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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민주 "日 보도대로면 굴욕외교" 국힘 "文땐 日언론 오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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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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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에 관한 일본 언론의 보도가 정상화로 나아가려는 양국 관계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익명의 일본 측 취재원으로부터 얻은 일방적 정보로 쓴 기사는 여야 공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지난 16일 회담 직후부터 시작됐다. 일본 NHK가 “기시다 총리가 회담에서 위안부와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이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자 국내에선 논란이 벌어졌다.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야권에선 이 문제의 진위를 밝혀야 한다는 식의 공세가 이어졌다.

그러다 이번에는 일본의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이 20일 “(정상회담 때) 독도 언급은 없었으나 기시다 총리가 위안부 합의 이행과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담에서 독도와 위안부 문제가 논의된 적 없다”고 재차 밝혔다. NHK 보도 직후부터 거듭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관된 입장을 보인 이 관계자는 이날 “한·일 정상회담이 끝나고 근거 없거나 왜곡된 보도가 일본 측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해 우리 외교 당국에서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 방지를 당부한 것으로 안다”고도 덧붙였다.

또 산케이신문 보도와 관련해선 “(NHK가 보도했던) 독도는 어디 갔느냐. 아무 근거도 없이 내질러놓고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슬그머니 빠진다”며 “일본 언론에 그런 행태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 언론에는 없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에서도 서로 다른 보도가 나오며 혼선을 일으키자 강한 불쾌감을 내비친 것이다.

아울러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와 관련해선 “수산물 문제는 회담에서 어떤 얘기를 했는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정상 회담이 아닌) 일본 정치인들이 윤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 문제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후쿠시마 수산물이 건강에 무해하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국민 정서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가 돼야 수입한다’는 “우리 정부의 기본적 입장을 설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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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재명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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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이 일본 측에 유리한 보도를 이어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이날도 일본 언론 보도를 사실로 전제하며 화력을 쏟았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체적으로 보건대 (일본 언론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며 “대일 굴욕외교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국회가 강력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 민주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망국적 야합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박진 외교부 장관,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을 콕 집어 “외교 참사 3인방은 분명한 책임을 지고 당장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용산 총독이 일본 총리를 알현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일본 총독에 빗대는 비난도 퍼부었다.

국민의힘은 적극 반박했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일본 언론 보도는) 대통령실에서 아니라고 밝힌 바와 같이 전혀 논의된 사실이 없다”며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다만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일본 측에선 그런 이야기를 했을 수 있지만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 발표를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시다 총리가 일방적으로 언급했을 가능성은 열어뒀다.

여권에선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의제가 일본 언론을 통해 먼저 공개된 건 의심쩍다”는 시선이 크다. 기시다 총리가 소속된 자민당이 4월 통일지방선거와 중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일본 국내 정치용 언론 플레이하고 있다는 의심이다. 민감한 한·일 이슈를 일본 언론이 자극적으로 보도한 뒤 한국 정부가 해명에 진땀을 쏟는 일은 매 정부마다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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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김기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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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실 관계자는 “반일 여론이 필요한 민주당이 일본 특유의 언론 플레이에 기꺼이 협조하는 것 같다”며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 방탄용 언론 플레이로 적과의 동침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대표가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무엇이 국민과 미래를 위한 올바른 방향인지 고민하지 않고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의도만 가득하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권에선 일본 언론 보도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취사선택하는 민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7일 “문재인 정부 때는 일본 언론 보도가 오보임을 강조하더니 야당이 되니 어찌 팩트가 되었느냐”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1년 “한국이 한·중·일 정상회의를 보류하자고 제안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당시 청와대는 여러 차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준한 인천대(정치외교학) 교수는 “회담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대통령실에 1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도 “민주당 역시 정상회담의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데 지엽적인 부분만 파고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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