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건보 등 연일 ‘文 정부 정책’ 폐기 선언
기재부 조직 개편...업무서 ‘소득 주도’ 사라져
일자리·검찰개혁도 전 정부와 반대 방향으로
1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달 말부터 각 부처 장관들과 실·국장급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앞서 윤 대통령이 ‘탈원전 폐기’와 ‘문재인 케어 폐기’를 공식화한 만큼, 이번 업무보고에선 각 정책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의 보고도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이같이 ‘폐기’를 공식 선언한 정책들 외에도 정부의 ‘문재인 정부 지우기’ 작업은 정부 출범 이래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소득주도 성장’이다. 지난 6일 ‘기획재정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재부는 국 단위의 조직 개편과 업무조정이 이뤄졌다. 이 중 눈에 띄는 지점은 2017년 설립된 경제구조개혁국의 업무다. 개정 전 경제구조개혁국의 업무 중엔 ‘소득주도 및 포용적 성장 관련 경제정책에 관한 사항’이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인해 해당 조항은 ‘포용적 성장 관련 경제정책에 관한 사항’으로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를 대표하는 핵심 경제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가 사라진 것이다.
‘일자리’에 대해서도 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다른 기조를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을 추진한 반면, 윤석열 정부는 산업 육성과 혁신, 투자 등을 통한 민간 주도의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국정과제에도 이같은 점을 담았고, 지난 7월 발표한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서는 기능 조정 등을 통해 2023년도 정원을 원칙적으로 감축할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숙원사업이었던 ‘검찰 개혁’ 역시 이전 정부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법무부는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제한됐던 검찰 수사 개시 범위를 사실상 다시 넓혔다. 당초 새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따르면 직권남용 범죄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지만, 검찰 직접 수사 대상인 ‘부패범죄’에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뇌물을 포함하는 식으로 규정하면서다. 또한 선거범죄 중 금전을 매개로 선거 공정성을 침해하는 ‘기부행위’ 등 범죄도 부패범죄로 묶였고, 방위산업 기술 관련 범죄나 마약 유통 관련 범죄도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경제범죄’로 취급하게 됐다. 또한 법무부는 검찰 수사권 제한 법안 처리 과정에 위헌적 요소가 있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 결정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정부의 ‘문재인 정부 지우기’ 행보에 야권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세종시에서 개최된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전임 정부 정책이라고 해서 색깔 딱지를 붙여서 무조건 부정만 한다면 국정 성공은 불가능하고 그에 따른 고통은 우리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흔적을 몽땅 지우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 같다”며 “정권을 잡으면 경제 민생을 챙기고 국정을 돌보는 게 우선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정치 보복에 올인하고 있는 그런 형국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황명선 민주당 대변인도 전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전 정부의 정책 지우기라는 목적에 급급해 국민 삶을 망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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