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약물의 발달 어디까지 왔나
첨단 ICT·유전공학 활용
암 등 난치병 '개인맞춤형' 치료제 개발 활발
한 국내 대형 제약사의 연구실. 자료사진. 기사와 관련이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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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약물의 주요 이슈
효율적인 약물의 사용은 가장 큰 숙제다. 부작용을 줄이고 약효를 증진하기 위한 개인 맞춤 의약 개념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인간은 유전체 차이로 인해 똑같은 약물을 사용하더라도 효과가 다를 수 있다. 이를 예측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분석해 가장 적합한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 개인의 유전체(DNA)에 존재하는 염기쌍의 차이가 그 실체다. 1000개의 염기마다 1개꼴로 나타나며, 암, 신장병, 정신질환 등과 관련된 유전자에서 자주 발견된다. 이와 함께 첨단 기술과 융합한 새로운 개념의 질환 예방 치료제인 바이오 의약품, 즉 단백질 의약품, 핵산 의약품, 유전자·세포 치료제 등과 나노의학, 디지털 헬스케어 등도 미래 약학의 주요 화제다.
미래 약의 개념으로 흔히 얘기하는 바이오 의약품은 사람·생물체에서 유래된 단백질(protein)·핵산(DNA·RNA)을 치료용으로 사용하며 유전자 치료제(gene therapy), 세포 치료제(cell therapy) 등도 포함한다. 단백질 의약품의 경우 이미 성장 호르몬, 인슐린, 인터페론 등 많은 제품이 상용화돼 있다. 초기엔 자연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사용했지만 요즘은 대부분 재조합 단백질을 대량 생산해 사용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 과정에서 잘 알려진 항체 치료제도 일종의 단백질 의약품이다. 박테리아 독소, 바이러스 항원, 암 항원 등 특정 항원에만 결합하는 항체를 치료제로 사용해 질환의 원인인 항원을 제거한다. 병균의 독소를 중화시키거나 바이러스에 결합해서 세포에 침투하는 것을 억제한다. 암의 경우 암세포의 특이적 항원에 결합해 암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한다.
이미옥 서울대 약학대 교수는 지난달 개최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에서 "대부분의 치료 항체는 독점 생산돼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데 최근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모방하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커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다수의 회사가 우수한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겨냥하면서 성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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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로봇·스마트 알약 나온다
미래 약의 또 다른 ‘주력’인 핵산 의약품은 DNA 백신과 같은 DNA 의약품과 함께 mRNA 백신·치료제, siRNA-기반 치료제 등 RNA 의약품 등이다. DNA 백신은 미생물 혹은 미생물의 단백질을 이용한다. DNA 형태로 인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해 B세포에서 항체를 만드는 방식이다. 결핵, B형 간염, 바이러스, SARS, AIDS 바이러스 등에서 치료제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2021년 인도에서 최초의 D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이 긴급 승인됐다. mRNA 백신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개발돼 최초로 사용됐다. 바이러스 항원을 만들 수 있는 mRNA와 이를 싸서 전달하는 나노 입자로 구성된다. 이를 신체 내에 주사해 면역 세포에서 바이러스 항원을 생산, 면역 반응을 증가시켜 항원을 만든다.
최근엔 이를 응용한 mRNA 치료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모더나가 개발한 mRNA-4157 암치료 백신은 임상2상에서 사망·재발 위험을 44% 감소시켜 화제가 됐다. 이 교수는 "개인맞춤형 치료제는 환자 개인의 암 조직을 채취해 암 항원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후 이에 대응하는 mRNA 백신을 디자인·생산해 투여하는 방식이다"라면서 "그러면 항체가 생성돼 암조직을 공격한다. mRNA와 환자 개인 유전 정보를 활용한 첨단 바이오 의약품으로, 암 치료의 한 획을 그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RNA 간섭현상에 기반한 RNA 치료제도 연구되고 있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선천면역의 일종인데, 비정상 RNA를 제거하기 위한 세포 내 유전자 감시 기작을 응용했다. 간섭 RNA를 특정 유전자를 억제하는 질병 치료제로 사용한다. 말초 신경병증을 유발하는 유전성 변형 트랜스티렌틴(hATTR) 단백질 발현을 억제하는 주사제가 시판되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도 획기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정상적인 유전자를 투여하거나 비정상적인 유전자를 교정해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유전자를 체내에 도입하는 방법에 따라 바이러스 또는 세포 기반 유전자 치료, 유전자 가위 등으로 나뉜다. 질병 치료 유전 정보를 담은 DNA를 바이러스 혹은 세포에 주입해 몸속에 투여하면 이상이 있는 유전자를 찾아가 기능을 발휘해 치료한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최초로 승인한 세포 기반 유전자 치료제 ‘킴리아’, 1회 투여로 치료가 가능한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인 졸겐스마가 이미 시판되고 있다. 유전자 편집 기능을 가진 크리스퍼 캐스9(CRISPER/Cas9) 유전자 가위도 난치병 치료에 희망을 주고 있다. 유전자 가위, 즉 Cas9 효소를 가이드 RNA와 함께 투여한다. 유전자에 특정 유전 정보 삽입·삭제·증폭·변이 등을 가능하게 해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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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치료제도 오랫동안 연구 개발되면서 발전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성체줄기세포를 특정 세포로 분화시켜 환자에 이식해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배아줄기세포는 도덕성 논란이 여전하다. 최근엔 성체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재프로그램해 역분화줄기세포로 만들어 사용하는 ‘역분화줄기세포법’이 본격 연구되고 있다.
바이오 융합 지능형 의약품인 스마트 알약도 있다. 스마트 알약은 원하는 질병 부위를 정확히 찾아 적정 약물 농도를 지속적으로 투입하도록 해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기법이다. 나노 로봇·바이오센서를 통한 약물 전달시스템도 개발되고 있다. 인체에 주입된 나노 로봇이 내부 환경을 인지하면서 자동적으로 약물을 방출한다. 인슐린 공급 로봇 캡슐이나 박테리아 로봇이 대표적이다. 자기장을 이용해 뇌와 척수에 약물을 전달하는 중추신경계 치료 로봇도 개발 중이다. 의사 처방에 따라 질병 예방, 약물 투약과 관리 등에 도움을 주는 디지털 의약품(Digital Therapeutics), 보건의료와 ICT가 결합돼 원격진료·진단센서·약물투여가 가능한 홈케어시스템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등도 10~20년 내 상용화될 수 있다.
수술없이 종양을 제거할 수 있는 나노로봇 사례. 그림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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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미래에는 약물 전달 기술의 발달로 많은 바이오 의약품이 먹는 약이나 흡입제, 파스 같은 것으로 개발돼 환자들이 싫어하는 주사를 맞지 않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바이오 의약품이 화학 의약품보다 독성이나 부작용이 적을 수 있지만 최대한 면역반응이나 독성이 없도록 디자인하고 생산해야 하며 철저한 임상 실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혁신적인 치료 약물들이 계속 등장한다면 암도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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