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없는 제로(Zero)’에 빠진 이유
MZ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는 미래를 대비하면서 동시에 현재의 자신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먹고 마시고, 노는 일에도 마찬가지.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무작정 참기보다는 건강에 도움 되는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건강을 관리하고자 한다. 탄산음료 자체를 멀리하기보다는 당류와 열량이 적은 제로 음료를 선호하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 제로 음료는 일반 탄산음료에 비해 맛이 없다는 인식이 강해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서 추산한 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903억 원 수준이었으나, 2018년 1,155억 원, 2020년에는 1,319억 원까지 올랐고 2021년에는 2,189억 원대까지 오르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식음료업계는 MZ세대의 호응에 힘입어 저마다 제로 음료를 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제로 열풍은 '건강'을 추구하는 MZ세대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음식의 맛은 즐기되 즐겁게 건강관리를 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당류와 열량이 적은 제로 음료를 소비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지속 가능한 건강 관리 추구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는 단어 그대로 Healthy(건강한)와 Pleasure(기쁨)가 합쳐진 용어이다. 즐겁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지속 가능한 건강 상태’가 되도록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몸에 좋은 재료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운동을 하는 것이 그 일환이다.
헬시 플레저를 실천하는 세대는 건강 관리를 위해 엄격하게 식습관을 통제하고 고통스러운 운동을 하지 않는다. 강도가 센 운동보다는 건강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운동을 택한다. 먹고 싶은 것을 먹되, 최대한 칼로리가 낮은 대체 음식을 찾거나, 맛과 건강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로우 푸드(지방, 나트륨, 당 등 특정 성분을 줄이거나 뺀 식품)'를 선호한다. 즐기면서 먹고 운동하는 습관을 통해 지속 가능한 건강 관리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즉 MZ세대에게 건강 관리란, 단순히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자기 개발 활동의 하나이다. 이들은 정신 건강도 자신을 위해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영역으로 인식하여, 일상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멍 때리기' 등을 통해 정신 건강도 챙기는 등 다방면에서 ‘헬시 플레저’를 지킨다.
제로 탄산음료 속 인공감미료가 오히려 건강 해칠 수도
그런데 이들이 엄격한 식습관의 대안으로 선택한 제로 칼로리 음료는 정말 건강에 좋은 걸까? 제로 탄산음료에는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가 들어간다. 인공감미료는 설탕보다 수 백배 달지만, 칼로리가 낮아 소량만으로도 강한 단맛을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공감미료는 우리 몸에 안전할까? 인공감미료인 수크랄로스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 안정성이 확인된 품목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인강감미료인 아스파탐의 권장 섭취량은 체중 1㎏ 당 40mg, 수크랄로스는 9mg 등이다. 인공감미료는 권장 섭취량만 넘기지 않는다면 사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공감미료의 안정성을 부정하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연구팀은 수크랄로스가 인체의 대사 활동을 교란시키고 지방축적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발표했으며, 예일대 연구에 따르면 제로콜라와 탄수화물을 함께 섭취했을 때 인슐린 민감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슐린 분비에 이상이 생기면, 신체 내 혈당 처리가 원활하지 못해 고혈당이나 당뇨병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심장병영양학자 미셸 루텐스타인(Michelle Routhenstein)는 "인공감미료를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뇌졸중과 심장마비에 걸릴 위험을 증가시킨다"라며 "고혈압, 높은 콜레스테롤과 비만의 원인이 된다"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인공감미료의 섭취가 오히려 배고픔을 발생시켜 다른 음식으로 칼로리를 채울 가능성이 높아 다이어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인공감미료가 포함된 탄산음료를 자주 먹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약 70% 높았다는 일본의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 몸에 흡수가 되지 않아도 일단 혀가 단맛을 느끼면, 맛과 관련된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 그리고 쾌감을 느껴 중독되는 보상 시스템이 돌아간다. 인공감미료를 장기적으로 많이 먹으면, 이 시스템은 계속 공고해진다. 결국, 원하는 단맛의 강도가 세져 오히려 더 많은 단 음식을 먹게 한다. 단맛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단맛은 짠맛이 함께 있어야 강하게 느껴지기에, 나트륨 섭취량도 함께 늘어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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