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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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4895억 배임 혐의’ 구속영장
법원이 잠시 쉬어가는 동안 검찰은 바빴습니다. 검찰은 16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배임 및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지 1년 5개월 만입니다. 검찰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한국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검찰은 구속영장청구서에서 이 대표의 혐의에 대해 “불법수익의 규모만 고려하더라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중대한 범죄”라며 “지방자치권력을 사유화한 시정(市政) 농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민간 사업자들에게 7886억 원이라는 막대한 수익을 몰아준 반면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는 1830억 원만 가져가게 하면서 공사에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하고 배임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21일 국회의안과에서 법무부 관계자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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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검찰은 이 대표의 구속여부와 상관없이 이르면 이달 말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사건은 역시 부패사건을 주로 다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 배당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기존에 진행되던 대장동 재판과 병합해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대장동 5인방에 대한 재판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병합의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 이재명, 다음달 최소 3번 법정 출석해야
이에 따라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이 대표는 당장 다음 달에만 최소 3번 서울중앙지법 재판에 참석해야 합니다. 다음 달 3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에 재판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는 최근 공판준비기일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3, 17, 31일을 공판기일로 지정했습니다.
공판 준비기일과 달리 정식 공판에는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할 의무가 있습니다. 때문에 이 대표는 금요일 오전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불출석 허가 신청을 법원이 허가한 경우 예외적으로 공판에 불출석하거나 대리인 출석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긴 합니다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연루 혐의와 관련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2차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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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대선 기간 방송에 출연해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인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말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의원직을 잃게 됩니다.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돼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대장동·위례신도시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의 기소가 이뤄지면 이 대표는 거의 매주 재판에 출석해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재판이 집중심리로 진행되면 출석 빈도가 더욱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재판에 출석하느라 사실상 당 대표로서 정상적인 당무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일례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재판 당시 주 3~4회 공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당시 박 전 대통령 측은 구속만기(6개월)가 끝나기 전 선고를 내리기 위해 재판부가 속도를 낸 측면이 있습니다.
● 백현동, 쌍방울 등 檢 수사도 속도전
이 밖에도 이 대표는 백현동 아파트·정자동 호텔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의 대북송금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대장동 의혹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자 백현동 특혜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달 7일에는 성남시청 등 40여 곳을 압수수색하기도 했습니다. 이 의혹은 경기 성남시 백현동의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1233채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부지 용도를 4단계 상향하고 높이 50m에 달하는 옹벽 설치를 허가하는 등 특혜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훈구기자 ufo@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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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대북송금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이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해 온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 역시 정자동 호텔 개발사업 특혜 의혹 수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이 사건들의 수사가 마무리되고 모두 재판에 넘겨질 경우 이 대표의 법정 출석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 86일만에 재구속 된 김만배
한편 18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키맨’으로 여겨지는 김만배 씨가 대장동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 등으로 두 번째 구속 수감됐습니다. 지난해 11월 24일 구속기한 만료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지 86일 만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 범죄 태양 및 특성, 피의자와 관련자들의 관계에 비추어 증거 인멸 및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습니다. 김 씨의 불법수익 은닉과 증거인멸이 이어지고 있고, 지난해 11월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됐을 당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는 점 등이 참작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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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장동 사업으로 벌어들인 불법 수익 중 약 340억 원을 수표 등으로 빼돌린 뒤 차명으로 오피스텔을 매입하거나 대여금고 등에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법원의 추징보전명령 집행에 대비해 대학 동창에게 142억 원어치의 수표를 숨기도록 한 혐의(증거은닉교사)와 2021년 9월 증거가 담긴 자신의 휴대전화를 불태우게 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포함됐습니다. 두 번째 구속 된 김 씨가 그동안 부인하던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혐의에 대해 입을 열지에도 관심이 쏠리는 부분입니다.
다음 공판은 27일에 진행됩니다. 법원 인사로 배석판사 등 재판부 구성에 변동이 생기면서 공판절차 일부를 다시 진행하는 공판절차갱신이 한동안 진행될 예정입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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