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네이처, 최근 연구 결과 보도
"미복용자보다 복용자가 리바운드 현상 더 심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른바 코로나19 팬데믹의 '게임 체인저'로 불렸던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복용할 경우 증상 재발이 미복용자보다 더 심하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겪어 널리 알려진 이른바 '팍스로비드 리바운드'가 과학적 연구로 입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감염 환자 중에 호전되는 듯 하다가 바이러스 수치가 높아지고 고열 등 증상이 재발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으며, 특히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복용한 경우 더 강도가 심하고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팍스로비드는 미국 화이자사가 개발한 먹는 항체 치료제로, 니르마트렐비르( nirmatrelvir)와 리토나비르(ritonavir)의 혼합제다. 단백질 분해효소(3CL 프로테아제)를 차단하여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단백질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등 전세계 각국들이 지난해 12월부터 일제히 승인해 널리 쓰이고 있다. 증상 발현 5일 이내 투여했을 때 입원ㆍ사망 환자가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인류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쟁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여겨졌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이 이른바 '팍스로비드 리바운드' 현상을 겪으면서 전세계적으로 효과를 의심받고 있다. 치료되는 듯 하다가 갑자기 바이러스 수치가 높아지고 증상이 재발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엔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은 현상을 경험해 세계적으로 논란이 됐다.
제조사인 화이자는 이같은 현상을 사실상 부인하고 있다. 화이자는 자체 연구 결과 논문을 발표하면서 팍스로비드가 백신 미접종자들의 입원ㆍ사망률을 낮춰준다는 실험결과를 제시했다. 특히 팍스로비드 리바운드 현상에 대해선 "증상 재발현이 있긴 하지만 실험 결과 대조군ㆍ실험군 모두에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톤 소재 한 병원 연구팀은 이같은 화이자 측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에 나섰다. 연구팀은 대규모 팍스로비드 임상 실험에서 대조군, 즉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위약(플라시보)을 처방받은 환자 247명을 상대로 추적 조사한 결과 이중 약 4분의1이 증상 재발 현상을 겪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중 12.5%는 바이러스 수치만 높아졌고, 1~2% 정도만 바이러스 수치 상승 및 고열 등 증상 재발이 동시에 나타나는 등 현저한 '리바운드' 현상을 나타냈다. 즉 팍스로비드 복용 환자보다 미복용 환자에서 실질적인 증상 재발 현상이 더 드물었다는 것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같은 연구 결과는 미복용 환자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리바운드로 인해 고열이나 인후통 등 증상까지 다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코로나19의 회복 과정이 항상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 같은 보스톤 소재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병원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팍스로비드 복용 환자 11명과 미복용 환자 25명을 상대로 추적 조사한 결과 복용자의 경우 4분의1 이상이 증상 재발 현상을 겪은 반면, 미복용자는 25명 중 1명만 경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게다가 팍스로비드 복용자 중 증상 재발자들은 마치 새로 감염된 것처럼 높은 바이러스 수치를 며칠 동안이나 유지했다. 연구팀은 "미복용 환자의 증상 재발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였다"면서 "미복용자들의 증상 재발과 팍스로비드 리바운드 현상은 질적으로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팍스로비드 리바운드 현상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과학자들은 약물 내성 또는 복용자의 약한 면역 반응 때문은 아닐 것으로 여기고 있다. 팍스로비드에 의해 억제됐던 바이러스들이 어떻게 약물 효과가 사라진 후 다시 돌아와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고열 등 증상이 다시 나타나도록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지에 대해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마크 시에드너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임상역학교수는 "다른 질병들이 너무 빠른 시간에 치료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상기시킨다"면서 "팍스로비드 리바운드 현상을 겪은 사람들의 경우 약물 투여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때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