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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바나나 하나가 1억4000만원?…부산엔 '좀비'가 상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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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마우리치오 카텔란展…부산시립미술관, 무라카미 다카시展

현존하는 세계적인 작가 대규모 회고전에 '인산인해'…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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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 리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대규모 회고전 '위'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사진 김경태. (리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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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현존하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대규모 회고전이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에서 1억4000만원짜리 '생바나나'를 만날 수 있다면, 부산에서는 '좀비'를 구경할 수 있다. 전시 개막과 함께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상황이다. 지금 보지 못하면 언제 볼지 기약할 수 없는, 놓쳐선 안 될 전시라는 방증인 셈이다.

리움미술관은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7월16일까지 현대미술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이자 마르셀 뒤샹의 후계자로 평가받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회고전 '위'(WE)를 선보이고 있다.

카텔란은 '코미디언'이란 작품으로 미술에 생소한 사람에게도 알려진 유명 개념미술가다. 지난 3일 전시장 2층에서 만난 '코미디언'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생겨날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생바나나를 덕테이프로 벽에 붙인 것이 끝이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이 작품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리움미술관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르게 보기'에 강연자로 나선 이수진 홍익대 교수는 "그림을 사고파는 세계 최대 아트페어에서 카텔란이 주변 가게에서 30센트를 주고 생바나나를 사서 덕테이프로 붙여 작품을 만들었다"며 "판매가가 우리 돈으로 1억4000만원(12만달러)이었고, 누군가가 벽에 붙은 바나나를 먹었고, 이슈가 되면서 사람들이 몰리자 갤러리 측에서 작품을 내렸는데 텅 빈 벽에 누군가가 낙서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카텔란을 상징하는, 21세기를 상징하는 작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이 작품을 만들 수 있지만 이것이 작품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카텔란이 인증서를 구매자에게 발급해줬기 때문"이라며 "세 점의 작품이 출품됐는데 두 개가 팔렸다. 구매한 것은 결국 인증서"라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비슷한 모양의 바나나 중에서도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모양의 바나나를 덕테이프와 'X'자로 붙인 것, 그 자체로 미적인 아름다움이 있다"며 "카텔란은 '코미디언' 제목에 대해 어떤 설명도 없지만 우리가 이런 단순한 작품을 보고 토론하고 생각하고 하는 모습의 코미디같은 모습을 미리 예상하고 그런 제목을 붙이지 않았을까도 유추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1년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마우리치오 카텔란: 올'(Maurizio Cattelan : ALL) 이후 최대 규모의 카텔란 전시다. 조각과 회화 등 그의 작품 총 38점이 미술관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총 세 개 층에서 전시된다. 구겐하임 회고전 이후 개인전도 연 카텔란은 그때마다 적게는 1점, 많아야 2~3점의 작품만 선보일 정도로 출품작 수가 적었다. 이번 전시가 대규모 회고전으로 불리는 이유다.

'코미디언' 외에도 미술관 입구와 로비에 있는 노숙자 두 명(동훈과 준호), 아돌프 히틀러를 축소한 '그'(Him), 거꾸로 선 두 명의 경찰관 '프랭크와 제이미', 박제된 말을 공중에 매달아 놓은 작품 '노베첸토', 냉장고와 그 위 칸에 쭈그려 앉아 있는 어머니를 작품화한 '그림자', 운석을 맞고 넘어진 교황을 표현한 '아홉 번째 시간', 검은 성조기와 총탄의 흔적 '밤', 이탈리아 대표 대리석인 카라라 대리석으로 만든 아홉 개의 조각 작품 '모두'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카텔란은 유머의 힘으로 진지하고도 심각한 소재들을 자유자재로 비틀며 신선한 자극을 던져 온 작가"라며 "이번 전시에서는 도발적인 익살꾼인 카텔란의 채플린적 희극 장치가 적재적소에 작동되는 작품들을 마주하며 공감, 열띤 토론 그리고 연대가 펼쳐지는 무대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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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 '무라카미 좀비와 폼 좀비'. 몸안에 무라카미의 분신인 '도브'가 있다. 2023.01.26/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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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일본 팝아트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61)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1992년 첫 전시 후 30년만, 2013년 두 번째 전시(플라토) 후 다시 10년만에 한국 방문이다. 한국 단색화의 대가 이우환의 초청('이우환과 그 친구들' 네 번째 작가)에 무라카미가 응하면서다.

무라카미는 새로운 미술사조 '슈퍼플랫'(Superflat)을 고안해 낸 작가다. 슈퍼플랫은 말 그대로 굉장히 평평하다는 뜻으로, 무라카미는 일본의 '오타쿠'(특정 대중문화에 몰두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 문화를 기반으로 상위미술과 대중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귀여움(Cuteness) △기괴함(Grotesque) △덧없음(Pathos) △원상(Enso) 네 구역으로 나뉜다. 귀여움과 기괴함 섹션에서는 무라카미의 분신이자 미술 세계의 출발점인 '도브'(DOB) 캐릭터의 창조와 '탄탄보' 캐릭터로의 진화, 2011년 3월 약 2만2000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낸 동일본대지진 이후 변화된 무라카미의 인식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덧없음' 섹션에서는 이번 전시의 키워드와 일치하는 작품으로 본인과 반려견을 좀비화한 '무라카미 좀비와 폼 좀비'가 등장한다. 무라카미는 이 작품에 대해 "제 몸을 디지털 스캔해서 실물 크기로 프린트 아웃할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껴 작업을 시작했고 한 5~6년 정도 걸렸다"며 "어떤 컨셉을 갖고 한 게 아니라 흥미를 추구하면서 한 작업으로 제 작품에서는 굉장히 드문 방식의 작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흥미'로 시작했다지만 실제 작품을 마주하면 굉장한 기괴함에 공포감을 느낀다. 무라카미는 "인간의 다양한 공포를 실체화한 것이 몬스터나 악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든 말든 그런 것을 봤을 때 '저런 공포가 있었지' 하고 공감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무라카미가 끝내 해탈의 경지에 도달함을 보여주는 '아미타 내영도'로 끝난다. 불교에서 아미타 부처는 죽음을 물리치고 영원한 생명을 주는 부처이다. 윤회의 굴레에서마저 벗어난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의미 없는 단어의 조합에서 '도브'가 탄생하고 '탄탄보'로 진화하고, 프란시스 베이컨에 대한 오마주, 동일본대지진 후 윤회, 생과 사, 시작과 종말 등 윤회에 허덕이는 인간의 욕망, 그리고 마지막에 윤회의 굴레에서마저 벗어나는 아미타까지, 이번 전시는 단순한 물음에서 출발해 인간의 희로애락을 거쳐서 윤회에 대한 답을 찾다가 결국 윤회의 굴레를 뛰어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고 전시를 소개했다.

두 전시 모두 '무료' 관람이다. 카텔란 전시는 현장발권도 하나 인터넷 예매를 통해 방문하는 게 수월하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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