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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치열한 '반도체 삼국지'…韓의 비단 주머니는?[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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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특히 반도체를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여기에 한국도 중간에 끼어 '한ㆍ중ㆍ미' 반도체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다. 현재 스코어는 어느 정도며, 미·중은 결국 무엇을 노리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미국 턱밑까지 올라간 중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펴낸 '미ㆍ중 반도체 갈등과 시사점'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이 첨단 ICT의 핵심인 반도체를 놓고 사활을 건 갈등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1990년대 개혁개방 정책을 본격화한 후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해 기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3.5% 수준이며, 2030년 이후엔 오히려 앞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과학기술력은 양자, 바이오, 통신 등 주요 미래 성장 동력 분야에서 미국에 근접해 있다. 인공지능(AI)의 경우 2012~2021년 논문 산출량이 미국을 압도하고 인용 횟수도 미국에 근접하는 등 양적ㆍ질적으로 모두 급성장했다. 예컨대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세계 최고며, 바둑 AI '줴이'는 미국의 '알파고 제로'를 손쉽게 이긴다.

양자 기술도 2010~2020년 누적 논문 산출량과 인용 횟수가 미국에 이어 2위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2030년 글로벌 점유율 24%를 차지하는 등 제조ㆍ생산 측면에선 압도적이다. 5G 기술도 70만여개의 기지국을 설치해 미국(5만개)보다 훨씬 앞섰고, 유전자 과학도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 관련 누적 논문이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중국의 제조업 생산액은 2019년 4000조달러로 미국(2300조달러)의 2배에 육박한다. 연구개발(연구·개발) 투자 규모도 이미 2020년 기준 미국의 90%까지 따라왔다. 2000년 당시 미국의 9분의 1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한 수준이다.

그러나 반도체 부문은 여전히 약점으로 꼽힌다. 중국의 2021년 반도체 수입액은 4686억달러로 원유(2550억달러)보다 1.8배나 많다. 기술 개발 수준도 미흡하다. 특허 산출량 1위지만 첨단 기술, 즉 미국ㆍ일본ㆍ유럽 특허청에 등록된 '삼극 특허' 수와 평균 인용 횟수 등은 미국ㆍ유럽ㆍ일본에 훨씬 뒤져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를 의식한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적극적인 투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 산업 주요국 중 정부 R&D 지원 규모ㆍ비중이 1위다. 2019년 기준 55억달러의 정부 R&D 지원이 이뤄져 미국 15억달러보다 3배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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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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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반격

중국의 추격에 미국은 올해 8월 발효된 CHIPS법으로 반격에 나섰다. 미국내 반도체 생산 기반을 재건하고 첨단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총 542억달러(약 70조원)를 자국 내 반도체 산업에 지원하며, 이 자금을 혜택을 받은 기업이 중국, 북한, 이란 등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한국ㆍ일본ㆍ대만과 칩4 동맹을 체결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 움직임에 대해 수출ㆍ투자ㆍ금융 제재를 통해 제동을 걸고 있다. 화웨이, 푸젠진화반도체, 하이실리콘 등의 업체들을 수출 체제 목록에 등재해 미국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 소재ㆍ부품ㆍ장비ㆍ제품을 수출 금지했다. 또 외국인 투자위험심사 현대화법(FIRMA), 외국인 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통해 중국 기업의 반도체 인수를 막고 있다. 중국의 군(軍) 관련 기업에 직간접 투자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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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세계 최초 GAA 기반 3나노 양산 출하식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3나노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이며, GAA 역시 세밀한 제어로 반도체의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핵심 기술로 알려졌다./화성=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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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해전술'로 우회로 뚫는 중국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첨단 기술ㆍ장비 도입 길이 막히자 막강한 자금력과 성숙 기술 활용을 통해 우회로를 개척 중이다. 마치 6.25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이 장비에서 일방적으로 열세에 처하자 고안해낸 인해전술이 연상될 정도다. 첨단 기술이 아니어서 제재받지 않고 있는 7나노 이상 위주의 중저가형 반도체 제조 공장을 대거 확충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 SMIC는 지난 8월 7나노 공정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상하이에 28나노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에 89억달러(약 11조7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첨단 기술이 필요한 실리콘 반도체가 아닌 화합물 반도체, 전력용 반도체 생산 기반도 대폭 늘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2024년까지 자동차ㆍ스마트폰ㆍ전자제품용 전력용 반도체 생산 시설을 31곳 신설할 계획이며, 네덜란드의 전력용 반도체 기업과 영국의 파운드리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중국이 알루미늄, 갈륨, 마그네슘, 텅스텐 등 반도체 주요 소재들의 최대 생산국이라는 것도 주요 무기다.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한 반도체 굴기도 서서히 성과를 나타내는 중이다. 중국은 '제조2025'를 통해 설정했던 반도체 설계ㆍ파운드리ㆍ장비 등 기술 확보에서 괄목한 성과를 산출하고 자급자족 가능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설계 기술 및 10나노 미만의 메모리, 화합물 반도체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관련 회사 숫자는 무려 7만3000개로 2020년 한 해 동안에만 2만여개의 기업이 새로 생겼다. 미국의 제재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미국이 자국의 지식재산권이 포함된 반도체 설계 기술의 대중 수출을 금지하자 중국은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오픈 소스인 RISC 기반 개방형 명령어 집합(RISC-V ISA)을 활용해 연구 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RISC-V 기반 CPU 프로젝트를 연구하기 위해 베이징 카이싱 연구소(Kaixin Institute)를 설치한 게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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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소재 반도체 제조업체 SMIC의 공장. 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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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ㆍ중의 장기 전략과 한국의 대응은?

미국은 CHIPS법을 통해 자국의 제조역량ㆍ인재 양성을 통해 글로벌 점유율 1위를 회복하는 한편 중국을 억제해 자생력을 최소화하는 한편 10년 정도인 현재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나 대만 TSMC 등 다른 나라 반도체 업체들에 대해서도 지원금을 활용해 중국 현지 반도체 공장의 기술 업그레이드를 막겠다는 계산으로 분석된다. 이에 맞서는 중국은 중저가형 반도체 제조 시설에 대해 적극 투자해 전력용ㆍ가전용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또 범용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자체적인 기술력 확보 및 화합물 반도체 시장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미ㆍ중 반도체 갈등과 장기 전략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보고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내 반도체 설계 및 장비산업을 육성하고 소재 독립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메모리 반도체 편중 구조 탈피, 설계ㆍ파운드리ㆍ반도체 장비 등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위해 장기적인 R&D 지원이 필요하며 메모리 중심으로 고착화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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