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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지구에 충돌하려는 소행성이 발견돼 전 인류가 죽어갈 위기에 처하지만, 일부는 그 소행성에 매장된 엄청난 자원을 차지하려고 폭파 작전을 취소한다.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소행성이 인간에게 보여주는 두 얼굴을 그린 영화다. 실제 소행성은 작으면 도시 킬러, 조금 클 경우 문명 킬러라고 불릴 정도로 치명적인 위협이다. 반면 단단한 금속ㆍ암석으로 구성돼 값비싼 귀금속이나 희귀 광물을 채굴할 수 있는 '보물섬'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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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경 달러 가치 보물섬'
지난달 28일 미 항공우주국(NASA)은 무려 1000경 달러 가치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보물섬' 소행성 '16프시케'를 탐사하기 위한 우주선 '프시케호'를 내년 10월 발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올해 8월 발사 예정이었지만 기술적 문제로 9월 말~10월 초로 한 차례 연기됐다가 최종적으로 내년 10월 발사가 결정됐다. NASA는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가 제작한 소프트웨어와 외주 업체 맥사(MAXAR)가 만든 하드웨어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으며, 점검 끝에 내년 10월까지는 조정을 마치고 발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프시케호는 내년 10월 예정대로 발사할 경우 2029년 8월 목적지인 16프시케 소행성에 도착해 탐사를 시작한다.
관심을 끄는 것은 소행성 16프시케의 가치다. 16프시케는 고대 초기행성이 충돌 등의 이유로 암석으로 된 외층을 잃어버린 채 철과 니켈 등 금속으로 된 중심핵만 남아 소행성이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16프시케 탐사로 지구처럼 단단한 행성들의 맨틀 속에 자리 잡고 있는 핵의 내부 모습을 연구할 수 있다며 흥분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는 이른바 우주 광산(Space mining)의 테스트 베드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NASA는 이미 2020년 허블우주망원경 관측 결과를 토대로 약 지름 200km의 거대한 소행성 16프시케가 대부분 금속으로 이뤄져 있으며, 경제적 가치가 무려 1000경달러(10 quintillion)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물론 16프시케가 실제 철ㆍ니켈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하더라도 지구로 옮겨 오거나 채굴하는 것은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하다. 너무 많아 혹시 채굴할 경우엔 시장 붕괴도 우려된다. 과학자들은 다만 지구 인근 소행성이나 달에서 물을 채취해 우주 로켓의 연료로 사용하는 것으로서 우주 광업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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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속에 숨은 침묵의 살인자
소행성의 또 다른 얼굴은 도시 또는 인류 문명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침묵의 살인자다. 실제 6600만년 전 지구 전체를 지배했던 공룡을 멸종시킨 것은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떨어진 지름 10km 크기의 소행성이었다. 그만큼 크지 않더라도 지름 150m 이상의 소행성들은 지구에 충돌할 경우 대기권에서 다 타 버리지 않은 채 잔해가 남을 수 있다. 도시에 떨어질 경우 핵폭탄 몇 개를 합친 충격파로 대학살을 일으킨다. 특히 최근엔 태양빛에 가려져 인류가 전혀 관측할 수가 없었던 소행성들이 하나씩 확인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천문학자들은 지구와 수성 사이에서 떠돌고 있는 지름 1.5km 크기의 소행성 '2022 AP7'을 발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지름 1.5km 이상으로 지난 8년간 발견된 잠재적 위험 소행성(PHA) 중 가장 크다. 지구에 충돌할 경우 대륙 여러 곳을 파괴할 수 있을 정도여서 천문학자들은 '행성 킬러(Planet Killer)'로 분류한다.
문제는 이런 소행성들이 태양 빛에 의해 가려져 허블우주망원경,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 등 어떤 수단으로도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허블ㆍJWST 등은 민감한 장비들이 고장나기 때문에 아예 태양 쪽은 관측하지 않는다. 실제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키에 떨어진 지름 약 20m의 소행성은 태양빛에 가려져 전혀 관측되지 않았다가 폭발하고 도시 전체의 건물이 파괴되고 1500여명이 다친 후에야 존재를 알게 된 대표적 사례다.
태양빛에 숨은 소행성 상상도. 사진 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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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견된 '2022 AP7'과 같은 태양빛에 가려진 소행성을 관측할 수 있는 곳은 칠레 소재 인터-아메리칸 천문대가 갖고 있는 초민감 암흑에너지카메라(DEC) 뿐이다. 그나마도 매일 해 질 무렵 10분 정도만 태양 방향 소행성을 찾아낼 수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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