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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카지노’ 최민식 “브레이크 없던 차무식···내 인생은 지금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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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카지노’ 지난 22일 마지막회 공개

25년만에 출연한 드라마…“꽃잎 떨어지듯 퇴장”

“몰아보기가 OTT 장점…그래도 극장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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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에서 차무식 역을 연기한 최민식.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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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느와르물을 흉내내지 말자고 했어요. 우리 식대로 하자고 했어요. 총격전 하지 말고, 총을 쏴도 순식간에 쏘도록 말이죠.”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가 지난 22일 마지막회를 공개하며 시즌 1~2 총 16회 대장정을 마쳤다. 의리와 정이 있으면서도 때론 서늘하고 잔인한 ‘차무식’을 온전히 그려낸 배우 최민식을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청바지와 검은색 점퍼의 가벼운 차림새로 나온 최민식은 울림있는 목소리로 시원시원하게 말을 이어갔다.

최민식은 늘상 스크린에만 등장했다. <카지노>는 1997년 <사랑과 이별> 이후 무려 25년만에 출연한 드라마였다. 16부작 드라마는 영화의 호흡과는 아예 다를 터. 최민식은 “하루에 열네 씬도 찍어봤다. 영화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분량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을 위해 필리핀으로 출국하기 직전 코로나19에 걸리기도 했다. 촬영 당시 코로나 후유증이 심했다고 전했다. <카지노> 중반 차무식의 쉰 목소리는 코로나 영향이었다고 한다.

<카지노>는 차무식이라는 인물의 일대기에 가깝다. 시즌 1에서는 고아원 어린 시절부터 대전역 앞에서 신문팔이하던 유년 시절, 주먹질하다가 공부도 하게 되는 학창 시절, 학생운동에 휘말린 일, 북파공작원에 이어 필리핀에서 카지노 전설로 자리잡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즌 2부터는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휘말린다. 자신을 체포하려는 한국 파견 경찰 오승훈(손석구)에게 쫓기고, 믿었던 동생들인 정팔(이동휘)과 상구(홍기준)에게도 배신을 당한다. 긴 서사다. 그러다보니 아쉬움도 남는다고 했다. 그는 “감독, 배우들과도 토론했지만 서사가 많이 부딪힌다. 좀 다이어트를 하고 갔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는 각 캐릭터를 차곡차곡 쌓아올리기 위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는 “손석구 배우나 이동휘 배우와 함께 감독의 보좌관처럼 다음 장면을 이렇게 연결하면 어떻겠는지 매일 시험공부하듯이 회의 했다”며 “감독이 열어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끔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최민식은 <카지노>를 “실타래를 풀어가듯이 치열하게 해나갔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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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 포스터. 디즈니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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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의 한 장면. 디즈니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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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에서 차무식은 계속 무언가를 ‘한다’. 차무식의 행동을 표현하는 장면은 많지만 그의 감정을 묘사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는 뜻이다. 마지막회는 다르다. 그는 평소 ‘아버지’처럼 모시던 필리핀 카지노 업계의 대부 다니엘에게 쫓긴다. 한국 경찰도 그를 쫓고 있다. 바닷가 앞에 선 차무식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아끼는 정팔을 은신처로 부르며 소박한 저녁을 준비한다. 시들시들하지만 붉은 꽃도 준비한다. 차무식의 감성을 보여주는 유일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장면은 최민식의 아이디어. 현장에서 급히 미술팀에 요청했다고 한다.

“시든 꽃으로 화무십일홍(열흘동안 붉게 피어있는 꽃은 없다)을 예감하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람이 코너에 몰릴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까운 주변 사람에게 정서적으로 붙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즌 1에서 정팔은 ‘권무십일홍’을 말하고 차무식은 이를 ‘화무십일홍’이라고 고쳐주는 장면이 나온다.

차무식은 총알 한방에 쓰러진다. 화면은 그를 오래 비춰주지도 않는다. 부를 갈망하며 숱한 고비를 헤쳐온 인물의 허망한 결론이었다. 이때문에 다음 시즌을 제작하면서 다시 살아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는 “꽃잎이 떨어지듯이 차무식이 퇴장하는게 맞는 거 아닌가”라며 “욕망으로 치닫던 사람이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결론”이라고 했다. 이어 “촬영하면서 ‘서양 느와물을 흉내내지 말자’고 했다”며 “원래 사고는 순식간에 난다. 액션을 하더라도 총격전이나 시가전 하지 말자고 했다. 그래서 리얼리티가 있지 않았을까”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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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민식.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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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를 찍었지만 최민식은 여전히 ‘영화인’이었다. <카지노>도 영화관에서 봤더니 더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는 OTT로 트렌드가 바뀌었어도 극장을 고집한다.

“몰아보기할 수 있으니 OTT 장점이 있어요. 그래도 난 극장이 좋아요. 이건(OTT) 정지시키고 화장실에 갔다 오고 재미없으면 꺼버리는데, 극장은 돈이 아까워서더라도 나가기가 쉽지 않죠. 콘텐츠를 보겠다고 모인 사람들이 교감하는 극장 냄새가 좋습니다. 극장 문화는 없어지면 안돼요. 박물관에 들어갈 공간은 아니에요.”

배우 최민식은 요새 소속사가 없다. 매니저도 없다. 운전도 직접 한다. 전날 진행된 시사회를 마치고 귀가할 택시가 안 잡혀서 고생했다는 말도 했다.

최민식은 지금이 자신의 인생에 브레이크를 건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차무식은 브레이크가 없었어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죽이고 악인을 만나고 수렁에 빠져요. 매니저 없이 다니는 것도 브레이크를 건 거에요. 혼자 장거리 운전하니까 생각할 시간도 많고 눈치 안 봐서 좋아요.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도 나고요. 연기 욕심과 욕망도 있는데 ‘잘 흘러가고 있나’ 점검하고 있어요.”

연기에서 이미 일가를 이룬 그에게 지금 욕심은 ‘로맨스 연기’다. 자극적이지 않고 가족적이며 소소한 이야기가 그립다고 했다. “중늙은이들의 사그러드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 절제할 때 아픔을 승화시킬 수 있고, 사람으로서 느낄 수 있는 훈훈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 혼돈의 세상 속에서 고등학교 때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삼중당 문고, 그런 단편 소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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