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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부 주민, 광둥어로 검열 피하며 정부 코로나 정책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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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중국 검열당국은 광둥어 잘 몰라…방언 단속 강화될지도"

연합뉴스

(AP=연합뉴스) 지난 11일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른 진입 차단을 위해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하이주구 앞에 바리케이드가 세워진 모습. 2022.11.13.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지친 남부 주민들이 온라인에서 당국의 검열을 피해 표준어가 아닌 광둥어로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남부 광둥성 광저우의 이달 누적 감염자가 1만2천 명에 육박한 가운데 일부 구가 다시 봉쇄되자 일부 주민들은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 당국의 조치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7일 한 광저우시 주민은 웨이보에 "우리는 4월에 봉쇄됐고, 이번 달에도 다시 문을 닫아야 한다"며 "하지만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우리 집세가 공짜라고 생각하나"라고 비난했다.

정부를 향해 "쓸데없는 말을 지껄인다" 등의 비속어를 늘어놓은 게시글도 찾아볼 수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는 온라인상에 정부에 대한 비판이 올라오면 정부 검열단에 의해 신속하게 제거된다. 그러나 최근 광저우 등 남부지역 주민들이 올린 이 같은 내용의 게시글은 광둥어로 작성된 탓에 며칠간 그대로 방치됐다는 것이다.

광둥성 방언인 광둥어는 중국 남부에서 수천만 명이 사용하는 언어이지만, 중국 정부가 표준어로 인정하는 만다린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광둥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 당국의 검열 프로그램의 자동 검색에서도 이같은 광둥어 불만 글은 걸러지지 않는다.

연합뉴스

봉쇄령 내려진 광저우 하이주구
[인민시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때문에 최근 중국에서는 당국의 주의를 끌지 않고 정부 비판을 하는 수단으로 광둥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 기반 독립 미디어 감시 단체 '차이나 디지털 타임스'(CDT)에 따르면 지난 9월 광둥성 당국의 코로나19 집단검사 요구를 비판하는 게시글이 온라인상에 올라왔지만, 광둥어로 작성돼 중국 정부의 검열에 걸리지 않았다.

CDT는 "웨이보의 콘텐츠 검열 시스템이 광둥어 철자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직설적이고 대담한 게시물이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같은 내용이 만다린어로 적혔다면 차단되거나 삭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중국 시민들은 정부를 비판할 때 만다린이 아닌 다른 언어나 이모티콘, 영어 약어, 만화 캐릭터 등의 기호를 사용했다.

2019년 홍콩에서는 반정부 시위대가 본토 당국의 감시를 피하려고 광둥어로 된 시위 슬로건을 채택하기도 했다.

홍콩에서 언어정치학을 연구하고 현재는 캐나다 퀘벡주 텔루크대에서 정치학 조교수로 일하는 장-프랑수아 뒤프레는 중국 정부가 대중의 비판에 관용적이지 않은 태도로 일관하자 일부 시민들이 '소통 혁신'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뒤프레 교수는 "이러한 광둥어의 파괴적 사용이 중국 남부 지역의 결속을 강화할지, 아니면 중앙 정부의 방언사용 단속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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