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전남 교육청 등에 따르면, 목포공고 조선기계과는 오는 6일 예정된 졸업식에서 3학년 학생 32명이 졸업하면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목포공고는 2021학년도 조선기계과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했고, 2022학년도부터 조선기계과와 기계과를 대신하는 스마트기계과를 신설해 신입생을 선발했다.
그러나 스마트기계과는 기계요소설계, 컴퓨터활용생산, 자동차정비, 자동화·설비보전 등의 인력을 기르는 학과로 과거 조선기계과의 핵심 교육내용이었던 용접 관련 교육내용은 대폭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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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삼호중공업, 대한조선 등 대규모 조선소가 인접한 목포공고의 조선과는 역사가 194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업 경기가 활황이었던 지난 2008년에는 컴퓨터응용기계과는 조선응용기계과로, 전자기계과는 조선전자기계과로 이름을 바꾸며 지역 조선업계를 뒷받침해왔지만 2010년 중반 이후 조선업계 불황으로 급격히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같은 지역에 있는 또다른 특성화고인 목포중앙고는 2023년학년도부터 조선산업과의 이름을 스마트설비과로 바꾼다. 여전히 선박건조와 용접 관련 교육은 진행되지만 자동화설비 분야 교육을 강화해 학생들이 생산자동화 솔루션, 드론, 인공지능(AI) 분야로도 진출할 수 있도록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조선’이라는 단어가 학과명에 남아있는 학교는 거제공고(조선기계과, 조선전기과), 삼천포공고(조선산업과) 두 학교로 줄게 됐다. 그나마 HD현대 그룹이 적극 지원하는 현대공고(산업설비과)나, 현대삼호중공업 인근의 구림공고(기계과) 등에서는 학과명과 관계없이 조선업 관련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특성화고에서 조선 관련 학과명이 사라지는 이유는 조선업에 대한 학부모·학생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라고 한다. 한 목포 지역 특성화고 교사는 “최근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은 여전히 위험도나 근로여건에 비해 임금수준이 높지 않고, 경기가 나쁠 때는 고용이 불안정해 조선업계 취업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업 경기가 악화될 때 산업현장이 특성화고 출신을 외면한 사례도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조선업 경기가 얼어붙던 지난 2010년대 중반 군산기계공고 조선산업과 등이 문을 닫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여전히 특성화고에 대한 수요가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장학생 및 인턴 등 다양한 형식으로 특성화고 출신 20여명을 직접 고용하기 위한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남학생의 경우 병역의무로 인해 졸업후 조선업계로 바로 진출하기 어렵다.
졸업후 생산현장에 곧바로 취업한다면 일이 손에 익을 때 쯤이면 군입대를 해야 하고, 병역을 마친 뒤에는 다시 현장에서 추가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대삼호가 확보한 장학생이나 졸업생들도 병역을 마친 뒤 입사할 예정으로, 실제 조선소 취업은 빨라야 2025년이 될 전망이다
박정엽 기자(parkjeongyeo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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