양계의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의 대기 연구 △코로나그래프(coronagraphㆍ밝은 별빛을 가려 어두운 행성이 보이게 하는 장치)를 이용한 외부 행성들의 직접 촬영 △국부 은하군 내의 구상성단 및 왜소은하 △은하 진화를 규명하기 위한 다양한 질량의 은하 관측 등이다.
매해 전 세계 천문학자들의 관측 제안서를 받아 선정한 후 관측을 진행한다. JWST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인 우주 탄생 이후 최초의 별과 외계 행성 대기에서 생명체의 흔적 관측 외에도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발견과 결과들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저녁 백악관에서 직접 사전공개행사를 열고 JWST가 촬영한 SMACS0723 은하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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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나.
△현대 천문학은 과거 허블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허블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발사 이후 지금까지 허블은 1만5000편 이상의 단일 기기로는 가장 많은 수의 논문을 배출한 망원경이다. JWST는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론적으로는 이미 많은 연구가 돼 있지만 실제로는 단 한번도 관측되지 않았던 우주 초기에 태어난 최초의 별을 관측하는 데 성공할 것이다. 지구 이외의 다른 행성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가 직접 JWST를 통해 현실이 될 것이다. 과학 분야뿐 아니라 철학이나 종교학 분야에서도 상당한 충격이 될 것이다. 이런 결과들과 함께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발견도 상당수 이뤄질 것이고, 이를 뒷받침할 이론이 새로 정립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에서 이론이 관측에 영감을 주는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오히려 JWST의 관측 결과가 이론을 이끌고 발전시키는 시대로 전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JWST가 우주에서 완전히 펼쳐진 상태를 가정한 가상 이미지. 사진 출처=NA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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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책을 맡고 있는데, 애로 사항이나 보람을 느낀 일은.
△그동안 주로 진행했던 연구와 JWST팀 내에서의 역할이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어려운 점은 없었다. 광학 전공자는 아니라 JWST 팀 합류 이후 광학에 대한 지식을 쌓는 데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JWST가 워낙 전 세계가 주목하는 프로젝트라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 특히 커미셔닝팀이 느끼는 부담과 책임감은 막중했다. 망원경 전체의 성능을 결정짓는 요소 한두 가지라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전전긍긍하는 마음이 있었다. 다행히 모든 과정이 완벽에 가깝게 착착 진행됐고, 망원경의 성능도 예상했던 범위를 초과할 정도로 흡족한 결과가 나와서 모든 팀원들이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JWST가 발사된 후 2월 초부터 6월 말까지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간을 보냈다. 커미셔닝 과정에서 전문 지식을 활용해 담당했던 주요 업무를 제외한 다른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하면서 보람을 느꼈다. 광학기기팀들이 여러 문제에 부딪혔을 때 먼저 적극적으로 도움을 제안했고 운이 좋게도 빠른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몇 번 있었다.
한국천문연구원 안에 있는 사명문.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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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천문학·우주 연구개발에 대한 국제적 평가는.
△한국은 거대마젤란 망원경(GMT)의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 누리호 로켓의 성공적인 발사, 자체 달 탐사 진행 등 우주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렇게 차근차근 성공적인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다 보면 그 위상이 많이 올라갈 것이다. 가능하다면 미래에는 JWST 규모의 큰 프로젝트에 과감하게 참여하는 것도 천문학이나 우주 개발 부문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천문학자나 우주를 꿈꾸는 한국 청소년들에게 해주고픈 말은.
△수십 년 전만 해도 천문학이나 우주과학이라는 분야는 현실성이 없는 학문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제는 가장 전도유망한 학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특히 한국은 이제 천문학과 우주과학의 성장 곡선에서 위로 치솟는 단계에 올라 타 있다. 더 긍정적인 것은 한국에서 제작된 양질의 과학 콘텐츠가 상당히 많고 소비가 잘 되기 때문에 점점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도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천문학과 우주과학과 관련된 소식에 끊임없는 관심을 갖고 열정을 키우면 어느새 꿈이 아닌 현실이 돼 있을 것이다. 우주라는 공간이 단순히 상상력의 놀이터가 아닌 과학자들의 실험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해주면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손상모 박사는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천문우주학과에서 석사를 마친 후 2000년 유학을 떠나 미국 버지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이후 한국천문연구원 위촉선임연구원, 캘리포니아공과대 연구원 등을 거쳐 현재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에서 JWST팀의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거주하고 있으며 아내와 함께 1녀1남을 두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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