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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남아도는 태양광이 문제?…올 봄 때아닌 '블랙아웃'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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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태양광 시설 모습. 사진 국무조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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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 설비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때아닌 전력수급 고민에 빠졌다. 봄에 전력이 남아돌면서 정전 우려 등이 커지자 정부는 태양광·원전 출력 제한에 나서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속 봄철 ‘공급 과잉’ 문제는 연례행사가 될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이런 내용의 봄철 전력수급 특별대책을 전기위원회에 보고했다. 당초 여름·겨울에만 마련하던 대책을 올봄 처음 시행한다. 산업부는 4~5월을 특별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상황실 운영, 대응책 이행 등에 나선다. 호남·경남 등에 태양광 설비가 밀집되면서 송전 과부하 등 전력 계통 운영상 어려움이 가중된 데 따른 조치다. 이호현 산업부 전력정책관은 “이제부턴 봄철에도 전력 수급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다음 달부터 매일 기상 상황, 전력수요 등을 고려해 호남과 경남 지역의 태양광 설비에 설비용량 기준 최대 1.05GW(기가와트) 규모의 출력 제어를 시행하기로 했다. 일부러 원전 1기와 맞먹는 규모의 전력 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조치다.

이런 결정의 배경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갖는 경직성이 있다. 봄은 전력 비수기로 꼽히지만 여기에 맞춰 곧바로 공급을 줄이기 쉽지 않은 구조다. 그래서 냉방·난방과 거리가 먼 4월께는 연중 전력 수요가 최저인 반면, 높은 일조량으로 태양광 발전량이 제일 많이 나오는 편이다. 공급 부족이 이슈인 여름·겨울과 달리 봄엔 전력이 남아돌아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력 공급이 과잉일 때도 송·배전망이 감당하지 못해 전력 부족 시와 마찬가지로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태양광 설비를 우선 차단하고, 부족할 경우 민간 설비로 확대할 예정이다. 전압·주파수가 낮아져도 발전 설비가 멈추지 않고 계속 운전할 수 있게 해주는 고성능 인버터가 갖춰지지 않은 설비를 대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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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특히 날씨가 맑고 전력 사용량이 적은 주말·연휴엔 원전의 제한적인 출력 조정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양수발전소를 통해 초과발전 전력을 저장하고, 수력·바이오 발전 등의 운전을 최소화해도 안 되면 원전까지 동원하는 것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원전 출력을 낮추면 그만큼 전력이 버려지는 거라 경제적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진 신속한 출력 조정이 가능한 석탄·LNG 발전 등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전력 균형 유지가 가능했다. 하지만 태양광 보급이 빠르게 늘면서 올해는 근로자의날·어린이날 등 연휴나 주말을 중심으로 설비 고장과 정전 가능성까지 커졌다. 송·배전망과 전력 수요에 맞추지 않고 설비 위주로 태양광을 늘리다 보니 탈이 났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8년 7.5GW 수준이던 태양광 설비 용량은 지난 21일 기준 26.4GW까지 늘었다.

특히 일조량이 많고 땅값이 싼 호남·경남에 태양광 설비가 집중되면서 남는 전력을 멀리 떨어진 수도권 등에 보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서 이상이 생기면 전국적으로 전력 불안정성이 커질 수도 있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특별대책도 이들 지역에 집중됐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아 2015년부터 출력 제어가 이뤄진 제주도에 이어 육지에도 같은 조치가 본격화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석탄 발전소나 원전까지 멈춰야 하는데 충남 등의 화력발전소를 세우면 산업계에 타격이 크다. 일부러 전력을 더 쓰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두면 광역 정전이 올 수 있으니 남부 지방 태양광과 전남 영광의 한빛 원전 출력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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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 송전탑 꼭대기에 오른 한전 관계자들이 선로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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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장기적으로 호남·수도권 송전선로 대폭 보강, 재생에너지 저장설비 확충, 전력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한 지역별 요금체계 개선 등에도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조만간 봄과 비슷한 환경인 가을에도 전력 공급 과잉이 대두할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대책 마련이 늦은 만큼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예전부터 공급 과잉 문제가 예견됐는데 정부와 국회가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면서 “태양광 설비의 고성능 인버터 교체가 제일 시급한데 아직 바꿔야 할 대상이 너무 많다. 송전망 보강은 당장 쉽지 않으니 민간 사업자 설득과 지원을 통해 인버터 성능 개선을 빠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훈 교수는 “매년 봄마다 공급 과잉이 반복되거나 심화할 것이고, 가을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른 나라도 재생에너지 확대 속에 출력 제한을 하지만 한국은 갑작스러운 게 문제다. 길게 보면 전력 저장 계획을 수립하거나 수요 분산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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