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회장이 어떻게 할지는 본인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재차 압박
이복현 금감원장 "현명한 판단" 언급에 이어 사실상 연임 포기 시그널
"정은보 전 금감원장, 기업은행장 후보 중 한 명"
"아주 급한 것이 아니면 (금투세 도입) 유예해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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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책임이 명확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차 금융규제혁신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손태승 회장은 최고경영자로서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은 이후 법원에 징계 취소 청구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에서 승소했다.
지난 15일 대법원 2부도 손 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문책 경고 징계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대법원 확정 판결 하루 뒤인 16일 이사회를 열고 손 회장의 향후 거취 등을 내년 1월에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힌 상태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도 연임 도전과 관련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책임론을 재차 거론하면서 묘한 긴장감도 흐른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당국의 손 회장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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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검찰 출신 첫 금융감독원 수장인 이복현 원장도 지난달 10일 "급격한 시장 변동에 금융 당국과 금융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 당사자(손 회장)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리라 생각한다"며 손 회장을 압박했다.
이 원장은 14일에도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고경영자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하게 노력해 달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이 원장의 "현명한 판단" 언급과 관련해 "상식적인 수준의 얘기다. 감독당국의 판결에 대해 손 회장이 어떻게 할지는 본인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며 압박성 발언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는 여러차례 회의를 거쳐 라임펀드 사태를 단순 직원 문제가 아닌, CEO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손 회장에 책임이 있다고 감독당국이 명확하게 판정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 언론에 기고된 칼럼을 언급하면서 "주인없는 금융사에 CEO 우호세력이 돌아가면서 인사하는 이른바 '내치'가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라며 "어떤 CEO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데에 중점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경영이 매우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금융권 인사에 대한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손 회장이 스스로 연임을 포기하고 금융당국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에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포함된 사실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정 전 원장이 기업은행장 후보자 중 하나로 돼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를 포함해 복수의 후보자를 검토하고 있다. 언제쯤 임명 제청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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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지난해 8월 금감원장에 임명됐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올해 6월 자진사퇴했다.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직한 뒤 박근혜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차관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등 요직을 거쳤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급격한 한미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주장하자, 2019년 문재인 정부는 전 정부 주요 인사였던 그를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대표로 전격 발탁해 화제가 됐다.
김 위원장은 최근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관련해 정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는 데 대해 "이번 정부는 민간 중심을 내세웠다. IBK기업은행 같은 정부 은행은 (정부가) 하는 거고, 민간은 민간 쪽에서 최대한 자율적으로 인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대치가 길어지면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유예 찬성 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아주 급한 것이 아니면 (금투세 도입을) 조금 유예하자는 게 제가 기본적으로 가진 생각"이라며 "도입을 1~2년 늦춘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아니라면, 불안한 시장 상황을 가속화할 수 있는 것(금투세 도입은)은 자제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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