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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하던 '맏형' 연구단지, 혁신창업 전진기지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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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창업의 길 36. 홍릉 클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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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켄바이오 함정엽 대표(왼쪽)가 KIST 강릉분원의 스마트팜에서 연구원과 함께 의료용 대마의 생장상태를 확인하고있다. [사진 K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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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내 서울창업지원센터에 자리한 생명공학 스타트업 네오켄바이오는 지난 7월 대마 성분 추출ㆍ가공 플랫폼 기술력을 인정받아 45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4월에는 국내 한 상장기업과 대마에서 추출한 뇌전증 치료 성분인 ‘칸나비디올(CBD)’를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네오켄바이오는 KIST 기술출자기업으로, 천연물소재연구센터 함정엽 박사가 연구해온 마이크로웨이브 천연물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지난해 6월 창업했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용 대마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고 대마의 성분이 다양한 난치성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어, 네오켄바이오도 칸나비디올을 이용한 뇌전증 치료제의 조기 국산화를 위한 원료의약품생산과 신약개발을 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서울 회기동 경희대 앞 서울바이오허브에 본사를 둔 이마고웍스는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치과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AIㆍCAD(컴퓨터 지원 설계)ㆍ클라우드 기술을 융합해 기존에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치과 보철물 및 교정장치 제작, 진단 및 임플란트 수술 계획 수립 등. 치과 치료 과정을 디지털화ㆍ자동화하는 게 이 회사의 주력 사업이다. KIST의 정식 연구원 창업기업으로, 바이오닉스연구센터의 김영준 박사가 20여년간 축적한 3차원 형상모델처리, 인공지능 기반 자동화 기술 등을 바탕으로 2019년 창업했다. 환자와 의사, 관련 분야 종사자를 위한 미래의 치과ㆍ의료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비전으로 세우고 있으며, 이를 위해 최근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펀딩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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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woongang.co.kr


홍릉이 ‘혁신창업’의 전진기지로 진화하고 있다. 연구소와 대학뿐이던 지역에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이들을 뒷받침할 창업 지원 시설까지 들어서고 있다. 정부 출연연구소가 인근 대학ㆍ대학병원ㆍ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기술사업화에 나선 결과다. 대학은 인력을 배출하고, 출연연과 함께 연구ㆍ개발(R&D)을 진행한다. R&D의 결과는 기업체로 기술 이전되거나, 창업으로 연결된다. 중앙정부와 서울시ㆍ동대문구·성북구에서는 이런 스타트업과 클러스터를 돕기 위한 지원기관을 만들고 또 후원하고 있다. 이른바 ‘홍릉 클러스터’다. 홍릉강소특구사업단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입주기업 369개, 투자유치 1422억원, 신규 고용 638명 등의 성과를 올렸다.

홍릉 클러스터만의 독특한 점이 있다면 ‘의사 창업’의 메카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창업연구회’가 활동한 덕에 경희대 20건, 고려대 8건의 의사 창업 사례가 생겨났다. 연구회 소속 예비 창업자를 포함한 의사 창업자는 현재 160명에 달한다. 지하철 6호선 월곡역 앞 홈플러스 건물 1층에 자리한 바이오스타트업 시프트바이오는 서울대 의대와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KIST 내 의학박사 출신 연구원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창업한 기업이다. 남기훈 시프트바이오 공동창립자는 “뭔가 더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환자를 보는 임상의가 아니라 창업이었다”며 “의대 졸업 후에 수련의 과정을 접고 KIST와 고려대가 협업하는 석박사 과정에 입학해 기초의학을 공부하면서 창업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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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월곡동의 시프트바이오 본사에서 남기훈 공동창립자(오른쪽에 둘째)와 연구원들이 신약후보물질 관련 회의를 하고있다. [사진 시프트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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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릉 클러스터의 입지는 서울과 수도권 내 최고의 창업생태계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반경 2㎞ 이내에 대학교와 병원ㆍ연구기관 20여 개가 있고, 박사급 인재 7000여 명에 대학생 12만여 명이 밀집한 대표적 도시형 혁신클러스터다. 교육기관으로는 고려대와 경희대ㆍKAISTㆍ서울시립대ㆍ동덕여대 등이 있다. 연구 수행 기관은 KIST 외에도 고등과학원과 국방연구원ㆍKISTIㆍ산림과학원 등이 있다. 이외에도 고려대 의료원과 경희의료원ㆍ원자력의학원 등 임상과 연구를 같이 할 수 있는 대학병원, 홍릉강소특구사업단·서울바이오허브·서울테크노파크 등 혁신지원기관도 있다.

