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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게임이론으로 세상 읽기] 난방비 폭등, 장기 기간모형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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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이투데이

난방비가 폭등했다. 예년보다 1.5배에서 2배에 가까운 난방비가 기록된 고지서를 받아든 많은 시민들은 폭탄을 받아든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난방비 폭탄을 피하고자 온열기나 온수매트 등 전기를 활용한 대체재로 갈아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조만간 전기요금도 오를 것이라 하니 이 역시도 단기적인 대안에 불과한 것일 수 있겠지만, 현명한 개인은 그 안에서 또 새롭게 적응하고 최적화해 나갈 것이다.

이렇게 서민들이 난방비와 전기요금 사이에서 고투를 하고 있는 사이, 정치권은 정쟁에 힘을 쏟고 있었다. 난방비 폭등에 대한 여야의 책임 공방이 그것이다. 야당은 현 정부에서 대책 없이 난방비를 인상시켜 서민의 부담이 가중되었다고 주장했고, 여당은 전 정부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단가를 반영한 적절한 난방비 인상을 하지 않아 현 정부의 부담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폭등한 난방비 문제에 대한 해결책 제시를 기대했던 이들은 실망을 표했고,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하락을 거듭했다.

난방은 일종의 필수재다. 특히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난방 없이 생활하기는 쉽지 않다. 이렇게 겨울철 난방에 대한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상당히 낮은 편이기에 개인이 전략적으로 수요를 조정할 수 있는 폭은 그렇게 넓지 않다. 하지만 특정 정당이나 정부에 지지를 보내는 행동은 상당히 전략적일 수 있다. 정부를 지지하지 않고도, 여당이나 야당에 지지를 보내지 않고도 얼마든지 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개인이 정치집단에 대한 지지를 보내는 데 전략적인 선택을 할 여유가 상대적으로 많다.

만약 현 정부가 시장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방안 고민 및 대책 마련을 우선시하고 그 이후에 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에 힘을 쏟았다면 시민들의 반응은 달랐을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와 여당이 보낸 메시지는 마치 ‘전 정부가 잘못해서 당신들이 힘든 것이고,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식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즉, 남 탓하기에만 힘을 쓰고 대책 마련은 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로 보이기 쉬웠다는 것이다.

현 정부 집권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LNG 가격이 급상승했기에, 난방단가 상승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관련 정책적 결정에 있어 중요한 것은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단가를 조정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단순히 수입단가에 연동시키기만 한다면 필수재 시장의 충격을 단기간에 시민에게 모두 전가하여, 다른 시장에서의 소비를 위축시킴으로써 국가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정치적 결정의 측면에서 보아도 비난전에만 힘쓰고 시장논리를 내세우기만 하는 것은 상당히 안일한 전략일 수 있다. 차리리 ‘남이 못 해 힘든 여러분을 우리가 이렇게 도와주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이 훨씬 현명한 전략일 수 있다.

그렇다고 시장을 완전히 거스르는 결정을 하라거나, 정부가 모든 부담을 덮어쓰라는 것은 아니다. 각종 지원을 통해 현재의 재정 지출을 늘리더라도 상대적으로 난방 수요가 줄어드는 시기에 높은 난방단가를 유지시킴으로써 그 공백을 메우는 방식의 대처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정태모형(static model)을 풀려고 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기간모형(intertemporal model)을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정책적, 정치적 의사결정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시민 개인의 입장에서도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단기간의 겨울에 큰 지출을 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탄력성이 높은 장기간에 걸쳐 지출 부담을 나누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에 이러한 정책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조금 늦은 감은 없지 않으나 난방 시장이 받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각 지자체가 움직이고 있고, 또 정부도 전략을 바꾸어 대책을 마련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 수도 있겠으나, 경험을 통해 대체재로의 이동이 수월해지고, 또 날씨가 포근해져 수요가 탄력적이 되면 이러한 충격 흡수가 상대적으로 쉬워질 것이다. 그 시기가 올 때까지 정부가 시장이 받은 충격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바란다.

[정대영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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