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회장이 27일 서울 서초동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이 개최한 조찬 포럼에서 ‘경제환경 변화와 산업은행의 새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조귀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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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회장은 27일 서울 서초동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이 개최한 조찬 포럼에서 ‘경제환경 변화와 산업은행의 새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 회장은 이날 글로벌 경제와 한국 산업 구조가 변화하면서 산은 역할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성숙도가 낮아 재정 투입이 필요한 영역과, 성숙도가 높아 민간에서 충분히 투자가 이뤄지는 영역 사이에 일종의 금융 갭(financial gap)이 존재한다”며 “이 영역에서 정책금융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강 회장은 “디지털 대전환과 녹색 대전환을 위한 산업정책과 정책금융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 전지 등 초격차산업과 바이오, 원자력, 전기차 등 유망 신산업에 집중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조선업을 비롯한 석유화학, 철강, 정유 등 전통 제조업의 전환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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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회장은 조선업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제2의 호황기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지난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성명을 보면 (미국과 유럽이) 중국을 잠재적 위협국으로 본 것 같다”며 “유럽계가 중심인 글로벌 선사들이 중국 조선소를 믿고 발주하기 어려운 환경이 오는 것 같다”고 이유를 들었다. “배 만드는 게 원래 유럽에 있다가 일본, 한국에 왔다가 중국으로 간다고 생각했는데 최소한 5~10년간은 중국으로 가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신규 수주 환경이 유리하게 조성될 것이란 얘기다.
강 회장은 “국내 조선사들의 역량이 있기 때문에 친환경 조선산업으로 전환에 성공한다면, 뒤처지는 산업이 아니라 미래를 이끌어가는 산업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산업재편이 요구된다고도 지적했다.
산은 부산 이전과 관련해 강 회장은 “전통 제조업 메카인 동남권 지역이 미국 러스트벨트(미국 북동부의 몰락한 제조업 중심지)처럼 정말 녹슨 지역처럼 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동남권 제조업의 디지털 대전환과 녹색 대전환을 이끄는 게 산은 부산 이전의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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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및 과학법 등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산업정책 드라이브가 펼쳐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강 회장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진행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 경제수석으로 재직하던 때 미국 고위 관료가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새 공장을 지어줄 것을 요구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요구는 조지아주 등 남부가 아니라 러스트벨트에 지어달라는 것이었다”며 “미국 자동차 산업 침체로 해당 지역 부품사들이 어려움을 겪으니 현대차가 공장을 지어주면 통상 압박 등을 하지 않겠다고 했던 건”이라고 말했다.
강연을 마친 뒤 산은 산하 KDB생명 처리 방향을 묻는 질문에 강 회장은 “매각 작업을 최대한 빨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기업의 배드뱅크(부실자산을 모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은행) 및 법정관리인 역할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산은 계열사로 남은 기업이 이제 얼마 없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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