함정엽 네오켄바이오 대표는 “홍릉 클러스터 내 스타트업의 가장 큰 장점은 필요할 때마다 물어볼 수 있는 교수와 연구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연구시설, 그리고 특구사업단과 같은 지원시설”이라고 말했다. 최치호 홍릉강소특구사업단장은 “홍릉특구는 정식으로 출범한 지 3년 차에 불과하지만, 스타트업이 400개에 가까울 정도로 빨리 성장하고 있다”며 “지역 특성상 바이오·디지털헬스케어에 강점을 둔 글로벌 메디클러스터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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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고웍스의 연구자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웹 치과 CAD 솔루션을 활용해 보철물 제작을 위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 [사진 이마고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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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릉 클러스터는 미국의 대표적 바이오클러스터인 보스턴 클러스터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등 세계적 수준의 대학과 대학병원들이 주축이 되고 글로벌 선도 의료기기 및 생명공학, 제약회사들이 모여들고, 스타트업들이 생겨나면서 급성장했다. 현재는 입주기업 1000개, 일자리 창출 7만4000개, 경제효과 2조 달러에 달하는 대표적 성공사례로 떠올랐다.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모더나와 화이자ㆍ노바티스ㆍ아스트라제네카가 모두 이 지역에 있다.

홍릉 클러스터의 시작은 2012년 시작한 홍릉포럼이다. KIST와 고려대ㆍ경희대ㆍ한국예술종합학교ㆍ한국외대ㆍ동덕여대ㆍ산림과학원ㆍ고등과학원ㆍ국방연구원ㆍKISTI 등 홍릉 일대 교육ㆍ연구기관의 장들이 모여, 공공기관 지방이전 이후 지역 공동화를 방지하고, 재도약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었다. 순수민간 운동으로 시작한 홍릉포럼은 이후 국토교통부 홍릉 일대 도시재생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홍릉강소연구개발특구사업 등으로 이어졌다.

홍릉포럼 2대 이사장을 맡았던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은 “홍릉은 과기 출연연과 대학이 있어 연구인력은 넘쳐나는데, 연구성과를 실제로 이어줄 기업이 없었다”며 “포럼을 여러 차례 진행하면서 이 지역에 벤처기업 유치 등을 통해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홍릉클러스터는 고려대와 경희대 사이 청량리동·회기동 일대를 일컫는다. 현재 산림과학원 자리에 한때 명성황후의 능(陵)이 있어서, 지금까지 홍릉으로 불린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0년대 초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맏형 격인 KISTㆍ한국개발연구원(KDI)을 중심으로, 국방과학연구소와 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ㆍ당시 과학기술정보센터)ㆍKAIST 등이 ‘서울연구개발단지’라는 이름으로 터전을 잡았다.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기술ㆍ정책 싱크탱크가 모여있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후 KIST가 전자통신연구원ㆍ기계연구원 등 여러 연구기관으로 분화해 대전 등지로 이전하고, 이제는 모체인 KIST만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정책을 연구하는 국방연구원으로, KAIST는 경영대학만, KISTI는 서울 분원 형태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홍릉 일대는 전성기 ‘연구개발단지’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홍릉클러스터가 특구사업단의 비전처럼 서울과 수도권을 대표하는 혁신단지로 성장할 수 있을까. 관련 전문가와 참여 기업들은 정부ㆍ지자체의 계속된 지원과 관심, 대기업의 참여, 낙후된 배후 지역의 개발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한다. 홍릉강소특구사업단의 경우 2025년까지 5년 한정으로 예산이 지원된 된 데다, 최근 이후 예산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했다. 이대로라면 3년 뒤 행정지원조직이 해체돼야 한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장은 “세계 최고 바이오 클러스터로 평가받는 보스턴 클러스터는 주 정부의 파격적 지원과 인근 대학ㆍ병원 등이 함께하면서 창업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혁신기지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홍릉클러스터도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계속 이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클러스터가 활성화하려면 기업인ㆍ연구자ㆍ지원기관인 등 생태계 내 다양한 사람들이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자유롭고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다”며 “‘가’급 보안시설인 KIST를 비롯해 출입이 까다로운 정부출연연구소를 보다 자유로운 공간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정엽 네오켄바이오 대표는 “클러스터가 앞으로 더 활성화되려면 노후화된 배후 주택단지의 재개발과 함께, 최근 떠오르고 있는 마곡단지처럼 대기업 연구ㆍ개발(R&D)센터가 들어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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